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s and New York

열흘 가까이 뉴욕 아시아 영화제 진행에 조금 도움을 드리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영화, 하면 또 미국을 빼놓고 말을 할 수가 없죠. 그래서 오늘은 영화에 대해 조금 말씀을 나눌까 합니다.

Lincoln Center

Lincoln Center

미국의 영화인들은 Hollywood라는, 어쩌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brand를 만들어내었죠. 그리고 21세기에 세계의 패권이 다른 나라로 넘어가거나 세계의 control을 다른 나라와 공유하게 되더라도, 이 영화나 대중음악 등을 통한 문화적인 영향력은 아마도 미국이 계속 지키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미국인들에게 영화는 원래 그렇게 세계지배를 목표로 만든 건 아니었죠. TV가 없던 시절, 특히 유성영화가 나오기 시작한 ‘20년대 말부터 ‘30년대에는, 영화가 정말 큰 역할을 했습니다. 아시겠지만 ‘20년대 말에 대공황이 왔죠. 그래서 다들 가난하고 재미없게 살던 때였는데요. 매주 동네에 있는 영화관에 가서 새로 개봉한 영화를 보며 거기 나오는 배우들의 화려한 의상이나 신나는 노래 등을 감상하는 것이 정말 큰 낙이자 유일한 즐거움이면서 척박한 현실에서 잠시 도피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30년대에는 현실과 정반대인 영화가 인기가 많았습니다. 특히 10편 정도의 작품을 같이 한 dance 영화의 고전적인 couple, Fred Astaire와 Ginger Rogers의 영화는 대부분 흑백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의 눈과 귀를 즐겁게 했죠. 지금도 마니아가 굉장히 많은데요. 영화의 줄거리는 가볍고 가끔은 오해를 동반한 romance가 대부분이지만, 그중 Follow the Fleet이라는 영화에는 현실을 반영한 scene이 하나 나옵니다. 영화 속에서 또 무대를 꾸미는 설정인데요, 이 무대에서 두 배우는 모종의 이유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는 여자와, 돈을 다 잃은 후에 그걸 보고 말리는 남자로 나옵니다. 지난번 말씀드렸던 Irving Berlin이 지은 “Let’s Face the Music and Dance”라는 곡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장면은, 예쁜 드레스를 입고 세상을 등지려던 여자를 tuxedo를 입은 남자가 구해주고 나서, 둘이 “여기 사람들이 계산을 해달라고 하기 전에” “before they ask us to pay the bill,” 음악에 맞춰 춤을 춥시다, 라면서 멋지게 춤을 추죠. 여기서 “face the music”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음악을 마주한다는 뜻도 있지만, 숙어 표현이기도 합니다. 어떤 일에 대한 결과, 나쁜 consequence를 피하지 않고 직시한다는 뜻도 있죠. 좋은 언어유희가 대부분 그렇듯, 여기에서도 두 가지 뜻을 다 포함하고 있고요.

