Dress Codes
제가 이 Living in America 코너를 하면서 자주 다루는 토픽이 스포츠인데요, 미국 문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분야이기도 하면서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저를 직접 만나시는 분들은 그런 말씀을 듣고 의외라는 반응을 보이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은 역시 미국 문화의 이해에 큰 도움이 되면서 저도 개인적으로 관심이 많은 또 다른 분야에 대해 말씀을 나눌까 합니다. 이건 아마 들으시면 아아 하고 거의 당연하게 생각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다름아닌 옷차림, 옷입기 입니다.
Source: NYTimes
한국어에 보면 인간 생활에서 필요한 요소를 의식주라고 하면서 의가 맨 처음에 오죠. 어떤 이는 그걸 보고 좋지 않다는 평을 하기도 하는데요, 저는 그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의복의 스타일은 개인의 취향이나 부의 척도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복식이 사회적으로 갖는 또 하나의 중요한 의미/용도/구실이 있습니다. 경우에 따른 사회적인 약속으로서의 역할인데요, 그래서 역사적으로 보면 의복문화가 발달한 사회가 있었고 그런 곳은 따라서 같이 복잡하게 발달된 다른 예절을 수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죠. 즉 드레스 코드라는 개념인데요, 요즘은 전반적으로 드레스 코드가 덜 엄격해졌는데, 무슨 말씀이냐하면 어느 자리에서건 점점 더 formal에서 casual로 바뀌고 있고요, 또 보통 상황별로 명시되어 있는 각 드레스 코드의 정의도 더 넓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이란 나라가 원래 굉장히 자유로운 것 같으면서도 그 안에 또 질서가 딱 잡혀있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까? 이 드레스 코드도 마찬가지라서, 아무거나 입는 것 같고, 또 실제로 아무렇게나 편하게 입을 때가 많지만, 거기에도 뭔가 무언의 약속이 있고요, 또 몇몇 경우에는 한국에서보다 약간 다르면서 엄격한 드레스 코드가 있기도 합니다. 이것은 사실 룰이 있는데 그게 20세기 중후반의 한국문화에 익숙한 사람이 보기에는 잘 안보일 때가 많습니다. 이것은 촛점이 조금 다르기 때문이죠. 20세기 중후반 한국의 의복문화는 상황에 대한 고려가 별로 없이 언제 어디서나 가장 좋은 옷, 고급 옷을 입었죠. 뭐 옷도 지금처럼 많지 않았던 시절이라 선택의 폭이 좁았던 탓도 있겠지만 어디가나 잘 보이고 싶고 요샛말로 있어보이고 싶은 이유도 있었죠. 그런 데에 잘 쓸 수 있는 영어 표현이 있습니다. “Sunday best”라는 말인데요, 일요일의 최고라는 얘기는 즉 미국이나 영국처럼 기독교를 기반으로 한 문화에서는 일요일에 교회나 성당에 갈 때 가장 좋은 옷을 입고 가죠, 그래서 자기가 가진 옷 중에 제일 좋은 옷이라는 뜻입니다. 저는 이 말을 들으면 비싼 옷이나 화려한 것보다는 뭔가 단정하고 깨끗하고 고이 모셔두다가 잘 보여야 할 때 잘 다려서 곱게 입은 옷이 떠오릅니다. 단정한 옷을 입고 있으면 행실도 맞추게 되어서 그런지 좀 바른 행동을 하는 이미지도 생각이 납니다.
그런데 미국의 의복문화는 어찌보면 철저하게 상황에 맞게 입어주는 것이 기준이죠. 혹시 청취자분중에 미국에서 대학이나 다른 학교, 학원을 다니셨는데 어쩌다 자켓이라도 입고 갔더니 미국 친구들에게서 너 오늘 뭐 인터뷰 있니, 아님 무슨 special occasion이니 등의 질문을 받은 기억이 있는 분도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그정도로 학교에 다닐 때는 공주나 은행원처럼 입지 않는 게 무언의 약속처럼 되어있습니다.
