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oes and Antiheroes

몇 년 전에 the American Film Institute라는 곳에서 미국영화 인물중 영웅 50명을 뽑은 적이 있습니다. 여기에서 heroes라는 말을 썼는데요, 전통적으로 전세계 문학에서 대부분 주인공은 영웅이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보통 소설이나 영화 주인공을 지칭하면서 hero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Hero라는 것은 한국에서 요즘 잘 쓰는 말중에서 엄친아라는 게 있는데, 그것과 상통하는 부분이 많은 사람이겠죠. 용감하고, 잘생기고, 재주가 많으며, 뭔가 기품이 있고, 이상주의자이며 도덕적인 인물로, 한마디로 존경심이 우러나는 존재라 하겠습니다. 

“I’ll make him an offer he can’t refuse”

“I’ll make him an offer he can’t refuse”

미국영화에서 hero라는 말은 우리가 생각하는 위인이기도 하지만, 보통사람이지만 이런 성품이 있는 사람도 지칭합니다. 그리고 이런 배역을 단골로 맡은 배우가 있었습니다. List에 오른 사람을 보면, 우선 James Stewart가 눈에 띄는데요, Mr. Smith Goes to Washington과 지난번 성탄절 영화로 소개해드렸던 It’s a Wonderful Life의 주인공을 연기했습니다. 또 그의 절친이자 제가 좋아하는 배우 Henry Fonda도 올라있는데요. 12 Angry Men에서 8번 배심원이자 주인공, 또 지난번 말씀드렸던 John Steinbeck의 소설 <<분노의 포도>>를 영화화한 작품에서 주인공인 Tom Joad역을 맡았습니다. 그외에 Gary Cooper도 두 작품이 올라있고, Humphrey Bogart도 Casablanca로 높은 순위에 올라있습니다. Hero는 남성형 명사이지만 여성 인물도 해당이 되어서, 리스트에는 Jodie Foster가 연기한 <<양들의 침묵>>의 주인공이라든가, 얼마전 말씀드린 TV sitcom Gidget의 주인공 배우인 국민여동생 Sally Field가 자라서 Academy 상까지 받은 영화 Norma Rae 주인공, 또 역시 제가 좋아하는 영화 Fargo의 여자주인공 보안관 역을 맡은 Frances McDormand도 있습니다. 

1등이 궁금하시죠? 이견이 거의 없을텐데, 역시 hero image에 딱 맞는 Gregory Peck이 연기한 변호사 Atticus Finch라는 배역으로, 영화 To Kill a Mockingbird에 나오는 인물입니다.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원작소설을 쓰기도 했고 나중에 그 자신의 이야기도 영화로 만들어진 Truman Capote의 어릴적 친구였던 Harper Lee가 쓴 남부 Gothic genre의 자전적인 소설이 원작인데, 1930년대 Alabama주에서 백인 여성에게 몹쓸 짓을 했다는 누명을 쓴 흑인 남성을 변호하는 주인공을 아버지로 둔 어린 화자가 그 사건을 계기로 세상이 어떤 곳이라는 것을 조금 알게 되는 내용입니다. 소설은 1960년에 나왔고 영화는 1962년에 개봉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2차 세계대전 후인 ‘50년대에는 거의 다 일률적인 꿈을 갖고 생활을 했다고 할 수 있겠는데요, 전쟁의 기억을 없애고, 뭔가 기분좋은 일만 생각하고 싶은 거였죠. 안정적인 것, 행복한 것 등을 지향하다보니 영화도 그런 것이 인기가 많았고, 소수의 작품을 제외하고는 원형적인 인물이 많이 보였습니다. 인물의 외적인 부분이 강조가 되었고, 인물의 행동이나 반응이 전형적으로 설명이 되었지, 개인의 심리상태나 고민거리를 부각시키지 않았죠. 

