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ds of the Year 2014
또 한 해가 훌쩍 지나갔습니다. 미국은 연말 자체에 비중을 두기보다는 새로 오는 해의 전야제로서의 역할을 더 크게 보긴 하지만, 그래도 한 해를 결산하는 일이 좀 있기는 하죠. 그중 올해의 말, words of the year라는 것이 있는데요. 몇몇 단체에서 다른 기준으로 발표를 합니다. 그중에서 미국 사전 출판사인 Miriam-Webster사에서는 시대를 앞서가는 단어보다는 대중이 가장 많이 검색한 단어를 중심으로 list를 만듭니다. 이 list에서 올해 1, 2등을 차지한 단어에 대해 오늘 말씀을 잠깐 나눠볼까 합니다.
Merriam-Webster has named "culture" its 2014 word of the year. (AP Photo/Richard Drew)
1등은 “culture”라는 단어입니다. 문화라고 번역을 하죠. 한국어와 비슷하게 사용이 되어서, 교양이라든가 문화생활, 처럼 쓰이기도 하고, 한국문화, 고대문화, 서양문화, 등에 쓰이기도 하죠. 또 직장문화, 소비문화 같이, 앞에 뭐가 오느냐에 따라 다양한 뜻이 되고요. 그리고 한국어에서는 분위기라든가 풍토라고 얘기를 하겠지만, 미국어에서는 이럴때에도 이 culture를 붙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Google culture하면 구글이라는 회사의 사풍이 되는 식이죠. 즉 어떤 집단이 보여주는 사고나 행동방식, 특징, 습관을 말하는데요. 그 집단 내에서는 당연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밖에서 보면 다른 집단과 다르게 보이는 점을 모아놓은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저희 Educhora와도 아주 관계가 깊은 말이죠. 뭔가 내가 원래 속하지 않았던 집단의 문화를 익히고 그 안에서 의미있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이 목표라고 하겠는데요. 그 집단이라는 게 작게는 세대라든가, 한 나라 안에서의 다른 지역도 되겠고, 직업이라든가 성향도 되지만, 크게는 민족도 되고, 다른 언어권도 되는 것이죠. 예전에는 이 집단에 해당하는 말이 인기어였다고 합니다. “Society”인데요. 사회라고 번역을 하죠. 그런데 사회라고 하면 뭔가 규칙이 있을 것 같고, 논리가 어느정도 있을 것 같은 느낌이 오잖아요. 그래서 어찌보면 열심히만 하면 이해를 할 수도 있겠죠. 그러나 문화라는 것은 조금 달라서 정의하거나 딱 집어내어 말하기는 힘들지만 감지할 수는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익혀야 하는데, 그럴때 책으로만 배우거나, 반대로 몸으로 부딪히기만 해서 단편적인 경험만 쌓는다면, 예를 들어서 미국이라는 집단의 개개인의 성향이 모여서 전통이 되어 이루어진 문화라는 것을 잘 익히기가 어렵습니다. 두가지를 병행하는 게 좋죠. 그리고 그러다보면 다른 문화에 익숙해지는 만큼 자기자신의 문화에 대해서도 더 잘 알게 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미국사람들끼리도 세대라든가 직업이나 사는 곳에 따라 서로 문화가 많이 다를 수 있는데, 하물며 다른 나라에서 태어나서 다른 언어를 쓰던 사람은 어떻겠습니까? 다행히 미국인중에 지금은 예전과 달리 자신들의 문화가 보편적이라할지라도 절대적이지만은 않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어서, 이런 문화라는 단어도 찾아보고, 다른 문화의 사람도 이해나 수용을 하기가 쉬워지고 있는 듯합니다.
2등 단어는 “nostalgia”입니다. 향수라는 번역이 정말 딱 들어맞습니다. 향수가 고향 할 때 향과 우수, 수심 할 때 수 자로 고향에 대한 시름, 정도로 얘기할 수 있다면, nostalgia의 어원도 집에 돌아간다는 뜻의 말과 아픔이라는 뜻의 말이 합쳐진 단어입니다. 과거보다는 미래지향적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인들이 이 단어를 많이 찾아봤다는 게 좀 신기하죠? 제가 이 코너에서 자주 말씀드리지만 60년대가 미국인들에게 중요한 시대였는데, 그중에서도 1964년에 기념할만한 일이 많이 일어났고, 올해가 50주년이 되어서 그랬다,라는 설명도 나왔는데요. Dr. King등의 주도하에 인권운동이 시작되었고, 또 대중문화에서는 영국에서 the Beatles가 건너오면서 전세계의 음악에 혁명이 일어나기도 했죠.
그러나 향수는 그 이유만으로 갑자기 커지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도 요즘 90년대 복고가 유행이라고 하는데요. 미국도 갑자기 향수에 관심이 많아진 것을 보면 뭔가 살기가 힘들어서가 아닐까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런데 2014년 version의 향수는 미국에서 공유, 공감이라는 말로도 설명을 할 수 있습니다. Social media에 보시면 옛날 사진을 올려놓고 하는 분이 많아진 한 해였는데요. 영어 문학기법에는 alliteration이라고 해서 나오는 단어의 첫 발음을 통일하는 게 있는데요. 그래서 social media에서도 Throwback Thursday라든가, Flashback Friday, Way Back Wendesday 등 alliteration이 있는 표현으로 이런 추억공유에 제목을 붙였죠.
