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ankees Pt. 1
오늘은 지난번에 이어 미국 프로야구에 대해 말씀을 나눌까 합니다. 지금 postseason인데요, 아쉽게도 류현진 선수의 팀은 내년을 기약해야 하고, 추신수 선수는 free agent가 되어 다음 시즌에는 새로운 팀에서 뛰게 될 것 같습니다. 후보로 거론되는 팀 중에는 the NY Yankees도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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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Yankees는 전세계적으로 fans도 많고 미국 프로야구 뿐만이 아니라 어쩌면 프로 스포츠를 통틀어 가장 유명한 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우승도 많이 하고 미국문화와 관계가 깊은 팀입니다. 1901년에 창단, 뉴욕으로 옮긴 것은 1903년, Yankees라는 이름을 갖게 된 것은 1913년입니다. 명예의 전당에 44명의 선수가 들어있을 정도로 역사적으로 유명한 선수들이 너무 많아서 일일이 열거할 시간을 없지만, 가장 유명한 이름을 꼽자면 아무래도 Babe Ruth겠죠. 또 그의 팀메이트였던 Lou Gehrig이 있는데요. 이 두 선수는 20-30년대에 3, 4번 타자로 활약했습니다. 이 사람들의 등번호가 3번과 4번인 것도 그 이유입니다. 이 팀이 등번호를 처음 지속적으로 사용했는데, 원래는 lineup 순서였죠. 지금은 대부분의 팀이 유니폼 등에 선수의 이름을 쓰는데, Yankees만이 아직도 이름 없이 번호만 쓰고 있습니다. Babe Ruth야 워낙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선수이고, Lou Gehrig도 the iron horse, 철마라는 별명이 말해주듯, 2130게임 연속 출장 기록을 세운 사람이고, 만루 홈런도 많이 쳤습니다만, 현세대에게는 야구선수로서보다는 그가 요절하게 된 불치병인 ALS의 얼굴이자 또다른 이름으로 더 유명할 수도 있겠습니다. ALS라는 이름만큼 Lou Gehrig’s Disease라고도 불리는 이 근위축성 측색 경화증, amyotrophic lateral sclerosis는 아시겠지만 운동신경에 장애가 오는 퇴행성 신경계 질병인데요. 이 병에 걸렸다는 진단을 받고 은퇴한 후 2년만에 36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은퇴한 다음 달에 있었던 Lou Gehrig의 날에 이 사람의 등번호가 Major League 최초로 영구결번이 되었죠. 거기서 Gehrig이 한 연설이 굉장히 유명해졌습니다. 하일라이트 부분이 “Today, I consider myself the luckiest man on the face of the earth.” 저는 오늘 제가 이 지구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라는 말인데 진심이 느껴지는 어조여서 거기 모인 사람들의 심금을 더 울렸죠. 이 사람의 야구인생은 1942년에 영화로도 만들어졌습니다. 이 영화, The Pride of the Yankees의 주연 역시 미국의 아이콘인 Gary Cooper가 맡았는데, 여기에서도 이 연설부분은 마지막에 나오는 명장면입니다.
사실 Ruth와 Gehrig은 친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Ruth가 불행한 출생과 성장환경을 극복한 선수였던 반면, Gehrig은 Columbia를 나온 소위 인텔리 선수였고, 그 외에도 성격 등 반대의 부분이 많았다고 하네요. 그래도 이 두 선수가 경기에서는 힘을 합해 팀의 성적이 아주 좋았죠. 특히 1927년에는 1번부터 6번 타자가 다 무시무시한 공격력을 지녀서 그 시대의 Yankees 팀을 the Murderers’ Row, 살인자의 열, 이라고도 불렀습니다. 상대팀의 투수가 던지는 공을 속된 말로 작살을 냈기 때문입니다. 아직도 잘 치는 선수들이 모인 라인업에 이 표현을 씁니다.
지난번에 말씀드렸던 Joe DiMaggio는 30년대 말에서 50년대 초까지 활약을 했는데요, 중견수였고, 아까의 Lou Gehrig이 연속 게임 출장 기록을 세웠다면 이 사람은 연속 게임 안타 기록을 세웠는데요, 1941년에 아직까지 깨지지 않은 56게임 연속 안타를 쳤습니다. 야구팬이라면 아시겠지만 극히 힘든 일입니다.
The NY Yankees는 1921년에서 1964년 사이에 American League 챔피언을 29회 했고, World Series 우승도 20회나 했습니다. 그래서 정말 dynasty라는 말이 어울리는 팀이었고, 다른 팀의 부러움과 시기를 받기도 했는데요, 1954년에 나온 소설을 바탕으로 1955년에 뮤지컬로 제작된 Damn Yankees라는 작품도 이런 배경에서 탄생한 것입니다. 계속 Yankees에게 지는 것이 한이 된 the Washington Senators라는 야구팀의 팬이 악마에게 영혼을 넘기는 조건으로 회춘해서 그 팀의 스타플레이어가 된다는 내용으로, 어디서 많이 들어보신 설정이죠? 잘 아시는 Faust의 20세기 미국 야구 버전입니다. 주인공의 마음이 자꾸 예전으로 돌아가려 하자 악마가 미인계를 써서 주인공을 꽉 잡아두려 하는데요, 이 아가씨의 이름이 Lola입니다. 그리고 이 뮤지컬에서 제일 유명한 노래가 “Whatever Lola Wants, Lola Gets” Lola는 원하는 것은 뭐든지 손에 넣는다, 라는 제목입니다. 미국 작품이 대부분 그렇듯, 결말은 권선징악이죠. 주인공은 영혼을 빼앗기지 않은채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오고, 예쁜 아가씨도 착하게 살기로 마음먹고, 악마는 없어지고, 팀은 드디어 Yankees를 이기고 American League 챔피언이 됩니다. 1958년에는 영화로도 만들어졌습니다.
40년대 말부터 60년대 초까지 선수로서 월드 시리즈를 열 번이나 우승한 Yogi Berra는 오늘 거론한 사람 중 유일하게 살아계시는 분인데요, 별명인 Yogi는 힌두에서 요가를 하는 사람처럼 보인다고 해서 얻은 것이라고 합니다. 이 사람은 명포수였지만 역시 선수로서보다 위트있거나, 약간 이상하면서도 뜻을 알 것같은 말을 많이 하는 것으로 지금은 더 잘 알려져 있기도 한데요, 이런 말을 Yogiisms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면, “It gets late early.” 말 그대로 하면 일찍 늦어진다, 라는 얘긴데, 가을이 되면서 해가 짧아질 때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하나 더 할까요? “It ain’t over till it’s over.”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 이상하게도 뜻을 알겠죠? 그런가 하면 지혜로운 말도 했습니다. 잘 봐줘도 미남은 아닌 얼굴이에요. 그래서 자신도 자기가 못생긴 걸 알지만, 그래서 뭐 어떠냐면서, 여태까지 얼굴로 공을 치는 사람은 못봤다고 했는데요, 좀 새겨들어야 할 말인 것 같습니다.
이렇게 오늘은 20세기 초부터 중반에 걸쳐서 오늘의 Yankees가 갖고있는 의미와 위치에 공헌을 한 선배선수들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