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ty Shades of Grey

지난달 개봉 전부터 대단한 화제와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영화가 있는데요. Fifty Shades of Grey라는 영화죠. 오늘은 내용보다도 그 영화의 제목을 좀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제목의 뜻이 뭘까요? Grey는 사람의 이름이지만 색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쉽죠. 그럼 “shade”는 무슨 뜻이죠? 많이 있는데요. 우선 간단하게 나뭇잎이나 빌딩 같은 것이 만드는 그늘, 응달을 가리킵니다. 지금은 상상도 못하는 일이지만, 여름이 되어서 밖이 아주 덥게 되면, 시원한 그늘을 찾게 될텐데요. 그때 “It’s cooler in the shade.” 그늘이 좀 시원해, 라는 식으로 말을 할 수 있겠습니다.

Fifty Shades of Grey (2015) Poster

Fifty Shades of Grey (2015) Poster

다른 뜻으로는, 특히 “shades of”라고 하게 되면 미술용어인 색조 중에서 순색에 까만색을 섞은 것을 말합니다. 엄격히 말해서는 검은색만 섞는 것이지만, 실생활 표현에서는 다른 것도 포함을 해서, 예를 들어 “shades of purple”하면 분홍에 가까운 연보라, 빨강같은 와인색, 또 파랑같은 군청색등을 다 망라한다고 생각을 할 수 있겠죠.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면 비유적인 표현이 됩니다. “Shades of meaning”이라는 말이 있는데요. 한국어로는 어감이라고 말할까요? 같은 뜻인데 정도가 다르거나 약간 쓰임이 다른 것을 가리킵니다. 화가 났다는 뜻의 “angry”라는 말 외에 “mad”라든가 “irked,” “seething,” “furious,” “enraged,” “irate,” “livid” 같은 말은 화남의 정도가 조금씩 다름을 표현하죠. 이런 것을 shades of meaning이라고 하고요. 즉 같은 종류인데 미묘하게 조금씩 다를 때 이 shades of를 사용합니다.

그럼 영화 제목은 조금씩 다른 회색의 종류라는 뜻일까요? 글쎄요. 저희 educhora의 색깔이 주황색과 회색인데요, 그 색을 정할 때 봤더니 회색의 종류도 cool gray, warm gray 해서 각각 10 shades정도가 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러나 역시 이 영화제목은 비유적으로 쓰인 것이죠. 한국어에서 흑백논리라든가 회색분자같은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회색이라는 말은 완전하게 이쪽 또는 저쪽으로 구분이 되지 않고 모호하거나 보는 이에 따라 달리 평가되는 부분을 가리킵니다. 영어도 마찬가지로, black and white라는 것은 뭔가 중도나 중립이 있을 수 없는 사안이나 이슈, 사람에게 쓸 수 있는데요. 그래서 “gray area”라고 해서 회색인 부분이라는 말은 딱 어느쪽이라고 정의나 평가를 내릴 수 없는 것에 쓰는 표현이고요, 어떻게 보면 어떤 양극 사이에 위치한 모든 것은 shades of gray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흰색이 선하고 검은색이 악이라고 했을 때, 세상사람의 대부분이 shades of gray에 해당하겠죠.

그래서 영화의 남자주인공인 Grey의 50가지 shades라고 하는 것은 저는 두 가지로 해석하고 싶은데요. 하나는 우리도 다 여러 모습이 있겠지만 이사람은 특히 알면 알수록 좀 더 어두운 면이 있는데, 그래서 fifty shades라고 말을 한 것 같고, 그 중에서도 회색이 50개가 있다는 것은 바로 논란이 된 이 남자주인공의 취향이 모든 사람이 다 괜찮다고 생각하지 않는 성질인 것을 표현했다고 하겠습니다. 즉 누가 보면, 좀 심하지만 개인의 자유고, 여자주인공이 어떤 이유로든 처음에는 동의를 했으니까 그리 큰 문제가 아니다, 라고 하겠지만, 다른 사람이 보면 이건 당장 감옥에 들어가야 할 일인 것이죠.

그래서 shades가 색깔이나 어떤 성질의 미묘한 차이를 가리키고, Grey가 색깔도 되고 사람도 되는, 말하자면 중의법이면서 pun이라고도 할 수 있는 제목입니다. 한국어로는 <<그레이의 오십가지 그림자>>라고 번역을 했는데요, 저는 그걸 보고 고개를 약간 갸우뚱했습니다. 색조와 관련된 뜻에서 나온 비유적인 표현인데 이걸 응달이라는 쪽으로 본 것이 우선 의외고, 그마저도 그림자와 그늘은 엄연히 다르고, 또 “이 사람은 그늘이 있어”와 같은 한국어 표현도 마침 있는데 shade “그늘”이 아닌 shadow “그림자”를 쓴 것입니다. 지난주에 미국과 한국 두 나라의 Saturday Night Live라는 programs에서 이 영화를 언급했는데요. 미국은 host가 영화의 여주인공이어서였고요, 한국은 이 영화의 예고편을 재미있는 반전을 넣어서 패러디 했습니다. 제가 spoiler가 되어야 해서 좀 죄송한데, 그 반전이라는 것이 이 한국어 제목에서 나왔거든요. 그래서 이 한국산 영상을 영어권 사람들이 보면 반전을 보고 웃기는 하겠지만 shade와 shadow가 다르다보니 재미는 있는데 왜 이 반전이 나와야 하는지 완전히 이해를 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그럼 한국어 제목을 다시 영어로 번역을 해줘야겠죠.

(이 영화는 원래 Twilight라는 연작 소설과 영화 시리즈에 바탕한 fan fiction에서 출발했습니다. Fan fiction이라는 것은 이렇게 드라마나 만화, 또는 인기 연예인을 등장시키지만 줄거리는 완전히 원작과 다른 소설을 말하는데요, 이 fan fiction이 독립된 소설이 되고, 속편도 두 권이나 나와서 bestsellers가 되었죠. 이 영화도 벌써 속편제작이 결정되었다고 하는데요. 이렇게 논란이 되는 내용을 상업영화로 만드는 이유는 그 말에 있듯이 상업성, 수익이죠.)

오늘 노래로는요, 이 “shade”라는 말을 시적으로 쓴 제목을 골라봤습니다.

Simon & Garfunkel의 “A Hazy Shade of Winter”라는 노래인데요. “[t]he sky is a hazy shade of winter”라는 멋진 가사가 들었는데, 사물이 활동 없이 죽어가는 겨울의 하늘이 불확실한 빛을 띄고 있다는 표현이 참 좋습니다. 

The Bangles' official music video for 'Hazy Shade of Winter'. Click to listen to The Bangles on Spotify: http://smarturl.it/TheBanglesSpotify?IQid=BanglesHSW As featured on The Bangles: Greatest Hits.

khora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