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ll Belichick

이번주는 날씨가 추워도 너~무 춥죠.  (보스턴에서 오래 산 저는 이런 추위를 겪으니까 옛 생각도 난다고 말씀을 드리고 싶지만 그게 얼마나 사실인지는 모르겠어요.  눈이 많이 오면 진짜 제가 살던 곳 기억이 나긴 하는 것 같습니다.  지금은 알라배마에 살고 있는 제 대학교 동창도 이번 추위로 온수 파이프가 터졌다는 얘기를 하면서 대학교때를 같이 추억하기도 했는데요.  불편도 많이 감수하셨겠지만) 다들 큰 일은 없으셨기를 바랍니다. 

Bill Belchick

Bill Belchick

 

지난 주말에 있었던 미식축구 프로 리그, NFL playoff games 중에서도 추위의 영향을 받은 것이 있었죠.  특히 원래 춥기로 유명한 Green Bay에서 열렸던 경기는 체감온도가 화씨 영하 20도까지 내려갔는데도 용감함을 자랑하고 싶었던 것 같은 선수들은 긴팔 속옷을 받쳐입지 않고 짧은팔 유니폼 그대로 입고 나와서 보는 사람을 오히려 추위에 떨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이 NFL playoffs의 형식을 잠깐 말씀드리면, AFC와 NFC 두 Conferences에서 각각 여섯 팀이 진출을 합니다.  지난주말에 있었던 Wild Card Round에서는 3번 팀과 6번 팀이 시합을 하고, 4-5번이 대결을 한 것이죠. 그리고 승리한 두 팀중에서 더 높은 seed인 팀이 2번 팀과, 낮은 seed는 1번과 경기를 치룹니다.  그게 이번 주말에 벌어지는 Divisional Round인데요, 진짜 football을 사랑하는 fan에게는 이 Divisional Round weekend만큼 행복한 시간이 또 없습니다.  게임이 토, 일요일 두 개씩라서 총 네 개나 되고, 제일 잘 하는 여덟 팀의 경기를 만 하루가 조금 넘는 시간동안 다 볼 수가 있어서입니다.  그래서 그 다음주 일요일에만 두 경기를 하는 Conference Championship Games보다도 이번 주말이 더 흥미진진하고 풍성합니다.  

Postseason뿐만이 아니라 정규 시즌중에도 풋볼을 너무 좋아해서 자기팀 경기는 물론, 다른 경기도 다 찾아보고, 분석도 하고, fantasy league에도 참여하는 사람은 대부분 남자인데, 그런 분을 남편으로 둔 여성을 지칭하는 football widow라는 표현이 있을 정도로, 미식 축구는 미국인의 국민 스포츠가 되었습니다.  예전에 그 이유에 대해 조금 말씀을 나눈 적이 있는데, 그때 나머지 이유는 나중에 말씀을 드리겠다고 했었죠.  중요한 이유가 전쟁을 모델로 한 경기라는 것입니다.  요새는 사실 전쟁을 사람과 사람이 전장에서 쳐다보면서 하기보다는 버튼을 눌러서, 컴퓨터에 의지도 많이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풋볼을 보시면 정말 두 팀의 선수들이 the line of scrimmage라고 하는 선을 사이에 두고 줄을 서서 마주보고 있죠.  그리고 코치가 뒤에서 지휘를 하는 사령관같은 존재이고요.  그래서 그런지 풋볼 용어중에 보면 전쟁용어에서 따온 것이 종종 눈에 띕니다.  예를 들어서 blitz라는 말이 있는데 전투에서는 전격적인 공격, 맹공, 급습 등의 뜻입니다만, 풋볼에서는 수비선수들이 공을 받는 receivers를 커버하기보다 pass를 하는 quarterback에게 달려드는 수비전술을 가리킵니다.  번개라는 뜻으로, 어원이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이 썼던 전술용어라고 하니 무시무시하죠. 그리고 그 quarterback을 가리켜 field general이라고도 하는데요, 전장에서 직접 전투에 참여하는 장수라는 말입니다.  

그런가하면 반대로 풋볼용어가 일상생활에서 쓰이기도 하는데요.  이 quarterback이라는 말은 뭔지 아시겠죠?  어떤 일이나 프로젝트를 수행하는데 있어서 직접 진두지휘를 하는 사람을 가리킵니다.  그리고 running back이 있는데요, 풋볼을 들고 직접 뛰는 포지션이다보니 연관된 표현이 많습니다.  Carry the ball하면 볼을 직접 갖고 간다, 즉 어떤 일의 실무를 담당하게 된다, 중요한 부분을 맡는다 등의 뜻이 되겠고요, 반대로 drop the ball하면 공을 떨어트리는 거니까 큰 실수를 해서 일을 완수하지 못하거나, 망친다는 말입니다. 그 외에도 이제는 모든 사람이 써서 이디엄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 표현도 있죠.  Kick-off라든지, fumble, tackle 등이 다 풋볼에서 주로 쓰이는 용어입니다.  사실 kick-off나 tackle은 축구에서도 쓰지만 미국인이라면 대부분 풋볼을 떠올리게 되겠죠.

