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lk Music
미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음악 genre가 무엇인지 아시는지요? New York에 계시면 잘 못 느끼실 수도 있겠는데요, country음악입니다. 미국의 남부지방과 서부지방의 민요에 바탕을 둔 음악이죠. 소박하고 꾸밈없는 가사와 심금을 울리는 창법으로 나이가 들면서 더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는 점에서 한국의 트로트와 닮은 곳이 많다고도 하겠습니다. 그런데 이외에도 미국 민요에 바탕한 대중음악 genre가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folk music입니다. 오늘은 이에 대해 말씀을 나눠보고자 합니다.
The Almanac Singers
Folk라는 단어는 민요를 뜻할 때는 민속적이라는 의미로 쓰이지만, 또 그냥 사람들을 지칭하기도 하죠. 특별하지 않은 일반인, 보통사람, 대중을 뜻한다고 하겠습니다. 이 두가지를 합해보면 대중음악으로서의 folk music의 정의가 나옵니다. 다 같이 부르기 위한 노래니까 우선 melody가 부르기도 쉽고 기억하기 쉽고, 반주하기도 쉽도록 chords가 간단한 편이죠. 가사는 정치적일 필요는 없지만 사회적인 내용이 많고, 개인의 사정이나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전반적이거나 한 group 전체를 대변할 수 있는 내용이 많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60년대에 folk music이 담당했던 역할을 80-90년대 hip hop의 일각에서 물려받았다고 할 수도 있겠고요.
사랑노래를 하더라도 예를 들어 country는 실연의 아픔에 대한 노래를 한다면 folk는 뭔가 헤어질 수 밖에 없는 이유에 관한 성찰,같은 식입니다. 감이 좀 더 오시죠.
한국에서는 folk 음악, 하면 통기타, 청바지, 서양 문화니까 좀 세련되었다는 느낌이 오르겠고, 나아가서 뭔가 순수함, 예쁘고 조금 밝으면서 달달한 감성도 연상이 되겠죠? 미국의 folk는 비슷한 점도 있지만 다른 점도 있습니다. 민속음악과 구별하기 위해서 정식으로는 American folk music revival이라고 불린다고 하는데, 음악학자가 아닌 다음에는 아마 그런 말을 쓰거나 들으실 일은 별로 없을 거예요. 그냥 folk로 부르겠습니다.
이 대중 folk 음악의 시작을 보통 60년대로 많이 알고계시는데, 훨씬 전인 1940년대에 시작했습니다. 그때 나온 노래 중에 다들 잘 아시는 곡이 있는데요. 한국에서 인기 많다는 소위 등골 브레이커 브랜드 옷 선전에 배경음악으로 요즘 미국 TV에서 자주 들리는 노래입니다. “This Land Is Your Land”라는 제목으로 가장 잘 알려진 곡이고요. 광고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미국 땅의 여러가지 모습을 즐기고 사랑하는 노래라고 생각이 들도록 꾸몄고, 이 노래를 지금 부를때 대부분 그런 애국심과 연관을 지어 부른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 노래가 나온 배경은 약간 다르죠. 미국 대중 folk 음악의 선구자라고 할 수 있는 Woody Guthrie가 원래 있던 곡의 melody를 조금 바꾸고 자기가 가사를 붙인 곡인데요. 예전에 이 corner에서 다뤘던 Irving Berlin의 유명한 노래 “God Bless America”를 듣고 너무 비현실적이라고 생각이 들어서 지은 노랫말이라고 합니다. “God Bless America”는 이민 1세대가 미국에 대해 갖는 고마움이 담긴, 미국의 좋은 점만 보는 노래라고 한다면, “This Land Is Your Land”는 미국에서 대대로 산, Oklahoma 태생의 가난한 사람이 미국 건국 이념의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에 대해 노래한 것이죠. 즉 이 나라가 너와 나를 위해 만들어졌다,라기 보다 그래야 하는데, 또는 그랬는데 지금은 다르다,를 얘기하는, 약간 반어법이기도 한 내용입니다. 가사는 부르는 사람에 따라 줄기도 하고 늘기도 하는데요, 원래 version에는 4절과 6절에 사회비판적인 내용이 있거든요. 그런데 4절은 워낙 비꼬아놓아서, 아까 말씀드린 옷 광고에 그 가사가 나오는데 영상을 보면 그냥 나는 자유롭다, 못 갈 곳이 없다,라고 말 그대로 해석을 하신 것 같아요.
