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rry

한국인들이 미국에 오면 주의사항으로 꼭 듣는 얘기가 있는데요, 너무 쉽게 “Sorry”라고 하지 말라는 말입니다. 자동차 사고같은 것이 났을 때 미안다하고 하면 그게 바로 자신의 책임이라고 인정한다는 뜻이라 그렇다는 말씀이라고 하네요. 여기서 알 수 있는 게 두 가지인데요. 하나는 미국인들이 미안하다는 뜻으로 “Sorry”라고 할 때는 정말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다는 인정을 할 때라는 것이고, 또 하나는 한국사람들은 “sorry”를 당연히 “미안하다”라는 뜻으로 알고 있다는 것이죠. 그런데 사실 “sorry”와 “미안해요”는 좀 다른 말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 “sorry”라는 말을 미국사람들이 어떻게 쓰나에 대해 알아볼까 합니다.

Try to be less "Sorry".

Try to be less "Sorry".

먼저 말씀드릴 것은 이 말을 사용하는 데는 개인차도 있고 지역, 세대별로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저는 보편적이라고 생각하지만 계신 곳이나 평소에 접하시는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 있습니다.

한국의 영한사전을 보시면 이 단어의 뜻이 적게는 셋, 많게는 다섯까지로 구분되어 있는데요. 미국의 사전을 보시면 두 개정도입니다. 즉 한국인에게는 다르게 느껴지는 뜻을 미국인은 같다고 생각한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미국사람들은 다른 영어권 나라에 비해 “sorry”를 미안하다는 뜻으로 많이 쓰지 않습니다. 사과 자체를 많이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다른 나라는 작은 것에도 “sorry”라고 하죠. 특히 Canada 사람은 sorry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는 농담 아닌 농담이 있을 정도인데, 미국은 그렇지 않다보니 미안하다는 뜻으로 “sorry”라고 하면 정말 실수를 했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미국인이 “sorry”라고 할 때는 한국말로 “아쉽다,” “안됐다,” “안타깝다,” “섭섭하다” 또는 “후회한다”등의 표현과 비슷한 경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사과가 아니고요. 자신과 남의 일에 다 쓸 수 있습니다. 감기가 걸린 동료에게 “I’m sorry you have a cold!”라고 할 수 있는데, 나때문에 감기가 걸렸다는 말이 아닙니다. 감기 걸려서 안됐다,라는 뜻입니다. 뭔가 좋지 않은 소식에 이 말을 쓰죠. 상을 당했거나, 반려동물과 사별한 사람에게도 “I’m so sorry for your loss.”라고 조의를 표할 수 있습니다. 즉, 네가 누구를 잃어서 참 안타깝게 느낀다,라는 뜻입니다. 지갑을 소매치기당한 사람에게도 “I’m sorry to hear that!”이라고 하고요. 자신에게도 쓸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좋아하는 가수나 orchestra의 공연에 사정이 있어 가지 못할 때, “I’m sorry I’m going to miss it!”이라거나 “I’m sorry I missed it!”이라고 아쉬움이나 섭섭함, 또는 후회를 표현하고요. 통화중에 끊어야 할 때도 “I’m sorry I have to go.”라고, 즉, 계속 이야기하고 싶지만 부득이 끊어야해서 안타깝다,라는 뜻을 비칩니다. 즉 통화하는 상대에게 사과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그러나 유감이다,라는 뜻이라고 할 수는 있겠죠. 

그리고 그냥 “I’m sorry.”라고만 해도 되기도 합니다. 제 경험으로는 안좋은 소식이 정말 큰 일일 때, 이렇게 얘기하곤 하는데요. 직장에서 잘렸다거나, 치료하기 힘든 병 진단이 나왔다거나, 바라던 학교나 회사에 합격하지 못했을 때,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가 그냥 “I’m sorry”라고만 합니다. 시험이나 audition을 본 자녀에게 “How did it go?”라고 물었을 때 “I didn’t make it.”이라고 한다면 그냥 “Oh, I’m sorry, Sweetie!”라고 하면서 토닥토닥해주시죠. 이럴 때 “I’m sorry you didn’t make it.”이라고 하면 좀 이상합니다. 그런 경우에 잘못들으면 그게 네가 합격을 못해서 유감이다, 실망이다,라고 들릴 수 있거든요. 반대로 나한테 안좋은 일이 생겨서 말을 했을 때 누가 “I’m sorry.”라고 한다면 왜 얘가 미안해해?라고 의아해하실 필요 없습니다. 그 뜻이 아니니까요.

