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uppets

지난 3월에 <<여성 싸롱>>중에 언급하셨고 이 코너에서도 시작할 때 잠깐 다룬 토픽이 있었는데, 바로 Won’t You Be My Neighbor? Day라고 해서 유아용 TV 프로인 Mr. Rogers’ Neighborhood에서 유래한 날입니다.  그런데 이 프로가 유치원을 가기 전 나이의 아동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면, 그 다음 연령, 즉 정식으로 학교에 다니면서 글을 배우기 시작할 무렵의 아동도 대상에 포함한 장수프로가 있습니다.  오늘은 그 프로그램, 잘 아시는 Sesame Street과, 거기에 나오는 muppets를 둘러싼 문화에 대해 말씀을 나눌까 합니다.

Sesame Street

Sesame Street

이 프로는 워낙 유명하고, 한국TV에서도 방영이 된 적이 있으며 꾸준히 한국에서 어린이 영어공부 교재로 쓰이고 있다고 하는데요.  그래도 잠깐 소개를 드리자면, 1969년에 시작해서 벌써 45년째가 되는 프로이다보니까 지금 20대 중후반에서 50살 정도 되는 사람까지는 이 프로를 보면서 자랐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시작하게 된 취지는 상대적으로 열악한 교육환경에 있는 어린이를 돌보기 위한 것이었죠.  여기서 열악한 교육환경이라면 아무래도 유색인종이거나 대도시에 사는 사람을 가리키는 것이고, 그래서 Sesame Street는 New York 시에 있는 거리로 설정이 되었고, 등장인물중에 당시로서는 파격적으로 흑인이나 기타 비백인이 많았습니다.  지금은 약간 교육적인 면에 치중한 모습을 보이는 동시에 등장하는 muppet들의 연령대가 좀 어려졌고, 매 시즌 제작하는 에피소드의 수도 많이 줄었습니다.  또 예전만한 영향력을 갖고 있지도 않죠.  아무래도 경쟁하는 어린이용 프로도 많고 이제는 TV를 통하지 않고도 이런 교육적인 프로그램을 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예전 전성기때는 이 프로가 미국의 PBS 방송국의 간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고요, 모든 어린이가 공통으로 갖고 있는 유년기의 문화적 추억이었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뭐니뭐니해도 이 프로의 주인공은 muppets라는 일종의 꼭두각시 인형입니다.  Jim Henson이라는 분이 만들었는데요. 이 사람은 처음부터 꼭 어린이를 대상으로 생각했던 것이 아니었고, Sesame Street의 전신격인 프로를 만들었을 때부터도 이 캐릭터들의 대사는 굉장히 세련되었고, 중의법이라든가 어른들만 알 수 있는 레퍼런스가 많았습니다.  그러다가 아예 아동교육용 프로를 만들게 된 것이죠.  그래서 특히 전성기 때의 에피소드를 보시면 부모도 어린이와 같이 앉아서 재미있게 시청할 수 있는 내용이 많습니다.  그렇다고 19금 이런 건 아니지만, 어른들이 쓰는 유머의 방식이라든가, 어른들이어야 알 수 있는 사건, 프로그램, 책, 노래, 인물 같은 것을 가져다가 살짝 바꾼다거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이것을 단지 어린 나이의 꼭두각시 인형이 나오고 알파벳과 숫자를 가르친다고 하여 어린이용 교재로 쓰면 이 프로를 100퍼센트 활용하는 것이 아닙니다.  성인도, 미국에서 자라서 미국의 문화를 잘 아는 것이 아니라면, 이 프로의 재미를 완전히 느낄 수는 없습니다.

예를 들면 Cookie Monster라는 muppet이 있는데 이 인형이 프로 내에서 진행하는 코너가 있었습니다.  “Monsterpiece Theater”라고 해서, 이 인형이 호스트가 되어 muppet들이 연기하는 드라마를 소개하는 구성인데요, 이 코너에서 Cookie Monster는 자기의 이름이 Alistair Cookie라고 합니다.  이것은 어린이나 비영어권 사람들은 잘 모르는 건데, 실은 PBS에서 방송하는 Masterpiece Theatre라는 프로그램이 있었죠.  지금은 Masterpiece라고 불립니다만, 제목 그대로 명작을 방송하고, 오랜 기간 이 프로의 호스트를 맡았던 사람이 Alistair Cooke이라는 분이죠.  그리고 muppet들이 연기하는 드라마 자체도 영화나 TV드라마나 소설의 패러디라고 보시면 되는데, 그중에는 정말 Masterpiece Theatre에 나올 법한, 또는 나왔던, 그런 수준의 작품도 많아서, 어떤 것은 보통사람이 보면 원작이 뭔지 모를만한 것도 꽤 됩니다.  예를 들면 West Side Story나 <<초원의 집>> The Little House on the Prairie처럼 상대적으로 대중적인 것도 있지만, Alfred Hitchcock 감독의 39 Steps를 패러디한 39 Stairs, 또 프랑스의 명감독 François Truffaut의 Les Quatre Cents Coups, 영어 제목은 The 400 Blows인데요, 패러디 제목 역시 The 400 Blows였죠.  물론 내용은 전혀 달라서, 생일케이크에 꽂은 초를 400번 불어야 한다는  거였죠.  그외에 Shakespeare라든가 Hemingway, Beckett같은 작가들의 작품도 나왔습니다. 

