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ose by Any Other Name
지난 두 번에 이어 이름 마지막 시간입니다.
Latino들의 이름짓기는 간단한 편인데요. 작년 신생아 이름 top 20중에서 남자는 과반수가 Spanish 이름으로, 그외의 민족에게서는 잘 볼 수 없는 이름이죠. 흥미로운 사실은 이런 이름 중 대부분이 미국 전체로 봤을때 인기있는 영국식 이름의 Spanish version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Jacob이 Santiago와 Diego로, Matthew가 Mateo나 Matias로 바뀌고요. 여자는 그런 공통된 이름이 Sophia, Isabella, 또 Emily의 변형인 Emilia등이 있고요. 나머지 여자 이름중에서 Latin계에서만 쓰는 이름은 소수이고, 대부분 여성스럽고 예쁜 이름이라는 기분이 들어서 다른 민족들도 씁니다. Camila, Valentina, Luciana, Natalia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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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Arabic 여자 이름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그전에 그런 위치에 있던 문화권으로 Irish가 있습니다. 이름을 영어식으로 바꾸기도 했고, 미국에서도 20세기 후반부터 인기를 얻어서 지금 널리 쓰이는 관계로 더이상 특별히 Irish라고 생각이 들지도 않는 이름이 많습니다. 남자는 Ryan, Connor, Logan, Liam, Declan 등이 있고, 여자는 Caitlin, Shannon, Kiara등이 있습니다.
요즘 미국에서는 사실 이렇게 언어나 문화권과 관련이 없는 이름도 많죠. Taylor, Tyler, Kendall, McKenzie, Madison, Mason처럼 성을 가져다가 쓰는 것도 유행이고요, 지명도 쓰는데요, Brooklyn을 시작으로 China, Asia, London, Paris등등 아시죠. 아메리카 토착민에게서 나온 이름이지만 현재는 지명으로 더 잘 알려진 Dakota도 있습니다. 지금 남자이름 10위 안에 들어있는 Jayden처럼 아예 새로 만든 이름도 있습니다.
미국은 60년대가 참 중요한 시기였는데요. 요즘 당연시 생각하는 유기농이라든지 요가 같은 것이 그때 관심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또 그때부터 동양사상에 뿌리를 두었다는 소위 guru들이 미국에서 많이 인기를 끌면서 추종자들이 자신의 이름을 자연이나 사상에 관련된 것으로 바꾸어부르곤 했는데요. 그런 것은 법적으로 효력이 있지는 않았지만, 그 후에 진짜 이름을 그렇게 붙이거나, 다른 단어도 가져와서 쓰기 시작했죠. 유명한 musician인 Frank Zappa의 따님은 Moon Zappa이고요, 그외 Apple이라든가, January, Topaz, Samadhi 등도 정말 존재하는 이름입니다. Joaquin Phoenix라는 배우는 자기 형제자매도 대부분 배우인데, 요절한 River를 비롯, Rain과 Summer가 다 본명입니다. 성도 Phoenix가 참 인상적인데요, 예명이 아니라 debut 한참 전에 부모님이 성을 법적으로 바꿨죠.
Shakespeare의 Romeo and Juliet에 이런 명대사가 있죠: “A rose by any other name would smell as sweet.” 장미의 이름이 장미가 아니라도 향기는 그대로일거야, 라는 말인데요. 즉 이름이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죠. 그러나 실상은 이름이 주는 인상이 큽니다. 요즘은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웹사이트 The Huffington Post는 창립자의 성을 따서 이름을 지었는데요, Greece출신인 그분의 본명은 Arianna Stassinopoulou입니다. Huffington이라는, 요샛말로 꽤 있어보이는 영국식 성은 그분의 전 남편에게서 받은 것이죠. 웹사이트가 The Stassinopoulou Post였다면 절대 이렇게 성공하지 못했으리라는 것을 저는 100% 확신합니다.