물론 이렇게 한국에서보다 옷을 덜 챙겨입는 것은 누가 무슨 날이냐고 물어볼지언정 실례는 아니죠. 좀 더 주의를 요하는 것은 아무래도 그와 반대의 경우일텐데요. 캐주얼이 대세인 시대이지만 그래도 아직 이런 복식 예절이 남아있는 상황이 몇 있습니다. White tie, black tie, 이런 용어 들어보셨죠? 이건 사실 미국인중에서도 잘 모르는 사람이 꽤 되는 부분입니다. 우선 white tie, formal은 평범한 사람이라면 요즘은 일생에 입을 기회가 별로 없는, 아주 최고의 예절을 갖춘 옷차림입니다. 영화 왕과 나에 나오는 데보라 카가 입었던 큰 드레스, 그레이스 켈리가 결혼할 떄 입었던 공주 스타일의 옷, 또 20세기 춤의 천재 프레드 아스테어가 마치 태어날 떄부터 입었던 듯이 그에게 잘 어울렸던 연미복 스타일의 옷이 바로 white tie의 예인데요, 요즘은 정말 자신이나 가족의 결혼식 등, 격식을 갖춰야 하는 자리에서나 볼 수 있고, 보통 사람은 이것에 맞는 옷이 없을 확률이 큽니다.
그 바로 밑의 차림이 black tie, semi-formal입니다. 마침 어제 맨하탄 Rockefeller 센터에서 크리스마스 트리 점등을 했죠. 즉 연말연시 파티의 시즌이 되었습니다. 이럴 때 좀 옷을 잘 입어야 하는 경우, 또는 좀 격이 높은 갈라나 오프닝, 또는 prom에 참석하는 경우에 이 black tie를 입고요, 아카데미 시상식에 배우들이 입고 오는 옷의 대부분이 여기에 속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또 웬만한 결혼식은 이 드레스 코드가 해당하죠.
여기까지는 그래도 대충 룰이 알기 쉽게 정해져 있는데요, 이 다음부터는 지역에 따라, 세대에 따라, 자기가 속한 직업군에 따라 편차도 크고 이름도 다양해집니다. 보통 cocktail이라고 부르는 드레스 코드는 black tie와 겹치는 경우도 있지만, 남자의 경우에는 좀 멋진 수트, 여자는 길지 않고 좀 드레시인 원피스가 전형적입니다. 대부분의 파티나 모임에는 이 정도가 제일 좋고요, 다른 사람의 결혼식 등 크게 축하해야 할 일에 참석할 때도 이렇게 입으시면 되는데요, 결혼식은 사실 얼마나 formal인가는 그 하는 장소와 시간에 따라 결정이 되는 경우가 많지만, 어느 상황에서도 입으면 안 되는 것이 있습니다. 아시겠지만 흰색의 옷입니다. 또 너무 야하거나 캐주얼인 차림도 좋지 않고, 또 원래는 검은 색도 결혼식에서는 실례였지만 요즘은 하도 많은 사람이 입으니까 허용이 되는 모습입니다. 장례식에서는 이와 반대로, 검은색이나 짙은 감색 계통으로 입어주면 되고요.
다음에는 도매가로 business attire라는 그룹이 있는데요, 이것도 세분하자면 끝이 없습니다. 우선 dressy business, 또는 business formal이라고 하면 잘 차려입은 사무용 정장을 얘기하는데, 국가 원수 등이 낮에 서로 만날 때 입는 옷을 생각해보시면 되겠습니다. 다음은 smart casual, business casual, dressy casual 등으로 갈수록 더 캐주얼이 되는데요, 로 남성의 경우 소위 콤비, 또는 프레피, 다음은 비슷한 차림에 타이를 없애고 자켓을 입지 않고, 또는 chinos 대신에 청바지를 입는 것 등이 있겠고, 여성의 경우는 너무 많은데 치마나 바지에 에 t-shirt가 아닌 top, twinset등을 입으면 되겠죠.
좋지 않은 청바지나 운동화는 벌써 캐주얼입니다. 90년대 IT 붐으로 인해 이런 차림을 사무실에서 많이 볼 수 있게 되었죠. 그런데 사실 얼마나 dressed-up이냐는 것도 있지만 미국의 드레스 코드는 day와 evening으로도 크게 나뉘고, 점잖거나 비즈니스, 또 사적이거나 파티의 자리로도 나눌 수 있어서, 이 점에도 주의를 하시는 것이 비싼 옷을 입는 것보다 훨씬 더 옷을 잘 입는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