점차 사람들의 목표가 일률적이지 않게 변하면서, 영화에서 다루는 주인공의 종류도 사람들이 우러를 수 있는 이런 hero type에서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좀 더 현실적인 인물로 변하게 되었습니다. 위에 나온 list에 있는 배역은 좀 예외일 수 있어도, 사실 영웅이라든가 엄친아 얘기를 보고 있으면 금방 재미가 없어질 수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그런지 차츰 hero에 반대되는 인물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것을 antihero라고 하죠. 지난번에 잠깐 언급만 했는데 예를 좀 들어달라는 요청이 있어서 이시간에 더 말씀드리겠습니다. Anti라고 하면 반대라는 뜻이죠? 그래서 anti-hero라면 영웅에 반대하는 인물이라고 이해하기 쉽상인데요, 한국어로는 영어를 그대로 번역해서 반대하다 할때의 반(反)자를 써서 반영웅이라고도 한다는데, 더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는 어휘라 하겠습니다. 영웅, 즉 주인공에 대항하는 위치가 아니고요, 주인공이긴 한데 영웅 스타일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미국영화에서는 ‘60년대에 들어 이런 새로운 스타일의 주인공이 많이 쏟아져나왔는데요. 이렇게 전형적인 hero의 조건을 갖추지 못한 주인공을 anti-hero라고 합니다. 즉 반대라기보다는 대안에 더 가깝다 하겠습니다. 주인공과 대립하는 인물, 보통 악역이죠, 그건 뭐라고 하냐 하면요, antagonist라고 합니다. 그리고 주인공을 가리키는 정확한 용어는 protagonist입니다. 

미국 영화에서 가장 유명한 anti-hero를 꼽으라면 Dustin Hoffman이 연기한 The Graduate <<졸업>>의 주인공 Benjamin Braddock일텐데요. 이 배우는 외모로도 기존의 Hollywood 남자주인공과 확연히 차이가 나서 그런지, 어찌보면 anti-hero의 시대를 활짝 열었다고 할 정도로 의미가 있는 배역입니다. 어찌어찌 대학을 졸업하긴 했지만 꿈도 없고, 목표도 없는 청년이라는 설정은 공감을 이끌어내기 쉬운데, 거기다가 보통사람보다 도덕성이 훨씬 부족하기까지 하죠. 

‘70년대의 주인공은 과반수가 anti-heroes로라고 하겠는데요, <<대부>> 시리즈의 Michael Corleone를 비롯, Al Pacino가 그때 연기한 역의 대부분이 여기에 포함됩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Dog Day Afternoon의 주인공인 은행강도 Sonny라든가, ...And Justice for All의 주인공인 잘 나가지 못하는 변호사 Arthur등 많습니다. 사실 이 Arthur는 어떻게 보면 hero일 수도 있죠. 이상주의자이고, 불의롤 보면 참지 못하고요. 여기서 알 수 있듯, hero와 anti-hero를 구분하는 선은 뚜렷하지 않습니다. 물론 hero중에서도 Atticus Finch처럼 완전한 hero가 있고, anti-hero도 Benjamin Braddock처럼 오해의 여지가 없는 anti-hero가 있겠지만, 그 사이에는 보는 사람에 따라 둘 다 될 수 있는 인물도 꽤 있는데요. 예전에 말씀드렸던 <<부두>>에서 Marlon Brando가 연기한 Terry라는 배역도 anti-hero라는 말이 영화에서 널리 쓰이기 전에 나왔지만 hero가 될 수도 있고 anti-hero가 될 수도 있는 인물입니다.

이렇게 영웅에서 반영웅으로 넘어가는 미국영화의 주인공을 보면, 미국인의 정서나 관심사가 그렇게 변화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그렇게 변한 거죠. 그래서 1980년대까지는 anti-heroes가 많았는데요. 혹시 Hegel이라는 철학자가 유명하게 만든 변증법을 아시는지요? Thesis 명제가 있으면 거기에 반대되는 antithesis 대립명제가 생기고 그 둘이 합쳐서 synthesis 합이 되는데 그게 곧 새로운 명제가 되고 그 과정이 끝없이 계속된다는 설명인데요, 이 hero와 anti-hero도 약간 그런 면이 없지않아 있습니다. 1990년대에 들어서는 anti-hero도 좀 시시해졌는지 다시 hero가 좀 나오기 시작했는데요, 이 새로운 hero는 예전 영화의 hero와 조금 달랐습니다. 뭔가 문제가 조금씩 있는 인물이었죠. Batman이나 Iron Man 등이 좋은 예라고 하겠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한 주인공 안에 hero와 anti-hero가 공존하거나 그 구분의 의미가 좀 덜 중요해진 느낌인데요, 그 현상이 시사하는 미국인의 정서는 또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Uploaded by fiegepilz on 2010-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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