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Raining Men
영어에는 힘든 게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대부분의 한국인이 힘들어 하는 것은 인칭이 있고, 특히 3인칭 단수는 복잡하다는 것인데요. 특히 3인칭 단수에서 사람에 대해 말할 때 “he” “she”로 시작해서 그것과 맞는 소유격이나 목적어를 쓰는 것으로 인해 많은 고충이 있는 것을 저희 educhora가 영어와 미국문화 콘설팅을 해드리는 분들에게서 굉장히 많이 보게 됩니다. He라고 해야 하는데 she, 반대로 her라고 해야 하는데 him이라고 하는 거죠. 이건 당연히 몰라서가 아니라 익숙하지 않아서인데요, 말을 하면서 자기가 틀린 말을 하는지 인지를 못하는 경우도 많고요, 내가 아무리 “he”라고 하지만 분명히 여자를 가리키면서 말을 하는데도 내가 말을 하는 상대방이 전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을때 답답하거나 얄미울 때도 있으셨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애꿎은 영어 문법의 성별 탓을 하셨는지요?
The Weather Girls
이런 것은 한국어처럼 성별이 없는 언어를 하던 사람이 겪는 문제인데요. 반대로 성별이 있어서 문제인 경우가 있습니다. 전에도 한두 번 언급했던 political correctness, 한국어로는 우직하고 충실하게도 정치적 올바름이라고 번역을 하는 것 같은데요. Politically correct, 즉 PC가 되려면 차별을 하거나 고정관념적인 언행을 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는데요. 그러려면 성별을 따지지 않고 말을 해야 할 경우가 있는데, 성별에 따라 대명사가 달라지는 영어에는 한 문장만 말하고 나도 바로 성별이 나오게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서 “모든 사람이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을 가져온다”라고 한다면 “Everyone brings his? her? favorite food.”인데요. 1960년대 이전에는 이런 경우에 남성 대명사로 통일을 해서 “his”로 썼고, 그 다음 문장에서 “everyone”을 받을 때에도 “he”로 썼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그게 PC가 아니라서 문제가 되었습니다.
또 명사 자체에 성별이 들어가있는 경우, 특정 성을 선호하거나, 어떤 경우와 특정 성을 연관시킨다는 느낌을 주게 되는데요. 특히 직업에서 그런 예가 많습니다. 예전에는 경찰을 policeman이라고 했는데 거기에 “man”이 있죠? 여성이 경찰인 경우 불공평하기 때문에, police officer로 바꿨습니다. 소방관은 fireman이라고 하다가 이제는 firefighter가 되었고요. 또 mailman이 있었는데 이것도 공식적으로는 mail carrier로 바뀌었고, 예전 이름인 mailman은 이제는 역시 은퇴한 유명 프로 농구 선수의 별명으로만 남아있습니다.
이 둘을 합치면 어떨까요? 예를 들어서 각 소방관은 자신의 헬멧이 있다,라고 한다면 “Each firefighter has his helmet? 또는 her helmet?” 의사는요? The doctor and his? her? patients? 간호사는요? Each nurse reported to his? her? station. 교사는요? Every teacher loves his? her? students. 아, 이제 감이 오시나요? 여기서 바로 아, 이건 his, 이건 her, 이렇게 답이 나오셨는지요? 그게 바로 고정관념이라는 것입니다. 그것은 PC가 아닙니다. 이것은 흡사 어떤 직업, 또는 수입의 수준 등을 들었을 때 바로 떠올리는 인종이 있는 것과 비슷해서, 설사 통계상으로는 맞다고 할지라도 지금은 섣불리 해서는 안되는 언행입니다.
좀전에 옛날에는 남성대명사로 통일을 했었다고 말씀을 드렸는데, 그러다보니까 관용표현이나 속담 등에 남아있는 것도 있습니다. 즉 사람, 인간이라는 뜻인데 남자로 표현이 되는 것이죠. 몇개 알아볼까요? 우선 “Man does not live by bread alone.”이라는 말이 있는데요, “man cannot live by bread alone”이라고도 합니다. 구약성경에 나오는 표현을 신약에서 재차 언급한 것입니다. 빵으로만 살 수 없다는 말이니까 물질적인 충족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뜻입니다. 또 “No man is an island.” 섬인 사람은 없다, 라는 말은 17세기의 유명한 영국 시인 John Donne의 작품에 나오는 구절로, 즉 우리는 무언가와, 또는 누군가와 연결이 되어있다는 뜻이죠. 앞의 두 개가 소위 뭔가 있어보이는 표현이라면, 더 널리 쓰이는 “A man’s gotta do what a man’s gotta do.”라는 말이 있는데요. 해야 하는 것은 해야 한다, 즉 위험하거나 힘들더라도 할 일이라면 해야 한다는 뜻인데, 때로는 조금 다른 상황에 쓰이기도 하죠. 남이 보기에는 하지 않아도 되는 듯한데도 굳이 하겠다고 집착이나 고집을 하는 경우, 그래라, 네가 해야 직성이 풀리겠다면 하는 거지 뭐, 라는 뉘앙스로 얘기할 때도 쓸 수 있습니다.
