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t’s Valentine
저희 Living in America 코너의 애청자시라면 유럽, 그중에서도 영국의 전통이 미국으로 와서 미국색을 입고 세계로 뻗어나간 경우를 많이 접하셨을텐데요. 여기서 다룬 것 중에서는 Halloween이 대표적이겠습니다. 내일로 다가온 Valentine’s Day도 그런 날입니다. 다 아시다시피 사랑과 로맨스의 날이죠.
Poster of film adaptation of Babes in Arms (1939)
그리고 Valentine이라는 것이 St. Valentine, 즉 성 발렌타인에서 온 것이라는 것도 아마 아시는 분이 많으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성자에 얽힌 이날의 유래에 대해서도 들어보신 적이 있을텐데요. 가장 오래된 문헌상의 기록은 14세기 영국의 문호 Chaucer 시대로 올라간다고 합니다. Shakespeare도 Hamlet에서 이 Valentine’s Day를 언급하고 있습니다. 19세기에 대중적으로 카드를 보내는 전통이 영국에서 자리잡았고, 미국에서는 20세기 중반에 카드 외의 선물도 하는 전통이 생겼는데, 어쨌든 지금은 로맨스의 날로 굳게 자리를 잡았습니다.
한국에는 이날이 일본을 거쳐서 들어갔는데, 그것을 알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이날에는 두 나라 다 여성이 남성에게 초콜렛을 주게 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서양에서는 이런 구분이 없습니다만, 일본의 초콜렛 회사가 영어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실수로 생긴 일이라고 합니다. 대신 한 달 후인 3월 14일을 화이트 데이라고 해서 남자가 여자에게 답을 하거나 선물을 한다고 하는데, 이 날은 일본에서 만들어낸 날로, 미국에서는 모르는 날입니다. 여기서는 Valentine’s Day에 물론 연인 사이라면 선물을 주고받기도 하고 로맨틱 데이트를 하기도 하지만, 꼭 연인관계에서만 카드를 교환하지는 않습니다. 학교에 다니는 자녀가 있으시다면 아시겠지만 어린 친구들은 이날 친구들, 부모님, 또 선생님께 카드를 만들어서 드리는 시간을 갖기도 하죠.
Valentine’s Day와 관련이 있는 영화나 노래가 굉장히 많은데요, 영화는 이날이 배경인 것도 있지만, 이날 좋은 사람과 같이 보기에 알맞은 내용의 달달한 작품도 참 많죠. 노래야 원래 사랑노래가 많은 법이지만, 그중 제목에 Valentine이 들어간 노래가 꽤 유명합니다. “My Funny Valentine”이라고 들어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지난번 추석에 Harvest Moon에 대해 말씀을 나눌때 잠깐 나왔던 the Great American Songbook에 속하는 노래인데요, 즉 대부분 20세기 초반에 나와서 대중적으로 유명해진 미국의 노래를 말합니다. 거의 뮤지컬이나 영화로 첫 선을 보인 후, 여러 사람에 의해 cover versions이 나오고, 가사나 전체 멜로디는 몰라도 몇소절은 흥얼흥얼할 수 있고, 미국사람들이 공유하는 문화의 일부분이 되어서, 지금은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곡이 많습니다.
이 “My Funny Valentine”은 1937년 Broadway musical인 Babes in Arms에 나오는 곡입니다. 이 뮤지컬의 지은이는 미국 뮤지컬뿐만이 아니라 문화전반에서 중요한 존재인 작곡가 Richard Rodgers와 작사가 Lorenz Hart인데요, 그 팀은 Rodgers and Hart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둘 다 New York City 출생이고, 둘 다 Columbia에 재학 중 만나게 되어 의기투합하게 되고, 이후 20여년 작품을 같이 많이 만들었습니다. 미국을 더 잘 이해하는 데는 이 뮤지컬 문화와 역사에 대해 아는 것이 큰 도움이 되는데요, 오늘을 시작으로 앞으로 조금씩 뮤지컬과 standard songs, jazz, 영화의 관계에 대해서 알아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이 Babes in Arms의 남자주인공 이름이 Valentine입니다. 그래서 여자주인공이 부르는 이 “My Funny Valentine”은 그 남자에게 하는 말이죠. 맨 끝에 “Each day is Valentine’s Day”라고 나오는데요, 요즘 한국의 모 걸그룹이 자신들을 소개할 때 쓰는 말과 좀 비슷한 맥락이죠?
이 뮤지컬에는 이 곡 외에도 유명한 노래가 둘 더 있는데요, “The Lady Is a Tramp”와 “Where or When”입니다. 그중 “Where or When”은 Valentine’s Day의 단골 영화 When Harry Met Sally...의 사운드트랙에도 나오는 곡으로, 이 곡을 들으면 생각나는 영화가 있습니다. 1974년 작, Ellen Burstyn 주연의 Alice Doesn’t Live Here Anymore인데요, 감독이 Martin Scorsese였죠.
TV sitcom으로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Harvey Keitel, Kris Kristofferson, Diane Ladd에 이어 Jodie Foster까지 대단한 캐스트입니다.
Valentine’s Day에 An Affair to Remember라든가 Sleepless in Seattle등의 영화도 물론 좋지만, 이 Alice Doesn’t Live Here Anymore 같은, 조금 다른 영화를 보시는 것도 어떨까 합니다. 나중에 이 사람은 과연 일과 사랑, 사랑과 일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