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vest Moon

한국인의 명절 추석을 맞아 연관이 있는 Harvest Moon에 대해 말씀을 나눌까 합니다.  미국 문화에서 추석에 가장 가까운 것을 찾으라면 자연히 Thanksgiving 추수감사절을 떠올리게 되는데요.  추석을 Korean Thanksgiving이라고도 할만큼 비슷한 명절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추석에는 있지만 Thanksgiving에는 없는 것이 하나 있죠.  바로 보름달입니다.  음력 8월 15일인 추석은 양력으로 대부분 9월 말에서 10월 초, 즉 추분에 가깝게 있는데요.  그래서 그때 달의 궤도와 지구에서 지평선 사이의 각도가 가장 작다고 합니다.  그로 인해 북반구에서는 그때 달이 가장 빨리 뜨는 듯 느껴지고, 또 매일 밤 달이 거의 50분씩 늦게 뜨는데 이 추분에 가까운 보름달은 매일밤 늦춰지는 시간이 20~30분정도로 짧아서 거의 같은 시간에 뜨는 것 같은 기분도 든다고 하네요.  자연히 밝은 달 아래서 밤 늦게까지 추수를 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Harvest Moon은 한국처럼 큰 명절이 아니어도 추수기의 이 특별한 보름달을 가리키는 말이 되었습니다.  특히 유럽 사람들이 미대륙으로 오기 전부터 북미에 토착하여 살고 있던 북미토착민 중에서도 이 9,10월의 보름달을 수확과 연관시켜 이름지은 부족이 많은데요(, 대표적으로 Cherokee 부족이 있겠습니다).  오늘의 미국은 겉에서 쓱 보면 유럽의 영향만을 받은 것 같지만 실은 이 토착민의 관습이나 지명 등이 아직 많이 남아 있습니다.  뉴욕 근방만 해도 지명이 많죠? 지금 살고 계신 곳이 혹시 옛날 토착민이 지은 이름일 수 있습니다.  (토착민을 왜 인디언이라고 하면 안되는가 등에 대해 같이 말씀을 나눌 수 있겠습니다.) 또 미국에서 오래 살았던 가문의 사람 중에서는 조금이지만 이 토착민의 피가 흐르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죠.  이 추분을 전후한 보름달  Harvest Moon에 수확한 곡물 등으로 예식을 치르는 부족이 많았죠.  (이 토착민에 대해서는 나중에 또 기회가 오면 더 말씀을 나누기로 하고요.) 

Harvest Moon over the horizon.

Harvest Moon over the horizon.

여기서 잠깐 달의 명칭에 대해 알아볼까요?  한국어로는 초승달, 반달, 보름달, 그믐달 등이 있겠죠.  영어로는 보름달은 full moon이라고 하고 반달은 half moon인데요, 나머지는 부연설명이 좀 필요합니다. Crescent moon이라면 딱 떠오르는 모양이 있죠?  한국에서 달을 그리면 둥근 모습이 많고, 미국에서는 그것도 있지만 그에 못지 않게 이런 반달보다 더 덜 보이는 달을 그리는 경우도 많죠.  (Crazy for You, etc.)  (초승달같은 눈썹) 미국을 비롯한 서양에서는 초승달을 보면 눈썹이 아니라 pastry가 연상되는 것 같아요.  (토끼? 치즈?) Crescent moon은 보통 초승달에서 반달 사이까지 쓸 수 있겠고요, 보름달 뒤에 다시 반달이 된 다음부터도 쓸 수 있는데요, 그럴 때에는 초승달이라는 말을 할 수 없겠죠.  보름달 전인가 후인가를 확실히 하기 위해서 그 말 전에 waxing 또는 waning을 써서 waxing crescent moon, waning crescent moon 등으로 말할 수 있는데 아무래도 그렇게 입에 착착 붙지는 않죠? 그런데 가장 문제라면 문제인 것은 그믐달입니다.  달의 변화처럼 반복되는 주기는 사실 한 주기가 끝나는 동시에 그 다음 주기가 시작하지 않겠습니까?  그믐달이 한 주기의 끝을 생각하는 단어라면 미국에서는 이것을 다음 주기의 시작으로 보면서 new moon이라고 많이 부릅니다.  물론 old moon이라고 하는 경우도 있지만, new moon이 더 자주 쓰이죠.  이것은 곧 미국정서에서는 한 달의 주기가 끝나는 것에 대해 한국만큼 감상적이지 않다는 뜻도 되겠죠.  또는 감정적이지만 뒤를 돌아보기보다 앞을 보는 진취적인 면을 부각한다고도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천문학적으로는 new moon이나 그믐달이 같은 뜻을 지닙니다만, 저처럼 문학작품을 번역하는 경우에는 그 말에 담긴 느낌이/정조가 달라도 너어무 달라서 신경을 많이 써야하는 부분입니다.  

(Over the moon? Was your son happy to get the early acceptance letter to college? / Oh, he was over the moon about it.)

Harvest Moon을 주제로 한 노래를 하나 알아보겠습니다.  뉴욕의 Tin Pan Alley에서 나온 전통 대중음악 중에는 미국인들이 자연히 자라면서 멜로디를 알게 되는 노래가 많습니다. 이것이 소위 pop standards 또는 the Great American Songbook의 초기에 속하는 작품이라 하겠는데 그중에서 “Shine on, Harvest Moon”이라는 제목의 노래가 있죠.  1908년에 선을 보인 후 쭉 여러 아티스트가 여러 스타일로 연주한 노래이며, 달이 없으면 님이 무서워하니까 바깥에서 오래 님과 함께 있을 수 있도록 달에게 좀 환한 빛을 달라는 내용의 가사입니다.  후렴의 시작부분이 shine on, harvest moon입니다.  개인적으로는 Leon Redbone의 version을 좋아하는데요, 이 분은 얼마전에 나왔던 영화 Elf에서 눈사람으로 목소리 출연을 했고, soundtrack에도 참여를 했죠.  비록 추석에 벌초를 하거나 고향에 가지는 못하더라도, 보름달 아래서 이런 노래를 들으면서 소중한 사람들과의 좋은 시간을 떠올리는 것도 미국에서 추석을 보내는 한 방법이겠습니다.

Leon Redbone Performs "Shine On Harvest Moon" Written By: Jack Norworth Leon Redbone: Vocals, Guitar & Throat Tromnet William S. Fischer: String Arrangements Jerry Teifer: Background Whistling Background Vocals By: Captain Billy's Whiz Bang, Which consists of William Kruse, Frederick Mount the 3rd, Andrew Smith and Mark S.Bentl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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