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phany

미국에서 살다보면 추수감사절처럼 미국에서 시작된 전통도 있지만, 유럽의 문화에서 가져온 것이 어쩌면 더 많다고 느낄 때가 있는데요. 제일 쉬운 예로 영어가 있겠죠.  미국은 공식국어로 정해진 언어가 없습니다.  그러나 영어가 가장 많이 쓰이는 언어이고, 자연스럽게 영국, 또 영어권 작가들의 문학작품을 감상할 수 있게 되었죠.

지난번에 “Twelve Days of Christmas”라는 노래에 대해서 잠깐 말씀을 나눈 것 기억하실지 모르겠는데요, 노래 내용은 종교적이지 않다는 의미로 세속적입니다만, 그게 12일인 이유가 있습니다. 크리스마스로부터 12일이 되던 날에 동방박사 세 사람이 아기예수를 찾아 선물을 했다는 기록이 있죠.  이 세 사람은 영어로는 the three wise men, 또는 the (three) Magi, the three kings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John Henry Hopkins Jr.라는 미국인이 지은 “동방박사 세 사람” “We Three Kings”이라는 캐럴도 있죠?  선물은 다 아시죠?  황금 gold, 유향 frankincense, 몰약 myrrh이고 당시 귀한 물품이었습니다.  이 동방박사의 일은 미국 태생의 시인 T. S. Eliot이 “Journey of the Magi”라는 시에서, 또 미국의 singer-songwriter James Taylor가 “Home by Another Way”라는 노래로 다루기도 했습니다.

교회력으로는 이 날, 1월 6일을 Epiphany라고 부릅니다.  한국어로 공현절이라고 하죠. 서양에서는 오래전부터 이 날, 또는 그 날의 이브에 파티가 있었습니다.  전통적으로 이날 크리스마스 장식을 다 내리면서 문 같은 데에 걸어두는 wreath에서 아직 먹을만한 견과류를 빼어서 먹거나, 요리에 넣거나 하는데, 왕의 cake이라고 해서 콩을 넣어 만든 케이크도 있고, 그 콩이 든 부분을 먹은 사람이 그 파티에서 왕이 되는 그런 풍습도 있고요.  남부 유럽에서는 tortell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나라마다 풍습이 조금씩 달랐기때문에 각 나라의 후손들이 모인 미국에서 여는 Epiphany 파티의 모습도 다 다른데다가, 요새 또 새로운 전통을 가미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Epiphany 파티는 영국에서도 오랜 관습이었는데요, Shakespeare의 시대에는 벌써 이 파티의 성격이 완전히 세속적이 되었다고 하죠.  그래서 흥을 돋우는 연극이나 노래 등이 있었다고 하는데, 이 Epiphany 파티에서 공연을 하기 위해 쓴 희곡이 이 사람의 4대 희극 중의 하나인 Twelfth Night입니다.  열두 번째의 밤, 즉 epiphany eve를 지칭하죠.  희곡의 무대는 이 날과 관계가 없지만, 주인공인 여성이 남장을 하고, 또 여러 다른 오해가 생기는 등, 사실이 아닌 것이 사실처럼 바뀌어 전달되는 내용이 있긴 합니다.  Shakespeare라는 인물이 등장하는 영화 Shakespeare in Love에서도 이 희곡이 나오고, 그 영화의 여주인공의 이름이 이 희곡의 주인공 이름이죠.  Viola.  Gwyneth Paltrow가 맡은 배역입니다.  

이렇게 유명한 작품이 이 날의 파티를 위해 쓰여졌을 정도로, 예전에는 이날이 지금보다 훨씬 더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아일랜드의 작가 James Joyce의 중단편, “The Dead”입니다. Dubliners라는 소설집 맨 끝에 실려있는데요, 미국 고등학교 정도에서 교재로 많이 읽는 작품이죠.  주인공인 Gabriel이라는 사람이 부인과 함께 눈이 많이 오는 저녁에 이 Epiphany party에 참석하는 것을 시작으로, 파티 후에 부인과의 대화를 통해 몰랐던 사실을 깨닫게 되는 내용이라는 말씀만으로는 이 작품에 대해 온전한 설명이 되기에 턱도 없이 부족합니다만, 어쨌든 이 작품, 또 소설집 전체, 또 <<예술가의 젊은 초상>> A Portrait of the Artist as a Young Man, <<율리시즈>> Ulysses 등에 전반적으로 이 epiphany라는 단어를 붙일 수 있습니다.  요새는 더 보편적으로 갑자기 어떤 일을 이해하거나 깨닫게 되었을 때 씁니다.  I just had an epiphany. 나 갑자기 뭘 깨달았다, 같이 쓸 수 있죠. 

이 눈이라는 것이 요새는 귀찮은 존재가 되었지만 어쨌든 우리에게 잠시라도 명상을 할 기회를 주는 것 같습니다.  마침 신년 벽두이지 않습니까? 눈을 치우러 가시기 전에 오늘 말씀을 나눈 예술작품을 잠깐 음미해보시는 것도 어떨지요?

Provided to YouTube by Sony Music Entertainment Home by Another Way · James Taylor / 詹姆斯泰勒 Never Die Young ℗ 1988 Columbia Records, a division of Sony Music Entertainment Released on: 1988-09-16 Keyboards, Producer: Don Grolnick Composer, Lyricist: 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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