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e Game

오늘은 미국에서 시대별, 인종별로 인기가 있는 이름에 대해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What is your name?"

"What is your name?"

한국 이름은 보통 항렬에 따라서 짓거나, 아니면 적어도 돌림자에 맞춰서 짓게 되는데요, 미국사람은 이름을 지을 때 그런 제약이 없습니다. 경우에 따라 첫 알파벳을 통일하기도 하지만, 극히 드문 현상입니다. 야구에서 삼진을 K로 표시하는 건 아시죠? 왕년의 명투수 Roger Clemens는 얼마나 이 삼진을 좋아했냐하면 아들 넷을 다 K로 시작하는 이름으로 지었습니다. Kody, Kacy, 이런 식으로요. 

예전에는 이민자들이 출신지에 따라서 그 언어권의 이름을 자녀에게 주기도 했지만, 그보다 더 많은 경우 지난번 말씀드린대로 그 언어권의 이름과 연관이 있는 영어권 이름으로 지었습니다. Italian으로 잘 알려진 Frank Sinatra의 경우도 Frank의 Italian식 이름은 Francesco이지만 이분의 본명은 Francis입니다. 인기가 많았던 미드 The Sopranos를 보셔도 나오는 인물의 본명이 거의 다 영어화한 이태리 이름입니다. 즉 Tony의 본명은 Antonio가 아니라 Anthony이고, Bobby는 Roberto가 아니라 Robert, Vinny는 Vincente가 아니라 Vincent입니다. (그런가하면 Al Pacino의 본명은 Alfredo입니다.) 물론 아직도 출신지에 따라 더 흔한 이름이 있기는 합니다. 

한국은 보통 부모의 이름을 자녀에게 주지 않지만, 이쪽은 많이 그렇게 하죠. 제 친구 중에는 4세까지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는 민족이 하나 더 있습니다. 유태인인데요. 그래서 Jr.가 이름에 있는 사람을 만나시면 그 사람이 유태인이 아니거나, 유태인이라도 그 문화나 계율을 따르지 않는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 윗대의 사람 중에서 이름을 받기는 하는데, 생존한 사람의 이름을 쓰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그외의 미국인들은 조부모의 이름을 따오기도 하고요, 특히 middle name으로 많이 쓰죠. 그러나 요즘은 그것도 적어지는 추세입니다. 

그럼 대부분 어떻게 작명을 할까요? 그냥 부모 마음에 들면서 좋게 들리는 이름으로 합니다. 참 간단하면서도 그게 정확히 뭔지 분간하기는 힘든데요. 좀 어이가 없는 말일 수도 있지만, 그냥 아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미국에서 몇 대째 산 사람도, 이민자의 가정도 구별없이 튀지 않고 보편적인 이름을 많이 지었었는데요, 20세기 후반부터 점점 뭔가 남과 다른 이름을 지어주고 싶어했습니다. 그래서 없던 이름을 새로 만들기도 하고, 다른 문화권의 이름을 가져오기도 하는 한편으로는 예전 이름이 다시 돌아와서 유행이 되기도 하는데요. 최근 10여년간은 인기 있는 이름 list에 변동이 꽤 많았습니다.

제가 대학원에서 사회학과 과목을 들은 적이 있는데요, 그 교수님의 분야가 이름이었습니다. 매년 신생아의 이름을 보고 미국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나를 연구하는 거였죠. 원래 남자 이름이 여자 이름보다 더 천천히 바뀌는 편입니다. 20세기 중반정도까지는 가장 인기있는 이름이 남자는 John, Robert, James와 William이 1위부터 4위를 서로 약간 자리를 바꿔가며 지켰고, 여자는 1위는 Mary였지만 그 밑으로는 변화가 많았습니다. 그러다가 남자는 Michael이 1960년대부터 20세기 말까지 부동의 1위였고, 여자는 1위가 Lisa, Jennifer, Jessica로 바뀌었습니다. 

2000년대의 첫 10년간 가장 인기있는 이름은 여자가 Emily, 남자가 Jacob였는데요. 이 이름이 얼마나 갑자기 떠오른 것인가 하면, 80년대에는 Jacob이 35등이었다가 90년대에 5위로 껑충 상승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list는 전체로 보는 것이라서, 아직도 백인이 과반수인 미국에서는 거의 백인이 선호하는 이름이 상위권에 들어가게 되죠. 그럼 다른 민족이나 인종은 어떨까요?

