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adway Joe & the Jets

요즘은 NFL이 경기 내용 외적인 일로 더 뉴스에 오르내리는 것 같은데요, 오늘은 지난번에 이어서 이 미식축구, 그중에서도 프로 리그에 대해서 말씀을 나눠볼까 합니다. 미식축구의 인기는 지난번에 말씀드린대로 경기의 진행방식과 TV 중계, 시청습관등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일요일이 게임을 TV로 중계하는데 큰 영향을 끼친 경기의 45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날짜까지 같아서, 1968년 11월 17일에 미식축구뿐이 아니라 다른 경기의 중계방식에도 을 바꿔놓은 사건이었습니다.  

Joe Namath

Joe Namath

이날 the New York Jets가 California에 가서 the Oakland Raiders와 원정경기를 했습니다. 사실은 이때는 이 두 팀이 NFL이 아니라 AFL이라는 다른 리그에 속해있었는데요.  아시겠지만 서부에서 하는 경기이다보니 동부시간으로 오후 4시에 시작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 두 팀이 당시 큰 라이벌이라서 미국 전체로 방송이 나갔는데요, 굉장한 육탄전이 되는 바람에 penalties도 많았고, 작전 타임도 많게 되고, 자연히 시간이 많이 걸리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원래는 세 시간이면 끝나야 하는데 예정종료시간인 7시까지 끝나지 않았습니다.  요새같으면 당연히 게임이 끝날 때까지 보여주고 원래 예정된 다음 프로그램은 좀 지연을 시키죠.  그런데 이때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동점이었다가, 경기시간으로 65초 남긴 상황에서 the Jets가 field goal로 3점을 득점, 32대 29로 앞섰습니다.  딱 그때 뉴욕을 포함한 동부쪽의 방송국이 이 게임중계를 중지하고 예정된 프로를 방송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 프로는 TV용으로 제작된 특선 영화 Heidi였는데요.  생각해보십시오.  그때는 인터넷도 없었고, 뉴스 채널도 없었고, 스포츠 채널도 없었고, 당연히 화면 밑으로 뜨는 여러 경기의 스코어도 없었던 시절입니다.  그러니 갑자기 시청자들이 놀라고 화가 났겠죠?  그런데, 그 남은 경기시간 65초동안 Oakland가 터치다운을 두 개나 했습니다.  그래서 43대 32로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영화 도중에 자막으로 나갔다고 합니다.  어떻게 그 점수가 나왔는지 모르는 입장에서는 얼마나 답답하고 화가 났겠습니까?  그래서 이 사건 이후로 시간상의 이유로 게임중계를 중지해야하는 상황에는 꼭 방송국 윗사람의 명령을 그때그때 받도록 하고 있는데요, 그 계기가 된 이 경기를 the Heidi Game 또는 the Heidi Bowl이라고 합니다.  The Jets의 팬이라면 별로 반가운 이름은 아니겠죠.  

그런데 여기서 제가 AFL이라고 말씀을 드렸는데, 왜 NFL이 아닐까요?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NFL은 이 AFL과 NFL이 합쳐진 리그를 말합니다.  원래의 NFL은 1920년에 출범했는데요, AFL이라는 신생 리그가 1960년에 생겨서 NFL보다 조금 수준이 떨어진다는 평을 듣다가 66년에 두 리그를 1970년 시즌부터 합치기로 결정을 했죠.  그 결정을 하게 된 데에는 당시 Jets의 quarterback이었던 Joe Namath의 영향도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 사람은 양 리그에서 지명을 받았지만 AFL을 택해서 당시 파격적인 계약금도 받으면서 화제가 되었었습니다.  보통 뉴욕의 팀에서 선수생활을 하려면 이 도시에 알맞는 성품이어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요, 이 분은 그런 면에서 뉴욕에서 뛰기 위해 태어난 것 같은 선수였습니다.  화려하고, 파티하는 걸 좋아하고, 옷도 멋지게 입고, 말도 잘 하고, 카메라 앞에 서는 것도 좋아하고, 연예인들과도 친분이 있고, 요란스럽고, 이런 성격이라서 별명이 Broadway Joe였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Heidi Game에서도 이 분이 quarterback이었죠. (아마 Jets 역사상 가장 유명한 선수가 아닌가 합니다.  요즘도 심심치않게 TV 등에서 그 모습을 볼 수 있는 사람입니다.)  

