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February and the Olympics
벌써 2월입니다. 2월은 Black History Month이기도 한데요, 미국에 있는 흑인들의 역사와 전통을 기리는 달입니다. 그런데 조금 이상하지 않으세요? 지난번에 말씀을 나눴듯이 인권운동가로 잘 알려진 흑인 Martin Luther King Jr.의 날이 1월에 있는데 왜 1월이 아니라 2월이 Black History Month일까요? 어떤 사람들은 한 해가 시작하면서 바로 첫 달인 1월을 흑인들의 달로 하기가 싫어서 2월을 준 거다, 라고 얘기하기도 하고, 또 2월이 열두 달중에서 날짜의 수가 가장 적기 때문에 그렇다, 라는 말도 있습니다. 그럴 정도로 흑인이 미국에서 갖는 위치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농담 아닌 농담이라고 하겠습니다.
Michael Jordan
그런데 사실 2월인 이유는 따로 있죠. King 목사는 20세기 중반에 가서야 유명해졌지만 Black History Month는 원래 month가 아닌 week로 시작을 했고, 그게 1920년대의 일이었습니다. 2월 중순에 Lincoln 대통령의 생일이 있기도 해서이고, 또 그때가 다른 유명한 흑인의 생일이기도 한데요, Frederick Douglass라고, 노예의 신분을 탈출해서 아주 유명한 작가가 된 인물입니다. 노예해방운동도 했고, 여성의 인권신장을 위해서도 노력을 했으며, 나중에 정치도 한 중요한 사람입니다. 그게 1970년대에 정식으로 한 주에서 한 달로 길어졌습니다. 그런가 하면 요새 종종 뉴스에 나오고 있는 신백인주의 사람들은 왜 백인의 달은 없고 흑인의 달만 있느냐, 또 왜 백인 전용 채널이나 백인 전용 잡지를 만들면 인종차별이라고 하면서 흑인용 TV 채널, 잡지, 등은 공공연하게 만들고 광고를 하느냐, 라는 이의를 제기하기도 하는데요. 사실 미국에 어린이날이 없는 이유는 1년 365일이 어린이날이기 때문일 수 있겠죠.
지금은 2월이 Black History Month인 것이 자연스러운 이유가 하나 더 생겼습니다. 미국 프로 농구 NBA의 올스타 전이 2월에 열리기 때문인데요. 아시다시피 미국은 프로 스포츠를 참 좋아하는데, 사실 2월 초인 지금이 1년중 어찌보면 가장 재미가 없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지난주에 있었던 Super Bowl이 끝났고, 아직 야구는 캠프도 시작을 하지 않았죠. 4년에 한번은 동계올림픽이 있습니다만, 미국사람들을 보면 매년 하지 않는 이벤트는 그리 반기지 않는 성향이 있고, 또 구기종목이 아닌 것에는 열광적인 관심이 없는 편입니다. 그리고 또 올림픽은 방송에 포함되는 광고 외의 수입원이 많지 않기도 하죠. 그래서 그런지 올림픽 선수들을 많이 밀어준다거나 하지 않고요. 어쨌든 대학 농구가 열을 띠기 시작하는 2월 말, 3월 초 전까지의 이 시기는 농구와 하키 정도로 위안을 삼아야 합니다. 그래서 이 NBA All-Star Game이 상대적으로 조명을 많이 받고, 흑인들 사이에서는 그 주말이 하나의 비공식적인 명절기간처럼 여겨지기도 한다고 합니다.
다 아시겠지만 NBA는 프로 농구 리그인데요, Eastern Conference와 Western Conference로 나뉘어 있고, 총 서른 팀입니다. 30년대에 출발한 NBL이라는 소도시 중심의 리그가 40년대 중반에 시작한 BAA라는 NBA의 전신에 흡수되면서 1949년에 정식으로 시작을 했습니다. 이 BAA라는 리그의 창립멤버 중 세 팀이 아직도 NBA에 있습니다. 지금은 San Francisco에 있어서 Golden State Warriors라는 이름으로 불리지만 출발은 Philadelphia였죠. 그리고 Boston에 있는 Celtics와 바로 여기 맨하탄을 연고로 하는 New York Knickerbockers가 그 세 팀입니다.
뉴욕같은 대도시에서는 농구의 인기가 굉장히 높고, 지금은 농구가 전세계적인 스포츠가 되었습니다만, 사실은 미국 전체로 봤을때 인종, 지역을 불문하고 골고루 인기가 높은 football과 달리, 농구의 인기는 그렇게 좋지는 않습니다. 지금도 그러니 예전에는 더 인기가 없었죠. 물론 60-70년대에도 농구팬이라면 선수들의 이름도 잘 알고 열성적으로 응원을 했지만, 사회 전반적으로 지금처럼 이슈는 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여러가지 복합적인 이유로 인해 70년대 말에는 인기가 조금 추춤했었죠. Postseason 경기조차도 다 전국방송이 되지 않은 것은 물로, 결승전도 녹화방송을 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하니 지금은 상상이 되지 않는 일이죠?