이 Woody Guthrie가 folk 음악에 hip hop 사람들이 아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소위 street credibility를 가져왔다면, 그와 활동도 같이 했고 folk 음악을 말 그대로 대중화하는데 큰 역할을 한 Pete Seeger는 미국 동부의 지성적인 면을 제공했죠. Folk fan이시라면 아시리라 생각하는 “Where Have All the Flowers Gone?”이나 “If I Had a Hammer” 등을 만들고 TV에서 folk를 불러 인지도를 높였습니다. 예술가들의 작품이 아무리 훌륭해도 작품과 그 사람의 인생에 너무나 차이가 많으면 좀 실망하게 되는 게 인지상정인데, 이분은 올해 초 작고하실 때까지 정말 자기의 노래가 보여준 신념에 부합하는 삶을 살았습니다. 젊을 때 자기가 직접 지은 작은 집에서 계속 살았고, 청바지에 티셔츠 차림이었으며, 전세계적으로 유명해졌음에도 기꺼이, 자주 초등학교에 나타나서 아이들에게 folk 노래를 가르쳤다고 합니다.
이 두 분을 20세기 대중 folk 음악의 1세대라고 부른다면, 2세대는 Bob Dylan으로 시작해서 Bob Dylan으로 끝난다고 하겠죠. Woody Guthrie를 그렇게 우러렀다고 하는데요. 이 사람도 60년대 초반에는 반전 같은 사회비판적인 요소가 담긴 노래를 썼죠. 또 folk 음악이다보니 기존의 melody를 가져오기도 했고요. 유명한 “Blowin’ in the Wind”는 노예들의 멜로디를 약간 따왔다고 하죠. 그러다가 60년대 중반부터 내용상으로도, 음악적으로도 많은 변화를 겪죠. 그러나 역시 지금까지도 folk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같은 60년대에 활동했던 folk 음악인들을 보면, Joan Baez가 있습니다. 제 대학원 교수님이 70년대에 한국에서 평화봉사단으로 계실 때, 노래를 하나 듣고 깜짝 놀랐다고 해요. 아니 Joan Baez가 언제 한국어 노래를 불렀지?했는데 알고보니 그 사람이 양희은 씨였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또 Peter, Paul & Mary라는 trio가 있었는데요. 요즘 PBS에서 모금 campaign을 하면서 이 분들 program를 많이 내보내고 있으니 기회가 있으시면 한번 보시기를 권합니다. 또 저항노래로 유명했지만 요절한 Phil Ochs도 있습니다.
Folk 음악은 당연히 미국에서는 자기네 민속음악에 기반을 두었으니 친숙할 수밖에 없겠지만, 이게 전세계로 뻗어나가서 큰 영향을 끼쳤다는 것은 대단하면서도 약간 의아할 수도 있겠죠. 민요라는 게 사실 어디서나 친숙하긴 해요. 그리고 folk 음악의 정신이 가사를 잘 모르는 사람에게도 어떻게든 전달이 되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그래서 사회운동이라든지, 사람들을 한 뜻으로 모으는 데에 이 folk 음악이 큰 역할을 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미국사람들에게 굉장히 중요한 60년대의 문화의 중심에 있으면서 그 전 세대와 미국의 전통음악과도 연관이 있는 genre입니다. 그래서 몇 곡 정도는 알고 계시기를 권합니다.
NPR에서 folk를 굉장히 좋아하는데요. 거기 역대 folk songs ranking에서 1위는 “This Land Is Your Land”이고 2위는 “Blowin’ in the Wind”입니다. 그리고 Pete Seeger는 25위권 안에 무려 네 곡이나 올렸는데요. 오늘 그 네 곡 중에서 그분이 전도서의 구절에 곡을 붙였고 The Byrds라는 그룹의 folk rock style 리메이크로 유명해진 “Turn Turn Turn”을 들으시겠습니다. 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라는 내용인데요.
비슷한 경우가 하나 더 있는데요. David Halberstam이라는 언론인이자 작가가 있었습니다. Harvard 출신이고, 정치, 역사 쪽의 정통 journalist로 Pulitzer 상을 타기도 했고, sports쪽 저서도 많아서 sports journalism의 위상을 높인 사람이기도 합니다. 한국전쟁에 관한 The Coldest War라는 책을 쓰기도 했는데요. 이분이 Kennedy 정부때의 소위 두뇌들이 가장 바보같은, 후에 봤을때 실책을 계속 한 것에 대해 책을 쓰면서 제목을 The Best and the Brightest라고 반어법 아닌 반어법을 썼는데요. 그런데 이 표현이 지금은 그 숨은 뜻이 없이 그냥 제일 출중하다는 뜻으로 쓰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