다음은 간단한 용법인데요. 누가 얘기를 했는데 못알아들었을 떄 보통 “Excuse me?”라고 말을 한다고 배우시죠? 다른 표현도 공손함의 정도에 따라 몇 개 있는데요. “I’m sorry?”라는 말을 이 뜻으로 쓸 수 있습니다. 한국말로 생각해보셔도 이해가 쉽죠? 죄송한데 뭐라고 그러셨죠?라는 말입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잘 쓰는 표현이기도 하고요. 

다음은 조금 다른 뜻인데, 불쌍할 정도로 않좋다는 형용사로 쓰입니다. 영어의 “pathetic”의 뜻과 비슷하다고 하겠습니다. 집에서 turkey를 요리했는데 이쪽은 탔고, 저쪽은 안 익고, 모양도 이상하고 맛도 없어보이게 나왔다면, “That’s one sorry-looking bird!”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는 뭐뭐라는 말을 붙이기가 아까울 정도로 그 자격이 되지 않는다는 뜻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He’s a sorry excuse for a human being.”이라고 하면 그 남자는 인간이라는 말도 아까워, 라는 뜻이겠습니다. 인간말종이야,라는 말이죠.

다음은 강조의 뜻으로 약간 반어법인데요. 입장을 확고히 할 때, “I’m sorry”를 앞에 붙입니다. 누구가 부탁을 했는데 들어줄 수가 없어서 안된다고 했지만 계속 이런저런 조건을 붙이면서 들어달라고 조를 때, 아무리 그래도 안된다, “I’m sorry but I still have to say no.”라고 하죠. 내가 안된다고 해야 해서 나도 안타깝다,라는 말도 되고, 내가 안된다고 해서 네가 실망할 것을 알아서 미안하지만, 이라는 말도 됩니다만, 실은 그 반대의 뜻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강경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물론 미안하다는 뜻으로 쓰기도 합니다. 남의 발을 살짝 밟는 작은 것에서 누구를 죽게 만드는 것처럼 큰 것까지 다 해당되는데요. “I’m sorry I stepped on your toes!” 또 이런 장면을 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살인을 저지른 사람이 피해자의 가족에게 이렇게 사과 비슷하게 말을 하면서 “I’m sorry I killed your son.”이라고 할 때 그 가족이 용서를 할 상황이 아니라면 “I’m sorry, too.”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즉 처음에는 미안하다는 사과의 뜻으로의 “I’m sorry”이고 두 번째는 유감이라는 뜻으로의 “I’m sorry”죠. 영어의 묘미가 느껴지는 순간입니다.

이 정도로 “I’m sorry”라는 말을 어떻게 쓰나 알아보았는데요. 거의 그만큼 중요한 게 어떻게 쓰지 않나를 아는 것입니다. 한국어로 “미안하다”고 할 상황에 그대로 번역해서 “Sorry”라고 하면 좀 어색한 경우가 있습니다. 한국은 누가 나한테 뭘 해주면 수고를 끼쳐 미안하다고 말을 하는데요. 가게에서 물건을 보는데 이것저것 꺼내게 하고 창고에 몇 번이나 왔다갔다 하게 하면 한국은 웃으면서 미안합니다, 라고 하죠? 미국에서 이럴 때 웃으면 재밌어서 웃는다고 생각할 수 있으니까 그러지 마시고요, 이럴 때는 “I’m sorry”보다 “Thank you.”라고 말씀하시는 게 좋습니다. 나를 위해서 이렇게 수고를 해서 고맙다는 뜻이죠. 여기서 “sorry”라고 하시면 좋게는 왜 미안해해? 내 일인데,라고 대답할 수 있고, 나쁘게는 동정의 뜻으로 받아들여서 기분나빠할 수 있으니까 염두에 두시기 바랍니다. 문화와 정서의 차이죠.

Chicago- Hard To Say I'm Sorry. Music video from 1982 release 'Chicago 16'.

khora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