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n words in English

미국에서의 생활을 보다 더 보람되고 의미있게 하려면 물론 미국문화를 잘 알고 영어를 잘 써야겠지요. 당연한 얘기입니다. 그런데 영어는 정말 어렵다고 느낄 때가 참 많죠? 한국사람에게는 유럽 쪽의 언어가 대체로 발음이나 문법이 어렵긴 한데요, 영어는 발음자체도 힘들지만 발음하는 방법이 하도 많아서 헷갈릴 때도 많죠. 거기에는 여러 원인이 있습니다만, 그중 하나는 외래어입니다. 오늘은 보통 영어에서 자주 쓰는 외래어에 대해 말씀을 나눌까 합니다

Source: Oxford Dictionaries

Source: Oxford Dictionaries

영어는 외국에서 들어오는 어휘에 굉장히 관대한 편입니다. 그래서 무슨 말이 있으면 그걸 영어로 번역해서 쓰기보다는 살짝 영어식으로 발음을 바꾸거나 때로는 철자만 약간 변화를 주기만 합니다. 

우선 French 불어가 있죠. 한국인들뿐만이 아니라 미국사람에게도 어려운 발음이라 불어의 영어발음은 대체로 엉망입니다. 가장 많이 쓰는 “restaurant”같은 것도 맨 끝이 한국어에 있는 발음으로 보자면 “ㅇ” 받침에 가장 가까운데, 미국사람들 중에는 물론 “레스토랑”과 비슷하게 발음하는 사람도 있지만 글자 그대로 읽는다고 “레스토란트”처럼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패션, 예술이나 음식문화와 관계된 말 중에 불어가 참 많은데요, 똑같은 뜻이지만 영어로 하는 것보다 불어로 하면 소위 좀 “있어보인다”는 느낌이 든다고 하겠습니다. 예를 들어서 “전채”는 “appetizer”보다 “hors d'œuvre”라고 하면 더 격식이 있는 것 같죠. 한국어표기로 “오르 되브르”라는 이 불어단어를 제대로 발음하려면 “hors d'œuvre”에 가깝지만 영어권에서 상류층의 모임을 제외하고는 이렇게 발음을 하면 매우 재수없어보일 수 있으니까 영어식 발음도 익혀두시는 게 좋습니다. 한국도 마찬가지지 않습니까? 예를 들어서 라디오, 이래야지 본토발음으로 하겠다고 뤠이디오우 이러면 좀 그렇죠. 

영어권 사람들은 단어의 끝에 “에” 발음이 오는 것을 잘 못합니다. 그래서 한국어표기로 “부페”라고 하는 불어단어 “buffet”도 부페이 또는 버페이라고 발음하기도 합니다. 무용의 발레도 “ballet”이지만 발레이 또는 밸레이 비슷하게 발음하고요. 미국에 오신지 오래되신 청취자께서는 약간 생소하실 수도 있겠지만 요즘은 한국에서도 주차요원이 해주는 주차를 가리킬때 불어에서 온 영어의 외래어를 들여와서 쓰고 있는데요. “V-a-l-e-t”라고 대리주차요원이나 옆에서 시중드는 사람을 뜻하는 단어인데, 불어발음은 “valet”입니다만 영국에서는 영어식으로 읽어서 “vae-lit”이라고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vae-ley 또는 vah-ley라고 발음하죠. 한국에서 안내문을 보면 “발렛 파킹”이라고 많이 되어있는데요, alphabet의 철자를 그대로 풀어 발음한, 약간 국적불명의 표기라고 하겠습니다. “발레 파킹”이 더 맞을 수도 있지만 V와 B가 한글로 표기했을 때는 구분이 안되기 때문에 혹시 그걸 보고 주차요원이 춤을 추면서 주차를 해주나, 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네요.