이런 용어는 거의 다 익숙하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재밌는 표현을 한두 개 더 알려드릴까 합니다.  Drinking the Kool-Aid라는 것. Kool-Aid는 지금처럼 웰빙 열풍이 없던 시절 인기가 많았는데, 물에 타면 여러 색이 나면서 달달한 그런 음료, 기억하시는지요. 이 표현은 풋볼 자체와 관련이 있다기보다는 특정인물과 연관해서 많이 사용됩니다. 현재 보스턴 쪽에 있는 팀의 헤드 코치로 있는 Bill Belichick이죠.  뉴욕 팬들에게는 반가운 이름이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NFL은 경기 외의 규정도 까다롭고 많아서, 코치인 경우 일주일에 꼭 한 번은 기자회견을 해야 하고, 질문을 받아야 하고, 부상선수 명단과 내용을 상세히 공개해야 하는 등의 조건이 있습니다.  그런데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이 스포츠를 전쟁에 비유하자면, 팀에 대한 정보를 밝히면 밝힐수록 전술이 드러나기 때문에 불리하게 되겠죠.  그래서 이 사람은 말을 정말 심하다 할 정도롤 아끼는 것으로 유명하고요, 상대 팀을 도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말은 전혀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아무리 약체인 팀을 만나더라도 그 팀의 강점만 열심히 찾아서 무표정으로 칭찬을 하는, 의도치 않게 훈훈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하는데요. 여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선수들도 굉장히 꽉 쥐고 있어서, 다른 팀에 있을 때는 말도 많고 붙임성도 좋았던 선수도 이 팀에만 가면 마치 세뇌를 당하거나 이 사람의 분신이 된 듯이, 로보트처럼 말을 아끼고 알맹이가 없는 말만 되풀이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이런 것을 가리켜서 they’re drinking the Belichickian Kool-Aid라고 말을 합니다.  즉 논쟁의 소지가 있거나, 아니면 적어도 절대적이지는 않은 어떤 신념이나 방침을 맹목적으로 믿는 것을 뜻합니다. 한국 속담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안믿어, 의 반대말이 되겠습니다.

이 표현은 사실 굉장히 충격적인 사건에서 나왔습니다. 1970년대에 남미에서 있었던 소위 Jonestown Massacre를 기억하시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는데요, 한 준종교집단에서 일어난 집단 사망사건이었죠.  900여명의 신도가 죽었는데, 대부분 색깔이 있는 음료에 독을 탄 것을 마셨고, 자의로 한 사람이 많았지만 강요받아서 마신 사람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반전이랄 수 있는 것은 이 음료가 Kool-Aid 브랜드가 아니라 그와 비슷하지만 좀 저렴한 다른 브랜드였다는 사실입니다. 그래도 표현은 drinking the Kool-Aid로 굳어졌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그 이유가 1960년대에 미국에서 출판된 책의 제목과도 관계가 있다고 하는데요.  유명한 작가 Tom Wolfe가 쓴 The Electric Kool-Aid Acid Test인데요, 1950~60년대 미국의 counterculture에서 중요한 인물인 Ken Kesey라는 사람의 기행이 소재로, 이 사람이 열었던, Kool-Aid에 환각제를 타서 마시는 일명 Acid Tests라는 파티에서 제목을 따왔습니다.  원래 acid test는 gold 금인가를 확인하는 용어인데 이렇게 다른 뜻으로 썼죠.  그래서 이 한 표현이 이렇게 많으면서 다양한 역사를 포함하고 있는데요.  풋볼 뿐만 아니라 다른 데에도 남발이 되다보니 요즘은 식상한 표현 리스트에 오르기도 합니다.   

Coach Belichick이 직접 잘 하는 말이 있는데요, “It is what it is.”라는 것으로, 콘트롤 할 수 없는 안좋은 일에 대해서 누가 자신의 의견을 물어볼 때 하는 대답입니다.  내가 싫다 한다고 해서 바뀔 것도 아닌데 어쩌겠느냐, 즉 더 이상 언급하지 말아라라는 뜻이죠.  중요한 선수가 부상으로 더 이상 뛸 수가 없는데, 어떠세요, 하면 well, it is what it is, 라고 하는 식입니다.  어떤 경우에나 쓸 수 있지만, 듣는 상대방을 순식간에 시쳇말로 뻘쭘하게 할 수도 있는 마법의 말이니까 가려서 꼭 쓸 사람에게만 쓰도록 하는 것 잊지 마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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