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Kennedys

오늘은 뉴욕을 조금 벗어난 곳의 소식을 말씀드릴까 하는데요. 월요일에 제가 오래 살았던 Boston 지역에서 오랫동안 미국 연방 상원의원이었던 고 Ted Kennedy를 기리는 연구소를 열면서 Barack Obama 대통령 내외를 포함, 미국 정계의 거물들이 대거 참석을 했죠. 이 연구소의 정식 이름은 The Edward M. Kennedy Institute for the United States Senate으로, 케네디 의원 기념 미 연방 상원 연구소 정도가 되겠네요. 

Robert Kennedy, Ted Kennedy, and John Kennedy.

Robert Kennedy, Ted Kennedy, and John Kennedy.

미국에서는 보통 전직 대통령을 기리는 도서관을 많이 짓죠. 얼마 전 문을 연 Bush Library도 있고요. 더 유명한 대통령인 경우에는 다른 데에 이름을 붙이기도 하는데요. Washington에 있는 Reagan 공항이나, 바로 여기 있는 JFK 공항이 그 예입니다. JFK는 John F. Kennedy로, Ted의 형이죠. 그 둘 사이에 법무장관을 지냈고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섰던 Robert F. Kennedy가 있어서 이분의 이름을 딴 Stadium이 Washington에 있기도 하죠. JFK Airport, RFK Stadium에 이어 이번에는 EMK Institute까지, 참 대단한 가문입니다.

JFK도 물론 도서관이 있습니다. Boston의 University of Massachusetts에 있는데, 그 바로 옆에 이 연구소가 세워졌거든요. 그런데 이 연구소의 건립을 다들 환영하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그 이유는 몇가지가 있는데요. 가장 큰 이유는 극히 미국적입니다. 쉽게 말해서 건립비용의 출처입니다.

대통령도 아니고 특정 당의 멤버로서 특정 주를 대표하여 정치생활을 한 사람의 이름을 딴 연구소를 짓는데 약 38 million의 연방 정부 돈, 즉 국민의 세금이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불만을 표시하는 가장 큰 부분이죠. 한 사람을 위한 단체가 아니라 미국의 상원에 대해 배우고 연구하는 목적을 가진 곳이라서 기념관이나 도서관이 아닌 연구소라고 이름을 붙였다고 해도 사람들의 인상은 그와 다를 수 있는 것이니까요. 특히 지금처럼 경제사정이 좋지 않을 때는 그런 불만의 목소리가 큽니다. 그런데도 이런 크기의 돈을 연방정부에서 가져올 수 있었던 것은 아무래도 이 분이 the Lion of the Senate이라고 불리면서 46년간 상원의원으로 있는 동안 양 진영에 많은 친구를 만든 덕이라고 하겠습니다.

물론 그 세금 문제 이면에 깔린 비판이 있죠. 바로 이 사람의 정치색과 사생활에 관한 건데요. JFK는 대통령이었고, RFK도 그 후광을 입고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섰다가 암살을 당한 후에 자연히 이 막내동생인 Ted에게 관심이 쏠렸었는데요, 그 대권의 꿈은 1969년 여름 Massachusetts주의 Chappaquiddick 섬에서 무너집니다. 이 사람의 차가 다리에서 떨어져서 물에 잠겼는데 이 사람은 빠져나오고 동승했던 여성분은 사망을 했죠. 한국사람에게는 슬프게도 어딘가 익숙한 스토리인데요. 이 scandal로 인해서 1972년과 ‘76년에는 대통령의 ㄷ자도 입밖에 내지 못하긴 했지만, 어쨌든 상원의원직은 유지했다는 것도 좀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사실입니다. 

드디어 1980년에 대통령 후보 경합에 나섰는데, 마지막에 당시 대통령이던 Jimmy Carter에게 지게 됩니다. 그래도 그해 여름 민주당 전당대회에 나가서 패배를 인정하며 민주당의 단합과 미국의 미래에 대한 희망의 message를 담은 명연설을 하게 되는데요. 마지막 구절이 특히 인상적입니다. 제가 한번 읽어보겠습니다.