(NFL이 AFL과 합치기 전에는 NFL Championship Game을 했었습니다. 요새도 혹시 늦은 시각에 TV를 보신다면 흑백으로 된 옛날 NFL 경기에 대한 프로가 방송될 때도 있습니다만,) 유서깊은 팀은 여기에 속했었죠.  Giants라든가, the Green Bay Packers, the Pittsburgh Steelers, the Dallas Cowboys, the Detroit Lions, the Chicago Bears, the Philadelphia Eagles, the San Francisco Forty Niners 등이 다 원래는 NFL 팀이었습니다.  합치고 나서 이 중 몇 팀은 AFC로 옮기게 되었고요, (아까의 Jets, Raiders, 또 Patriots 등은 원래 AFL에 속했고 합친 후에도 자연히 AFC로 남게 된 케이스입니다.)

1970년에 합치게 되었지만 merger를 하기로 결정이 된 후부터는 NFL과 AFL의 챔피언이 또 경기를 해서 최종 승자를 가리도록 했습니다. 이게 무슨 게임인지는 아시겠죠?  이 근처 MetLife Stadium에서 이번 2월에 열리는 Super Bowl입니다.  수퍼보울에는 아라비아 숫자 대신 로마 숫자를 쓰는데요, 올해가 48회, 즉 Super Bowl XLVIII이 됩니다.  NFL의 역사는 90년이 넘지만 수퍼보울은 48회밖에 되지 않는 것은 바로 이 AFL과 NFL의 챔피언이 경기를 또 하게 된 때부터 다시 세기 시작해서입니다.  (처음 66년 시즌 끝에 열린 경기 때는 이 이름이 없었습니다.  이 이름이 붙은 것은 바로 Joe Namath의 팀, the New York Jets가 아직까지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진출한 1968년 시즌의 경기때였습니다.)  68년 Jets팀은 아까 말씀드린 Heidi Game에도 굴하지 않고, AFL championship 경기에서 Oakland를 무찌르면서 Super Bowl III에 나가게 되었습니다.

그때의 상대, 즉 NFL의 챔피언은 the Baltimore Colts라는 유명한 팀이었고요.  이 팀의 quarterback은 Johnny Unitas라는 아주 전설적인 인물이었지만, 68년 시즌때에는 나이와 부상 탓에 다른 사람이 수퍼보울에서 주전으로 나왔습니다.  그래도 후세의 사람들은 이 사람과 Joe Namath와의 대결로 기억을 많이 하고 있는데요, 두 사람의 스타일이 달라도 이렇게 다를 수가 없었습니다.  Johnny Unitas는 머리도 군인처럼 짧게 깎고, 말수도 적고, 자기가 할 일을 묵묵히 하는 타입이었습니다.  사실 열 살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지만, 이 69년 1월에 열린 제 3회 수퍼보울은 quarterbacks로 봐도, 또 AFL과 NFL을 대표하는 팀의 측면에서도, 뭔가 신구세대의 대결같은 양상을 보였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AFL이 한 수 밑이라고 여겼기에 예상도 Colts가 대승을 하리라고 했습니다. 이때 Joe Namath가 자신의 별명에 걸맞는 말을 했죠.  게임 전에, 자기 팀이 이길 거라고 장담을 했습니다. 그리고 정말 많은 이의 예측을 뒤엎고 승리를 했고요, 그 경기 하나로 AFL의 위상도 높아졌는데요, 이렇게 무언가 특정한 사건이나 일로 어떤 사람이나 사물을 유명하게 한다고 할때 멋지게 쓸 수 있는 영어표현이 있습니다.  “Put something/someone on the map”이라는 말인데요.  “Broadway Joe put the AFL on the map with his performance in Super Bowl III.” 이런 식으로 말할 수 있겠죠.  누구를, 또는 어떤 것을 지도에 넣는다는 말이니까 그만큼 모든 사람이 다 알게 되고 인정을 받게 된다는 뜻입니다.  한국말로 배우에 대해 말할 때 무엇을 통해 스타덤에 올랐다, 이런 표현을 하죠.  최근에 영화 <<친구>>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유오성 씨가 그 속편에 출연한다는 뉴스가 있었는데요, 이럴 때 “He returns to the role that put him on the map.”  자기를 스타덤에 올린 배역을 다시 맡았다, 이렇게 말할 수 있겠습니다.

Jets와 Oakland와의 경기가 다음달에 MetLife에서 있을 예정인데, 혹시 가시거나 시청하신다면 이 Heidi game 얘기가 나오나 한번 보시는 것도 재미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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