흑인들이 사실 가장 복잡하면서도 재미있는데요. 우선은 이름의 종류가 참 많습니다. 먼저 영국식 이름이 있습니다. 때로는 Dwyane Wade처럼 스펠링을 조금씩 바꾸기도 하죠. 그리고 예전에는 백인의 이름이었지만 지금은 흑인이 바로 떠오르는 이름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옛날 Hollywood의 느끼한 미남 배우 Tyrone Power를 기억하시는 분도 계실텐데요, 지금은 Tyrone이라고 하면 흑인 남성을 자동적으로 생각하게 됩니다. 또 1960년대 이후에는 유명한 사람들의 이름을 그대로 써서 Martin, Luther, Malcolm등의 이름도 많아졌습니다. 다음으로 유럽 이름이긴 하지만 영국식보다는 약간 France식 이름을 선호하기도 하는데요.  Antoine, Lamar, Dion, Leon, Maurice, Dominique 등의 이름을 성인 흑인 남성에게서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이름을 백인에게 지어줬다면 요새 한국분들이 많이 말씀하시듯 참 올드해, 라고 반응을 하게 될텐데요. 실제로 제가 아는 백인중 Lamar나 Leon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은 80대 후반 이상인 분입니다. 그러나 흑인이 이런 이름을 쓰면 그리 촌스럽지도, 옛스럽지도 않으니 이상하죠? 

그러나 1960년대 이후 흑인 사이에서 왜 노예주인 쪽의 이름을 그대로 써야하나, 하는 분위기가 생기면서 뭔가 자신들의 뿌리를 보여줄 수 있는 이름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나온 것이 몇 개 있는데요. 그 중 대표적인 것이 Muhammad Ali에서 볼 수 있듯이 Islam쪽 이름입니다. 처음에는 Islam쪽에 관심이 있는 사람만 이런 이름을 지었는데, 지금은 그냥 Islam이 거의 대부분인 Arabic 이름이 좋아서 짓는 사람도 많아진 것 같습니다. 프로농구나 football 선수들의 이름을 살펴보시면 금방 아실 수 있는데요. NBA에는 Shaquille이라든가, Malik, Nazr, Kareem, Hakeem, Jamal 등의 이름이 있겠고, NFL에서는 NY Giants만 해도 올해 Rashad, Jameel 등의 이름을 볼 수 있습니다. 실은 최근 여자아이 이름을 Arabic 이름으로 짓는 것이 유행인데, 들으면 예쁘다는 느낌이 나기 때문입니다. Jasmine을 비롯해서, Layla, Aaliyah, Shakira, Nazima, Shahaadah 등의 Arabic내지는 Muslim 이름은 중동이나 Islam이 아닌 사람들도 좋아하는 이름인데요. Arabic 여자아이 이름은 지금 정말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흑인 이름중에 다른 사람들이 좀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는 것은 이 세 번째 종류의 이름일텐데요. 만든 이름이죠. 보통 이상한 이름이라고 하면 미국에서 많이 볼 수 없어도 다른 나라나 언어권에서는 원래 있는 이름도 있겠지만, 미국의 흑인 중에는 아예 아무데도 없는 이름을 만드는 사람이 종종 있습니다. 이것과 Arab쪽, Africa쪽 이름과 구분을 잘 하셔야 하는데요. Anfernee, LaQuasha 같은 이름이죠. 기존의 이름을 조금씩 바꾸기도 합니다. LeBron, Keyshawn, 또 Amar’e Stoudemire처럼 이름 중간에 괜히 apostrophe를 넣기도 합니다. 

참고로 2013년 출생신고에서 가장 인기있던 이름을 말씀드리면, 여자아이는 Sophia, Emma, Isabella, Olivia, Ava, Emily, Abigail, Mia, Madison, Elizabeth이고요, 남자아이는 Jacob, Mason, Ethan, Noah, William, Liam, Michael, Jayden, Alexander, Aiden입니다. 다음시간에는 과연 이런 이름을 자녀에게 써야하는지, 또 영어이름을 만들고 싶으신 분이 자신의 이름을 고를 때 주의해야 할 점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Please enj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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