미국의 향수는 같이 경험한 것을 매체로 해서 생기고 지속되기도 하는데요. TV에 보시면 옛날 드라마나 sitcoms, 나가서는 게임 쇼나 예전 스포츠 경기까지도 계속 방송을 하죠. Christmas같은 명절에는 옛날 영화를 방영하기도 하죠. 노래도 굉장히 큰 역할을 하죠. 한국에서는 지금 모 예능프로에서 신의 한 수라고 하면서 90년대 가수들이 이슈가 되었다고 하는데요. 미국에서도 역시 음악이 특히 상업적으로 잘 쓰이고 있습니다. 벌써 90년대부터 가수들끼리 재결합하는 붐이 불었고, 지금은 광고에 보시면 옛날에 유행했던 노래가 많이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는데요. 그 노래가 유행하던 시기가 언젠가에 따라 그 광고가 target으로 삼은 소비자 층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예를 들어서 내가 좋아하던 노래가 자동차 광고에 나온다면 그것은 바로 내가 이제는 기성세대가 되었다는 확실한 증거라고 하겠습니다.
이렇게 각 세대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 문화적인 요소도 향수를 통해 세대를 단결하는 힘이 있는데요. TV program이라든가, 노래나 가수, 또는 사회적인 큰 event, 유행하던 옷이나 춤, 자동차 등이 있겠는데요. 그래서 이런 모든 요소를 모아 복고풍으로 꾸민 식당이 유행한 적도 있었고요.
미국사람도 과거를 추억하면서 힘들었던 것도 미화해서, 또는 좋았던 것만 부각시켜서 향수에 젖습니다. Sports stars가 여기 포함된다고 하겠는데요. 뭔가 순수했던 시절의 대명사이면서 고향을 상징하고 같은 세대와 취향인 사람들과의 유대감도 생기게 하는, 여러 역할을 합니다. 미국의 소설가인 Thomas Wolfe의 소설 제목으로 미국에서 유명해진 구절이 있는데요. “You can’t go home again.”이라는 말입니다. 집에 되돌아갈 수는 없다는 뜻이죠. 가장 큰 이유는 나 자신이 달라져있어서입니다. 그래서 누구에게나 nostalgia가 있지만, 특히 이민을 오신 분들에게는 더 의미가 있는 단어이기도 하겠습니다.
내일은 오늘이 향수의 대상이 되죠. 여성싸롱 청취자분들과 함께 한 시간들이 제게는 아주 예쁘고 감사하고 뿌듯한 추억이 될 거예요. 이 Living in America라는 코너를 한 것은 이민자분들, 또 그 자녀분들과 가족, 친지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어드리고 싶어서였는데요. 여기서 말씀을 드린 이름이나 제목, 설명같은 구체적인 부분을 꼭 기억하시라는 뜻보다는, 이런 미국적인 요소를 말씀들 드리다보면 나중에 혹시 그에 관련된 것을 접하실 때 조금 더 친근하게 느끼실 수 있으리라는 믿음에서였습니다. 기왕 미국에서 사시는데 물질적으로도 성공을 하셔야겠지만 삶의 질에 해당하는 정서적인 부분에도 신경을 쓰셔서 여러의미로 더 풍족한 생활이 되시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저는 radio에서는 잠시 이별을 고하지만 청취자분들을 돕는 일은 여러방법으로 계속하니까요. 혹시 생각나시면 연락 주시고, 저 보시면 꼭 아는척 해주세요. 그리고 청취자여러분, 저는 본부장님이라고 부르는 장미선 씨에게 계속해서 많은 사랑 보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다시 뵐 때까지 건강하십쇼. 여러분 행쇼~
제가 중고등학교 때 미국 심야TV에서 Get Smart라는 sitcom을 rerun했는데요, 그보다 훨씬 전에 나온 프로였습니다. 그게 2000년대에는 또 영화로 제작이 되었죠. 그래서 원래는 James Bond의 parody라고도 할 수 있는 이 Maxwell Smart라는 character 하나가 여러 세대를 아우르기도 하는 것입니다.
그중 새로운 단어를 많이 볼 수 있는 것은 가장 오래된 the American Dialect Society라는 단체의 list인데, 이것은 1월이 되어야 알 수 있어서 지금은 pass고요. 영국의 Oxford Dictrionary에서는 vape라는 단어가 뽑혔는데, 증기를 뜻하는 vapor라는 단어에서 나온 용어입니다. 연기 대신 증기가 나는 전자담배를 피울때 쓰는 말로, 지금은 다른 것에도 사용되고 있죠. 또 다른 단체에서는 한국에서는 이모티콘이라고 부르지만 미국에서는 일본어에서 나온 합성어인 emoji라고 하는, 감정을 나타내는 부호나 모양중에서 heart모양을 1등으로 뽑기도 했는데요.
한국은 12월 마지막 주에 한 해를 총결산하는 많은 특집이나 lists를 만들죠. 10대 뉴스라든가 방송대상같은 것이 있을텐데요. 그에 비해 미국인들은 향수를 가지고 추억하는 것 자체로 catharsis를 느끼거나 즐기기도 하는데요. 배워둬서 나쁘지 않은 면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