이런 표현은 “man” 자리에 남성이 아닌 대명사를 집어넣어도 의미가 통합니다. “You”라든가 “one”을 쓰면 되죠. 그런데 말 그대로 남자여야 말이 되는 표현도 있습니다. 관용구로 “separate the men from the boys”라는 게 있는데요. 여기서 “men”은 그냥 남자도 아니고 성인남성을 뜻해서, 소년에서 어른남성을 분리한다, 즉 어른과 아이를 가른다는 말로, 뭔가 강도 높은 일을 해서 그것으로 고수와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분할 때 쓰는 표현입니다. Game 같은 것을 하다가 아주 높은 level에 이르렀을 때, “Now, this will separate the men from the boys”라고 말할 수 있겠는데요, 다른 명사로 바꿔서 쓰지는 않습니다. 또 “Boys will be boys.”라는 표현이 있는데요. 소년은 소년일 것이다? 남자는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소년이다, 라는 뜻으로, 뭔가 좀 철없는 행동을 하는 사람을 보고 약간 혀를 차면서도 이해를 한다, 즉 어쩌겠나, 하는 반응을 보일 때 쓰는 말입니다. 한국에도 비슷한 정서에서 나온 표현이 있죠? 아들을 하나 둔 엄마가 나는 아들이 둘이야, 라고 얘기하는 걸 봅니다.
이 표현을 제가 대학교 다닐 때 저희 프로그램 디렉터인 교수님이 했는데, 그 자리에서 한 학생이 이의를 제기한 게 생각이 납니다. 성차별이라고요. 여기서 함정은 이 학생이 여자였다는 거죠. 그래서 이 교수님도 좀 당황해서, 아니 이건 여자한테 좋은 뜻인 얘긴데 왜?라고 대답을 했는데도 이 학생은 정색을 하고 그래도 불평등한 건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등등의 논리를 폈는데요. 교수한테 이 표현을 쓰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이 교수님은 짬밥이 오래된 분이었는데도, 학부생이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여러사람 있는 데에서 계속 얘기를 하게 놔뒀고, 서로 의견차를 좁히지 못한 채 끝났지만 그 후에 뒤끝은 없었던 사건이었죠. 미국 문화와 한국 문화의 중요한 차이점을 단적으로 보여준 일화였습니다.
또 “man up” 또는 “be a man”이라는 표현도 있는데요. 이것은 힘든 것을 피하지 말고 남자답게 당당히 한다, 라는 뜻입니다. 도망치지 말고, 적어도 자기의 몫은 하라는 얘기죠. 그런데 이런 표현에서 보면 역시 성별에 대한 기대치는 쉽게 바뀌지 않는 것 같습니다. 요새 어린이들이 나오는 한국 TV 프로를 보면 유치원 나이인 아이인데도 부모의 입에서, 또는 자막으로 “상남자네”라는 말이 나오는데요, 칭찬입니다만, 이 역시 사실은 성의 역할을 벌써 단정해서 예측한다는 면에서는 PC 성향이 짙은 미국사람이라면 좀 고개를 갸우뚱 할만한 육아법이라고 하겠습니다.
또 “the man”이라는 말이 있는데요, 이건 그 사람의 영향력이 제일 크다, 즉 요샛말로 짱이다,라는 뜻입니다. 보스라는 얘기죠. 이렇게 “man”이라는 말이 들어간 표현도 많지만 그 말을 포함한 다른 단어로 “woman,” “women” 등이 있는데요. 이걸 여성주의자는 좀 반기지 않는 경향이 있어서, 스펠링을 바꿔서 단어에 “man”이나 “men”이 들지 않도록 하기도 합니다. 단수라면 “womyn,” 복수는 “wimmin” 이런 식인데요. 아니, 이 단어는 그냥 둬도 발음하기조차 껄끄러운데 스펠까지 바꾸다니, 라고 생각하고 계신가요? 또 “mankind” 인류라는 말은 역시 “man”을 포함하긴 해도 다른 단어인 “humankind” 또는 “humanity”라고 쓰시는 것을 권합니다. 언어는 개인의 인격과 성정을, 또 민족성과 역사를 나타내는데요, 이렇게 별 생각 없이 하는 말에도 여러가지가 녹아나있다는 것 잊지 마시고 자신을 잘 나타내는 영어를 가까이 하시는 게 어떨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