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firmative Action & African Americans
요새 12학년에 다니는 자녀를 두신 학부모시라면 지금쯤 대학 입학 사정관들이 우리 아이의 원서를 보고 있을까, 하시면서 곧 원하는 대학에서 좋은 소식이 오기를 기다리고 계실텐데요. 저희 사무실에서는 요즘이 대학 편입 원서를 넣는 기간이라 대학 입학 원서 기간만큼은 아니지만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지난번에 Ivy League에 대해 잠깐 말씀 드리면서 제가 나오기도 한 Harvard도 좀 알아봤었는데요, 며칠 전에 그 학교에서 좀 흥미로운 얘기가 나왔습니다.
Source: peoplesworld.org
대학에 진학하려고 힘들게 원서를 쓰고, 또 원서에 들어갈 성적이나 활동을 갖추려고 한인 학생과 학부모님이 애를 많이 쓰시는데요, 사실 원서를 심사하는 기준은 자세히 알려져있지는 않죠. 학교 사이트를 보거나 교원에게 직접 얘기를 들어도 공식적으로 말해주는 것은 다 피상적인 것 같고, 구체적인 내용은 별로 없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Harvard가 공식적으로 내세우는 방침이 있는데요, 바로 affirmative action입니다. 한국어로는 “적극적 우대조치”라고 번역을 하는 모양입니다. 뭐, 긍정적인 차별, 정도의 뜻으로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즉 뭔가 기존의 조건을 똑같이 적용했을 때 대체적으로 불이익을 당한다고 여기는 집단에 대해 조건을 조금 달리 하는 것을 말하는데요. 1960년대에 시작된 이래 찬반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제도입니다. 원래는 흑인들에게 취업의 기회를 더 주려는 이유였지만, 지금은 그 대상이 다른 소수민족으로도 넓어졌고, 직장뿐만이 아니라 대학 등의 다른 단체에서도 적용을 하고 있습니다. 유독 포함이 되지 않는 민족이라면 동양인이 있고요, 유대인도 이제는 특히 학계에서는 절대로 소수민족이 아니므로 해당되지 않습니다. 또는 전통적으로 남성이 많은 직업군이라든가, 여성이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직업인 경우, 반대의 성에 특혜를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동양인 자녀를 둔 학부모시라면 우리 아이가 들어갈 수도 있는 자리가 하나 더 줄었다, 라는 기분에 이 affirmative action에 반대를 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면 이 제도의 수혜자라고 할 수 있는 흑인의 경우는 다 찬성하고 지지를 하느냐? 그렇지 않습니다. 우선 어딜 가도 주위에서 아, 너는 이 덕에 들어온 거구나, 하는 선입견이 있기 때문에 그걸 감당하기가 힘들고요, 또 정말 실력이 출중해서 affirmative action의 힘을 빌지 않고도 합격이 된 경우에는 소위 도매가에 같이 포함되는 것이 싫다는 것입니다.
충분히 이해가 가는 대목입니다. 예전에 Nobel Prize 수상자인 모 과학자와 같은 연구소에서 근무를 한 적이 있는데, 그 연구소도 역시 affirmative action이 있어서 여름마다 흑인과 Latin 계통의 대학생 인턴을 뽑는 프로그램을 운영했습니다. 한번은 이 과학자가 그 인턴들을 모아놓고 연설을 하는 곳에 저도 참석을 하게 되었는데, 연설이 끝나고 질문 시간에 인상깊었던 질문이 둘 있었습니다. 하나는 이분 댁에 TV가 없다는 것에 대한 follow-up 질문이었고요, 또 하나는 affirmative action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냐는 것이었습니다. 이 분은 적극 지지한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만, 그 질문을 한 학생 인턴은 아마 무슨 대답을 들을지 뻔한 상태에서 질문을 했으리라 생각합니다. 다만 그 질문을 한다는 자체로서 자신들의 입장을 어느정도 표출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뭐 한인들이 보면 우리는 그런 혜택을 받지도 못하는데 배부른 불평이다라고 말을 할 수도 있겠지만, 이게 당사자에게는 또 제 3자가 모르는 고충이 있겠죠.
그 고충은 Harvard에 다니는 흑인 학생들에게도 공통으로 있는 것이라서, 금요일인 내일,이것, 즉 Harvard에서 흑인학생으로 살아가기,를 주제로 연극을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말하자면 그 연극을 홍보하기 위해서 60여명의 Harvard 흑인 학생들을 인터뷰한 것을 동영상으로 올리고, 또 퍼포먼스를 해서 그 사진을 또 인터넷에 올린 photo campaign으로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I, too, am Harvard”라는 제목의 퍼포먼스에는 학생들이 팻말에 자기들이 들었던 편견성 발언, 또는 그런 것에 대한 자신의 대답을 적어서 들고 있는데요. 한번 이 tumblr 페이지에 가보시기를 추천합니다. 내용중에는 너는 왜 흑인 액센트가 없어, 또는 흑인치고 말을 참 조리있게 하네, 같이 흑인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언행을 하는 것을 짚어내는 발언도 있고요. 또는 고정관념때문에 이상하게 보는 것도 있습니다. 즉 어떤 일로 화가 나있는데 그걸 자기가 흑인 여학생이라는 이유로 너는 원래 그런 태도지, 라고 몰아가는 것 같은 경우죠. 또 이 학생들이 싫어하는 것은 친구랍시고, 또는 흑인에게 호의를 베푼답시고 해주는 말인데요. 전에 든 예가 약간 인종에 대한 편견이 있거나 차별을 하는 사람들에게서 나왔다면, 이것은 자신을 생각이 트인 평등주의자라고 여기고 싶은, 대체적으로 진보적 성향이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하는 말인데요. 예를 들어서 내 절친도 흑인이야, 라든가, 나는 색깔을 안 봐, 또는 칭찬이라고 하는 말로 너는 속은 백인이야, 같은 말입니다.
