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other New Year’s Day
한국에서는 지금이 민족명절인 설인데요, 미국에서는 양력만 있는 관계로 따로 이 날을 기념하지는 않습니다만, 보통 lunar new year, 또는 Chinese New Year라고 합니다.
Source: FIT Official Blogs
미국사람은 동양의 음력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지만 중국집에서 테이블에 깔아놓는 것을 많이 읽어서 매년 동물이 달라진다는 것 정도는 아는 것 같습니다. 흥미를 좀 불러일으키는 토픽이라고 하겠는데요, 그래서 the year of the horse처럼 “the year of the” 다음에 12간지의 동물 이름을 넣어서 말씀하시면 됩니다. 서양에서도 이 12개를 바탕으로 별자리가 있지만 이것은 매년 바뀌는 것이 아니라 매달 바뀌는 것이죠.
그런데 미국, 하면 미디어의 영향을 받아서 백인, 그것도 남쪽과 동쪽을 제외한 유럽계통의 사람을 떠올릴 수도 있겠지만, 사실 여러 소수민족이 모여 살아가다보니 조금씩 다른 전통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하더라도 각 민족이 뭔가 다른 전통이 있다는 것 정도는 다 인식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공식적으로는 새해가 1월 1일 하루뿐인 미국에서도 이렇게 민족마다 조금씩 다른 New Year’s Day가 있는데요. 이중에서 뉴요커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치는 새해는 아마도 유대인의 설이 아닐까 합니다.
연방정부의 재정년도도 예전에는 7월부터 6월까지였습니다만 1976년에 10월부터 9월까지 하기로 바꿨죠. 작년에 기억하시겠습니다만 연방정부의 shutdown이 있었던 것이 10월 초였지 않았습니까? 그 이유는 그때부터 새 재정년도였는데 아직 budget이 결정되지 못해서 그런 거였죠.
어쨌든 유대인의 설날이라고 할 수 있는 Rosh Hashanah부터 열흘정도를 High Holy Days라고 해서 굉장히 중요하고 좀 경건하게 지내는데, 그러다보니 아까 한국에서도 구정을 없애려는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설날이라는 이름으로 3일이나 쉬는 공식 명절이 되었듯이, 유대인이 많은 곳에서는 이 명절 기간을 지킴으로 해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제도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Jewish calendar 역시 음력이라는 사실 알고 계셨는지요? 정확히는 동양의 음력도, 유대의 음력도 lunisolar calendar라고 해서 months, 달, 월은 음력, lunar calendar에 바탕하고, years, 해, 연은 양력, solar calendar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유대의 달력에도 자연히 윤달이 생기게 되죠. 작년 그들의 설날은 우리의 추석이 그랬듯 예년보다 조금 일러서 9월 초였는데요, 뉴욕에서 대표적으로 9월 초에 열리는 큰 행사가 New York Fashion Week입니다. 전세계 3대 fashion shows라고 할만큼 유행과 fashion 산업에 큰 영향을 주는 이벤트인데요. 이것과 Rosh Hashanah가 겹쳐버렸죠.
꼭 다른 스케줄을 바꾸도록 하지 않더라도 자신들의 명절을 각인시키는 다른 행동을 보이기도 하는데요. 예전에는 박찬호 선수, 지금은 류현진 선수로 인해 한국인 팬이 늘어난 LA Dogders에는 전설적인 좌완투수가 있었습니다. Sandy Koufax라는 유대인인데요. 이 사람은 그렇게 독실한 유대교인은 아니었지만 1965년 World Series 첫 게임의 선발투수로 지명이 되었을 때 그날이 Yom Kippur라는 아주 중요한 날이었던 관계로 그날 피칭을 하지 않겠다고 했고, 그게 큰 이슈가 되었습니다. 사실 이 사람은 개인적으로는 그때 일을 하는 거에 거부감이 없었지만 자신의 선택이 미국 전역의, 또 전세계의 유대인을 보는 시각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고 한 결정이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오늘은 극동아시아 민족의 설날과 유대쪽의 설날에 대해 말씀을 나눴는데요, 동남아는 양력 4월이 새해이고, 이슬람교는 매년 양력에 비해 12일정도 짧아서 올해는 10월 말에 새해가 온다고 합니다. 민족마다, 종교마다, 전통에 따라 다 다른 새해에 대해 조금씩 이해하며 지내는 것도 미국에서 살아가는 지혜가 아닐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