“[T]he work goes on, the cause endures, the hope still lives, and the dream shall never die.”

“일은 계속되고, 명분은 지속되고, 희망은 살아있으며, 꿈은 절대 죽지 않을 것입니다.”정도의 뜻이죠. 그후에도 회자되는 연설이 많았습니다만, 최후의 명연설이 하나 남아있었으니 거의 30년 후인 2008년 역시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암수술 직후에 깜짝 게스트로 나타나 한 Obama 지지연설이었습니다. 이게 없었으면 Obama 대통령도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역시 마지막이 인상적인데, 제가 읽어볼까요?

“The work begins anew. The hope rises again. And the dream lives on.”

“일은 새로 시작되고, 희망은 다시 샘솟으며, 꿈은 이어집니다.”라는 얘기죠. 1980년의 연설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정말 어떤 의미에서든 소름이 끼칠 정도로 소위 임팩트 있는 구절입니다.

물론 써놓고 봐도 좋습니다만, 이런 것은 이분의 목소리로 직접 들으셔야 효과를 제대로 느끼실 수 있습니다. 그만큼 웅변을 잘 했는데요, 아마 이분이 그런 식의 연설로는 마지막 달인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입니다. 지금은 이렇게 할 수 있는 사람도 없고, 하더라도 구식이다, 자연스럽지 않아서 거부감이 든다,라고 반응을 할 지도 모르죠. 그러나 이 사람이 하면 정말 어울리고 무엇보다 효력이 있었죠. 이 세 형제가 다 공식석상에서는 누가 써준 말을 정말 잘 소화를 했지만, 사적인 자리에서 자기의 힘으로 말을 할 때는 그냥 그랬다고 하죠. 그러나 연설할 때의 카리스마와, 연설 내용에 그 사람들의 이미지가 합쳐진 결과물은 미국 사람들이 제아무리 세련되고 이 세상을 잘 알더라도 어디엔가 아직도 가지고 있는 이상주의에 호소해서 마음을 움직입니다. 

이 Kennedy 가문이 100여년 전만 하더라도 미국에서 사람취급을 하지 않던 Irish의 후손이었지만, 이제는 미국의 왕족같은 존재이면서도 개개인을 보면 문제도 많고 비극도 많아서 웬만한 소설이나 드라마보다 더 극적인 삶을 살고 있기도 합니다. Ted Kennedy는 원래는 이렇게 크게 될 인물은 아니었지만, 형들의 몫까지 채우려고 하다보니 결국 오래 살면서 더 많은 일을 하고 존경을 받을만한 사람으로 바뀐 노력파입니다. 그래서 이 연구소도 이 사람을 기린다기보다는 완벽과는 거리가 멀던 사람이 꿈을 가지고 나름대로 열심히 미국을 위해 산 예를 보고 그게 상원의원이자 투표를 통해 공직에 오른 사람의 자세라는 것을 일깨워주는 역할을 한다고 하겠습니다. 그래서 조금 오글거리시더라도 오늘 좋은 아침 잠시만, 세상에서 익힌 쓴 맛을 잊으시고 Ted Kennedy의 연설을 열린 마음으로 음미해보기시는 것은 어떨까요.

오늘 노래는요, 그 연장선에서, Don Quixote의 이야기를 담은 musical Man of La Mancha에 나오는 “The Impossible Dream”입니다. 2009년 Ted의 장례식에서도 불린 노래입니다. “To dream the impossible dream” 불가능한 꿈을 꾸고, “to fight the unbeatable foe” 이길 수 없는 상대와 싸우며, “to bear with unbearable sorrow” 견딜 수 없는 슬픔을 견디고, “to run where the brave dare not to go” 용감한 자도 가기 꺼리는 곳으로 뛰어가는 것으로 시작해서 “to reach the unreachable star” 닿을 수 없는 별에 닿는 것으로 끝나는 가사를 들으시면 이 노래를 왜 Robert와 Ted Kennedy가 좋아했나 이해되실 거예요.

The Impossible Dream from the Man of La Mancha studio cast recording, sung by Ron Rain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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