아까 말씀드린 학교에 합격하는 것에 대한 코멘트도 제법 있는데요, 한 학생의 엄마에게 백인 학생의 엄마가 한 말인데, 어, 그쪽 아이가 Harvard에 간다는 말, 내가 잘못 들은 거죠?라는 것이 있고, 또 하나는 너는 흑인이라서 합격하기 유리해서 좋겠다, 라는 말도 있었습니다.
가장 심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이 이벤트를 기획한 학생이 들은 말인데요, 캠퍼스를 걷고 있는데 지나가던 술취한 백인이 한 말이라고 합니다. “글을 읽을 수는 있나?”라는 말이었다고 합니다. 이 학생은 이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흑인과 일본인 혼혈인데요, 인터뷰에서 자신이 아무리 아시안이라고 여기고 행동을 해도 남이 볼때는 흑인이다, 라고 말을 합니다. 보시면 동양기가 있지만 머리결 등으로 볼때 딱 흑인으로 보이죠. 사실 미국에 사는 흑인 중 다수가 다른 인종의 피가 섞여있습니다. 이것은 최근에 다른 인종과 결혼을 하게 되어서라기보다는 역사적으로 섞이게 될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 기인한 것이 더 많은데요. 완전 흑인으로 알고 있는 사람도 백인의 피가 있는 경우가 많으니, 부모중 한 쪽만 흑인인 경우에는 사실은 반도 안 되게 흑인일 확률이 높지만 사람들이 받아들일 때는 흑인이 됩니다. 아시다시피 Hollywood의 미녀배우 Halle Berry라든가 지난번 이 코너 후 나간 노래를 부른 가수 Lenny Kravitz 등이 여기에 속하죠.
Harvard에서 흑인학이라고 해야 하나요, African American Studies의 권위자인 교수가 있습니다. 본명은 Henry Louis Gates Jr.인데요, 애칭인 Skip으로 부릅니다. 개인적으로는 Skip을 학교에서보다 Harvard Square에 있는 한 옷집에서 더 자주 마주쳤던 기억이 있는데요. 이 분이 대중적으로 알려지게 된 계기는 2000년대에 들어서 PBS에서 흑인, 나아가서는 다양한 인종의 미국인을 주제로 프로그램을 몇 개 한 것이죠. 대부분 유명인을 상대로 족보를 알아봐준다거나, 유전자 검사로 인종 구성 비율을 알아본다거나 하면서, 흑인이란 무엇인가, 나아가서는 미국인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프로그램입니다. 자기도 역시 테스팅을 했는데, 이 검사 방식으로는 인종 구성 비율을 완전히 알 수 없다는 비판이 있습니다만, 어쨌든 조상의 역사를 알기에 사전에 나는 50%는 백인이다, 라고 얘기를 했는데 알고 보니 60%가 넘는 비율이 백인으로 나왔었죠.
이분이 자문을 한 영화가 지난주 Academy Awards에서 대박을 터트렸는데요. 12 Years a Slave라는 영화입니다. 사실은 이 영화가 작품상을 탔다는 것 자체가 일각에서는 말하자면 affirmative action덕이라는 반응입니다. 이 영화에 주지 않으면 인종차별주의자로 몰릴까봐 이 영화에 투표를 했다는 것이죠. 또하나 주목할 점은 이 영화가 실수로 12년간 노예로 산 미국인의 이야기인데, 만든이는 거의 비 미국인이라는 것입니다. 각본상을 탄 사람만 미국흑인이고, 남자주인공, 또 상을 탄 감독은 영국 흑인입니다. 또 이 영화 하나로 fashionista로 등극하고 조연 여우상까지 받은 Lupita Nyong’o는 아프리카와 멕시코의 혼혈인데요, Yale에서 연극을 전공한 재원입니다. 4개의 언어를 구사하는 이분의 학교 생활은 어땠을까, 저는 궁금해집니다. 시험을 못봐도 흑인이라 붙었지, 라는 말을 들었을까요? 아, 시험 얘기가 나와서 말씀인데 SAT가 근 10년만에 다시 바뀐다는 소식입니다. 시험을 잘 보고 학교 성적을 올리는 방법만 배우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덜 유리하게 됩니다. 점수보다도 대학에서의 학업을 잘 수행할 능력을 평가하게 된다고 하는데요, 한인학생들에게는 약간 좋지 않은 소식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요령을 배우거나 지식을 쌓는데에 중점을 두지 마시고 공부하는 법, 사고하는 법, 글 쓰는 법에 대해서 근본적으로 배우고, 원서를 쓸 때 시험점수 외 다른 항목에 더 신경을 쓰면 되죠. 그런 점에서 전통적인 성격의 학원이 아니고 그런 근본적, 포괄적인 consulting을 하는 저희의 입장에서는 어찌보면 저희의 철학과 방식에 더 힘을 실어주는 변화라고도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