그러다가 80년대에 NBA는 네 명의 은인을 만나게 됩니다. 우선 대학때부터 상반되는 스타일로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던 Larry Bird와 Magic Johnson이 운명적으로 NBA의 영원한 라이벌 팀으로 가게 되면서 NBA가 조금 활기를 띠게 되었죠. 백인이지만 좀 더 시골 출신이고, 좀 다듬어지지 않은 외모인 Bird는 Boston으로, 흑인이고 도시 출신이고 사교를 잘 하면서 화려한 플레이로 알려진 Magic은 LA로 갔습니다. 그러면서 NBA가 관심을 조금씩 더 끌기 시작했죠. 이 둘의 인기도 높아져서, 80년대 중반에는 같이 운동화 광고를 찍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84년에 기념비적인 일이 둘 생깁니다. 하나는 다 아시겠지만 어떤 선수가 데뷔를 한 것인데요, 이름이 뭐였더라...Michael 뭐였는데요. 네, 바로 Jordan입니다. 이 사람은 앞의 두 선수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운동화 뿐이 아니라 다방면에서 광고수입을 올리게 되었죠. 그리고 그보다 몇달 앞서서 20년 전 이번 주, 새 Commissioner가 취임을 합니다. David Stern인데요. 뉴욕 출신의 변호사였죠. 이 사람이 NBA를 현재의 위치로 성장시킨 장본인입니다. 인기며, 시청률, 팀의 값어치, 선수들의 연봉, 세계적인 인기, 문화와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다른 프로 스포츠 관계자들이 따라하고 싶을 정도로 business 측면에서 뛰어난 역량을 보였습니다. 물론 안 좋은 말도 많이 들었습니다만, 적어도 금전적인 면에서 보자면 이 사람한테 고마워야 할 사람이 아주 많습니다. 이분이 딱 20년 후인 지난주에 사임을함으로써, 이제 NBA는 한 시대가 저물고 새 시대가 열렸다고 하겠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세 선수 외에도 80년대에 수퍼스타가 많이 나왔었죠. 농구라는 스포츠가 지금처럼 세계적인 인기를 얻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1992년 하계 올림픽이었는데요. 아마추어만이 아니라 프로 선수도 참가할 수 있도록 규정이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사실 NBA도, 미국 농구협회도 이 아이디어를 그리 달가워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 팀에 뽑힌 열두 명의 선수들 중 NBA 선수였던 열한 명은 수퍼스타였고, 다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 있습니다. 이 Dream Team 자체도 팀으로서 명예의 전당에 뽑히기도 했고요. 당시 바르셀로나에서 이 사람들의 인기는 락스타, 한국의 아이돌의 그것을 연상시켰다고 하는데요, 이후 다른 나라 선수들의 수준을 향상시키는 결과를 낳기도 했었죠.
NBA는 사실 수퍼스타가 많습니다. 우선 다섯 명씩 두 팀이 경기를 하니까 선수의 수가 적고, 적은 수의 관람객이 비교적 가까이서 볼 수 있고, 헬멧 같은 것을 착용하지 않아서 더 인지도를 높이기 쉬운 것 같습니다. 또 중요한 것은 개인기에 많이 의존을 한다는 점인데요. 그러다보니 제일 잘하는 선수가 있는 팀이 대부분 이기게 되어있고, 그것은 바로 좋은 선수를 데려가려는 경쟁으로 이어집니다. 그래서 draft의 순서도 중요하고, 선수가 부상을 당해서 오래 결장을 하면 팀의 성적에 아주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아까 Michael Jordan에 대해 잠깐 말씀을 드렸는데, 이 사람은 농구, 나아가 스포츠를 뛰어넘는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죠. 광고계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었고, 선수와 광고주의 관계에 새 장을 연 사람이기도 합니다. 또 David Halberstam이라는 유명한 언론인이 이 사람에 대한 책을 쓰기도 했고요. 이 책에 있는 일화로 인해 이 사람이 오래 사람들에게 회자되었습니다. 이 사람이 자란 곳이고 모교가 있기도 한 North Carolina 주의 상원의원이 인종차별주의자라고 알려지면서 그에 대적하는 흑인 후보가 나왔는데 그 사람을 지지해달라는 부탁을 거절하면서 공화당 지지지도 운동화를 산다, Republicans buy sneakers, too, 라는 말을 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나중에 NBA 선수 출신 정치가가 대선 경선에 나왔을 때, 또 오바마 대통령 재선 운동때는 지지를 했습니다.
NBA All-Star Weekend는 다음주 주말, 즉 14, 15, 16일이고요, 그외에도 농구로 대변되는 미국 내의 특정 문화에 대해 더 알고 싶으시면 매주 목요일에 TNT 채널에서 NBA 경기를 둘 중계하고 나서 나가는 Inside the NBA라는 심야 프로 시청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