그런가 하면 ‘40년대에는 제 2차 세계대전에 미국이 참전하게 되면서, 사기를 북돋는 내용의 영화가 많이 나왔죠. 그리고 ‘60년대 초까지는 Hollywood의 큰 studio들이 배우들도 관리하고, 제작에도 참여하면서 감독들과도 계약을 하던 system으로 대부분 운영이 되었는데요. 요즘 한국 연예계는 거의 기획사가 소속 배우나 가수의 이미지나 공식적인 활동 전체를 관리해주는 게 보편적이죠. Hollywood에서는 ‘20년대부터 ‘60년대 초까지, 이렇게 studio system이 그런 역할을 했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그리고 ‘60년대부터 큰 변화가 있죠. 잘 아시겠지만 anti-hero라고 해서 기존의 멋지고 용감하고 잘생긴 주인공에서 좀 벗어나서 찌질하거나, 미남이 아닌 사람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도 많아지고, 주제도 애국이라든가, 미국의 전통적인 가치를 높이 사는 것보다는 좀 사회비판적인 내용도 많아지게 됩니다. 그런데 사실 이게 ‘60년대에 갑자기 나온 건 아니죠. ‘50년대, 미국에서는 다들 잘 살고 전쟁이나 이념적인 분쟁이 없었다고 여기던 시절, 사실 McCarthyism이라고 해서, 이념적으로 위험하다고 지목이 된 사람들을 각자의 분야에서 쫓아낸 시기가 ‘50년대 초에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많은 이들이 Hollywood를 떠났고, 그중에는 New York에서 연극을 한 사람도 있었지만, 아예 연예계를 떠난 사람도 많았는데요. 지금이야 뭐 자본주의라는 이름 아래 한마음 한뜻으로 뭉쳐서, 이념적인 대립은 Hollywood에서 설 자리를 잃은지 오래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기서 잠깐 미국사람들이 외국영화를 어떻게 보나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은데요. 이건 비단 영화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거의 모든 것에 해당한다고 하겠는데, 미국사람들은 외국영화를 많이 보지 않죠. 그런데 그게 외국영화를 싫어해서는 아닙니다. 그보다는 영어가 아닌 영화, 자막이 있는 영화를 불편해해서입니다. 제가 미국에서 처음 학교에 다닐 때 아직도 기억에 남는 일이 하나 있었습니다. 과학시간이었는데요, 선생님이 과학자 누구누구를 말하면서 이사람이 쓴 책이 독일어고 이런 제목이다, 라고 말씀을 하셨더니 학생들이 많이 놀라면서, 영어가 아니었네, 하는 겁니다. 비슷한 일을 몇 번 더 겪은 후에 알게 된 사실은, 어린 미국 학생들은 모든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나 작품이 영어로, 또는 미국 사람에 의해, 이루어졌다고 우선 생각하고 있었다는 거죠. 한국과 대조되는 부분인데요. 한국에서는 영화든, 소설이든, 발명이든, 뭔가 중요하고 유명한 것은 당연히 외국에서 했을 거라고 일단 생각을 하고 보는데, 미국은 반대였던 것입니다. 그래서 미국사람이 한국영화를 혹시 좋아하지 않는다면 그건 동양사람, 한국사람이 나와서라기보다는, 영어가 아니라서가 더 큰 이유가 됩니다. 한국사람은 Sweden, France, Italy 등의 영화도 좋아하고 같은 Asia의 중국이나 일본 영화도 좋아하지만, 미국인 중에서 문화적으로 세련된 사람이 아닌 다음에는 Europe영화나 동양 영화나 거의 마찬가지로, 좀 부담스러워합니다.

Blockbusters가 나오기 시작한 ‘70년대부터는 미국이 미국사람들에게 미국을 좋게 보이게 하려는 것보다는, 영화를 통해서 전세계 사람들에게 미국의 문화와 사고방식을 전파하려는 모습을 보인다고 하겠는데요. 그중 많은 이들이 세계의 중심이라고 꼽는 New York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도 참 많습니다. 요새 영화는 다들 잘 아실 것 같아서, 2000년 이전의 영화를 소개하겠습니다. 

New York에 가장 많이 사는, 뜨지 않은 배우들의 이야기를 그린 ‘82년작 Tootsie가 있고, 피도 눈물도 없는 금융권의 세계를 다룬 ‘87년작 Wall Street이 있습니다. 조폭과 범죄, 부정부패에 관한 영화도 많은데요. 가장 유명하고 이번주 영화제에서 배우 이정재씨도 언급한 ‘72년작 The Godfather가 있고, “You talkin’ to me?”라는 명대사를 낳은 ‘76년작 Taxi Driver, 또 ‘54년작으로 정말 유명한 대사가 나오는 <<부두>>, On the Waterfront가 있는데요, 여기서 Marlon Brando가 연기하는 주인공이 하는 말이죠: “I coulda been a contender. I coulda been somebody.” 나는 뭔가가 될 수 있었을 수도 있어, 라고 합니다. 그외 서민과 평범한 사람들, 여러 인종과 민족에 대한 ‘89년작 Do the Right Thing, ‘93년작 Lost in Yonkers, ‘87년작 Moonstruck, ‘77년작 Saturday Night Fever, 또 Sc-fi인 ‘73년작 Soylent Green이 있습니다. 행복하기만 한 것이 아닌 상류사회를 그린 ‘61년작 Breakfast at Tiffany’s, ‘93년작 Six Degrees of Separation이 있죠. 마지막으로 New York하면 떠오르는 감독 Woody Allen의 ‘77년작 Annie Hall도 좋습니다. 아직 안 보신 것 시간 나실 때 하나씩 찾아보시면 재미도 있고 New York과 미국에 대해 더 친밀하게 느끼게 되어 일석이조겠죠?

Watch the official video for The Bee Gee's "How Deep is Your Love." This song was used as part of the soundtrack to the film Saturday Night Fever, and was included in Rolling Stone's list of the 500 Greatest Songs of All Time!

khora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