Italia 말도 많죠. 특히 음악이나 예술, 음식에 많은데, 한국사람의 입장에서는 사실 좀 쉬운 발음인데 미국사람은 또 힘들어해요. 한국어 표기가 미국영어식 발음보다 더 원어에 가까운 것은 지명에도 많이 나타나는데요, 이럴 때 좀 고민을 하게 됩니다. 파리와 Paris, 베를린과 Berlin은 애교수준이라고 하겠고요, 미국과 가까운 Cuba는 한국에서 쿠바라고 쓰는 것 같은데 미국에서는 Q-ba라고 하죠. 얼마전 지진이 난 아이티도 미국에서는 Haiti라고 하기 때문에 그게 다른 나라인줄 알았다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요새는 cafe에 가면 espresso의 본고장인 Italia어를 많이 쓰지 않습니까? 한국사람은 라떼, 하고 원래 발음과 비슷하게 말을 하는데, 미국사람은 lah-tey라고 하죠. 그래서 미국에서 주문을 할 때는 그점도 염두에 두고 발음을 선택해야겠죠? 그나마 라-테이라고 하는 게 이태리식 발음을 따라해서 그정도이지, l-a-t-t-e라는 철자만 보면 아마 래티라고 발음을 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비슷한 것으로 전세계인이 좋아하는 pizza 피자가 있습니다. 영어에서 이렇게 “z”처럼 겹치는 자음 전의 모음 “i”는 보통 짧은 “i”로 발음을 하게 되죠. “Pizza”처럼요. 어지럽다는 뜻의 “dizzy”를 생각하시면 되겠는데요. 그런데 이태리어에는 그 발음이 없기 때문에 긴 “i” 즉 “이이”로 발음을 합니다. 이렇게, 발음하는 방법이 단어의 어원에 따라 달라지기도 해서 좀 복잡합니다.

인도는 오랫동안 영국의 식민지였지만 문화적으로는 반대로 영향을 끼친 것도 많습니다. 그래서 자연히 인도의 말이 영어로 들어간 것이 많은데요. 예를 들어 잠옷이라는 pyjamas, 옷 위에 두르는 shawl, 색깔에 나오는 khaki 등은 인도와 Persia 쪽 말이고, 과일 같은 것으로 만들어서 파티 때 많이 마시는 punch, 머리감을 때 쓰는 shampoo, 또 숲이 우거지고 무서운 동물이 많은 jungle, 모양이 딱 잡혀있는 팔찌인 bangle 등도 원래는 인도에서 온 단어입니다. Yoga나 guru, 또는 중국을 거쳐 오느라 한국에서는 열반이라고 말하는 불교의 nirvana도 인도쪽 Sanskrit 단어이죠.

일본에서 들어온 말도 꽤 많은데요, sushi, sashimi, tofu, miso, soba, sake, teriyaki, ramen, samurai. karate같은 것은 미국에서 일반인들도 거의 다 아는 단어가 되었죠. 또 선생이라는 한자로 일본어로는 센세--라고 하는 말이 영어로는 sensei라고 쓰고 발음하고요. 반대로 일본에 들어갔던 영어 단어를 돌려받아서 특정한 뜻이 있는 말로 쓰는 것도 있습니다. Anime라는 것인데요, 당연히 보통 만화영화라고 하는 animation을 줄이는 걸 좋아하는 일본에서 줄여서 부른 말이죠. 그런데 이게 미국으로 역수입되면서 애니메이 비슷하게 발음하게 되고, 일본에서 만든, 또는 일본풍의 만화영화를 지칭하는 단어가 되었습니다.

20세기 이전에는 학문적인 용어에 독일어와 불어가 많았죠. 예를 들어 한국에서 예전에는 독일어인 원어를 따라서 알레르기라고 했는데 이제는 영어발음 allergy를 따라서 알러지라고 하죠. 마찬가지로 에네르기였다가 이제는 energy 에너지가 되었습니다. 일상적인 영어에서 사용하는 대표적인 독어 어휘로 “Kindergarten” 유치원이 있는데요. 독일어로는 “t”를 발음해서 “Kindergarten”이지만 미국영어에서는 “t”를 제대로 발음하지 않고 kinder-garden 비슷하게 말합니다.

또 독일어와 비슷하지만 다른 Yiddish, 즉 북유럽 중심으로 유대인들이 쓰던 말도 미국영어에 나옵니다. 즐겨 먹는 bagel, 한국어로 배짱이라고 할 수 있는 chutzpah, 또 투덜대며 불평한다는 뜻의 kvetch 등등 많은데요. 유태인들이 많은 지역에서는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입니다.

지금은 한국에서도 제2 외국어가 대학입시에서 선택이라서 다들 공부하지는 않고, 미국에 오신 분도 영어가 우선 급하다라는 생각에 다른 외국어에까지 신경이 미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언어, 특히 인도유러피안 쪽 언어를 알게 되면 영어를 이해하는데 정말 큰 도움이 됩니다. 미국에서 생활하면서 생소한 단어를 접했을 때, 혹시 그게 외래어인지 알아보면서 언어의 전파와 같이 일어난 문화적인 소통도 살핀다면 영어를 더 뜻깊게 배울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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