조금 다르지만 Barack Obama가 아니라 어렸을때 불린 Barry Obama였다면 대통령에 당선이 되었을지, 또 Bill de Blasio가 본명인 Warren Wilhelm Jr.로 출마했다면 과연 시장이 되었을까 궁금하기도 하고요. Italian 성을 가지면 미국 전역으로 보면 불리하지만 자기네 사람을 챙기는 그쪽 분들이 많은 New York에서는 훨씬 유리하죠. 이렇게 Caucasian인 경우 좀더 이득이 되는 성으로 개명을 하면 효과가 있겠지만 시각적으로 Latin이거나 흑인이거나 중동쪽이거나 동양인이면 성이 아무리 Smith나 Wilson이라도...글쎄요? 유명한 영화 Giant에 나오는 장면이 있습니다. Anglo-Saxon인 주인공의 아들이 Mexican-American과 결혼을 해서 그 며느리가 전화로 미장원에 예약을 하면서 Mrs. Benedict라고 하니까 오시라고 했는데, 막상 가서 Latina라는 것을 알게 되자 한참 기다리게 하고, 결국 머리를 하지 못하고 나오죠.
이렇게 결혼을 하면서 남편의 성을 따르는 것은 법에 명시된 것이 아니지만 Anglo-Saxon의 전통에 의해 대다수의 여성이 그렇게 하는데요. 전통적으로 한국은 바꾸지 않았지만 미국에 오신 교포분들중에는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60년대가 여기서도 중요한데, 그전에는 미국여성이 거의 모두 바꿨다면, 그후에는 여성운동가들을 중심으로 Mrs.를 대신하는 Ms.라는 말도 나오고 결혼을 해도 성을 바꾸지 않는 사람이 늘어났습니다. 결혼에 따른 개명은 전세계적으로 현재 양성평등이 추세이지만, 미국은 90년대를 기점으로 남편의 성을 따르고 자기의 원래 성은 middle name으로 돌리는 방식이 유행을 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알고보면 꽤 보수적인 면도 있고, 여성운동이 진화하면서 이제는 나는 내 원래 이름도 소중하고 스스로 내 분야에서 성공을 거뒀지만 동시에 결혼까지 한 완벽한 사람이야,라고 알려주는 역할을 하기도 하죠. Clinton 전 대통령의 부인은 그냥 Hillary Rodham으로 있다가 Bill이 주지사 재선거에서 떨어진 후에 전략적 차원에서 Clinton을 붙이게 된 것이고요. (De Blasio의 아내는 이름을 바꾸지 않았죠.) 요즘은 결혼하면서 hyphen으로 두 사람의 성을 이어서 부부가 같이 쓰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한국이름 first name 자체에 hyphen이 붙는 경우가 많다보니 그럼 좀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미국사람이 이름짓는 방법은 참 다양하고 아무 생각이 없는 것 같기도 하지만 또 나름 철학이 있습니다. 즉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기준을 충족시키는 거죠. 출신이 중요하면 그 언어나 문화권의 이름을 쓰고, 종교가 중요하면 그것을 나타내는 것으로, 또 남과 달리 튀는 이름이 좋으면 그걸 찾고요, 가족관계가 중요하면 부모, 조부모 등의 이름을 받습니다. 발음이 맘에 들어서, 또는 좋아하는 영화나 소설의 인물, 연예인, 존경하는 사람을 따라 짓기도 하고요. 한자 이름만큼은 아니더라도 이름의 뜻을 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영어이름을 쓸 것인지는 각자 판단을 하시겠지만, 영어이름을 짓기로 하셨으면 우선 발음할 수 있는 것을 고르시고요. 너무 특이하거나, 아니면 특정한 민족이나 인종이 연상되는 것은 피하시는 게 좋겠죠. 똑같이 Irish라도 Kiara는 괜찮지만 Siobhan은 아직까지는 Irish만 쓰는 이름입니다. 또 굳이 너무 시대에 뒤떨어지거나, 특히 자신의 이름을 고를 때 시대를 너무 앞설 필요도 없겠죠. 25세인 사람이 지금 5살 아이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있는 이름이면 좀 이상할 수 있거든요. 또 형제자매인 경우 같은 이름이 다른 언어권에서 다르게 발달한 것을 주지 마시고요. 예를 들어 언니는 Elizabeth인데 동생은 Isabella거나 형은 John, 동생은 Ian이라면 같은 이름이거든요. 마지막으로 중성으로 쓰이는 이름이 있고 아닌 것이 있어서, 한국이름과 발음이 비슷한 영어 이름이 그 반대 성별에만 쓰는 것일 수 있기 때문에 염두에 두시는 게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