이렇게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지만 성인들도 즐길 수 있는 내용을 담은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프로 자체, 또 등장인물이 미국문화의 아이콘이 되어서 이들이 또 패러디가 된다든가, reference에 사용이 된다든가 합니다.  Cookie Monster 하나만 보셔도 최근에 유투브 영상에 나왔고, 인기 프로인 The Colbert ReportSaturday Night Live에도 출연을 했으며, NPR, National Public Radio의 인기 프로 All Things Considered에서 인터뷰도 했었습니다.  그리고 인기 성인 만화 TV 프로그램인 Family Guy에서 패러디로도 사용을 했죠.  또 이 프로가 시작한 시기가 미국이 많은 변화를 겪은 격동의 ‘60년대 끝이었던만큼, 뭔가 자유롭고, hippie culture로 대변되는 것처럼 진보적이고, 경직되지 않고, 예술과 대중문화를 사랑하고, 진취적이면서, 뭔가 신실하다고 할까요, 진실성이 있으면서도 유머가 끊이지 않는 정서를 가지고 있고, 어린이들과 대화하기에 약간 곤란한 토픽도 비켜가지 않고 최선의 방법으로 직접 부딪히는 것, 또 상업적으로도 신경을 써서 인형이나 다른 제품의 라이센스 판매로 높은 수익을 올리고, 이런 것이 공존한다는 것 자체가 극히 미국적인 면을 보여준다고 하겠습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이 프로가 어른들에게 인기를 끌게 되니까 1970년대 중반에는 아예 muppet들이 나오는 저녁시간 프로도 생겼습니다.  The Muppet Show라는 제목이었는데요, 이것은 어린이들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오락프로였습니다.  노래도 나오고, 코메디 스케치도 있고, 게스트 스타도 있는 variety show였죠.  지금은 prime time에 만화나 인형이 많이 나오지만, 이게 시초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그러다가 이 muppets가 드디어 은막에 진출하게 됩니다.  1979년에 The Muppet Movie로 데뷔를 하는데요.  로드무비로, Jim Henson의 분신이라고 할 수 있는 Kermit the Frog가 미대륙을 횡단해서 헐리우드로 가는 줄거리이고, Orson Welles, Mel Brooks, Kojak으로 유명한 Telly Savalas, Bob Hope, Steve Martin 등의 카메오도 많았습니다.  주제가가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로 오르기도 했죠. 속편이 많이 나왔는데요, 가장 최근의 것이 지금 상영하고 있는 Muppets Most Wanted입니다.  역시 쟁쟁한 카메오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음악쪽에서는 Celine Dion, Josh Groban, Tony Bennett, Lady Gaga, Sean Combs, Usher등이 출연하고, 또 영화쪽에서는 Frank Langella, Stanley Tucci, Salma Hayek 등이 나오는데요, 이런 사람들이 기꺼이 출연하는 것은 자기들이 어렸을 때 봤던 캐릭터들과 같이 영화에 나오고 싶어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자신들이 지금 자녀나 손주가 있다면 그 아이들이 보고 좋아하라고 나오는 것입니다.  

미국사람들이 이 Muppets가 나오는 프로그램과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인형이나 동물이 나오고 어린이를 비롯한 온 가족이 보는 것,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아무래도 Disney일텐데요, 두 제작사의 작품을 비교하면 좀 이해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Disney하면 뭔가 공장에서 철저한 계산 아래 대량생산된, 다수를 위한 보기에 매끈하고 반들반들하고 번듯한 느낌을 주면서 전통적인 교훈이 있고, 미리 꾸며져서 내 의사나 취향과는 관계 없이 각 부분에서 느껴야 할 감정이 딱딱 정해져있는 그런 인상을 주죠.  또 모든 것을 좀 간단하게 만든다고 할까요?  평면적이고 정형화된 캐릭터라든가, 너무 확실한 감동코드가 전세계적인 인기를 끌기에 좋은 것 같기는 합니다.  

반면에 이 muppets는 우선 유머감각이 풍부하고, 자칫하면 오글거릴 수 있는 감정을 진솔하게 풀어내면서도 뭔가 가슴이 뭉클해지는 부분이 있는데도 구질구질하지는 않고 담백한 맛이 있습니다.  아날로그적, 약간 B급 정서라고 할 수도 있겠는데요.  개인적으로는 Disney는 어릴때 누구나 갖고있던 장난감같은 기억을 준다면, muppets는 이 역시 많은 사람이 보고 좋아했음에도 불구하고 뭔가 나만의 것처럼 특별하고, 약간 그 순수했던 시절을 되살리는 따뜻한 추억인 것 같습니다.  미국사람들이 한국사람에 비해 덜 감정적인 부분이 많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런 사람들이 소위 좀 센치해져도 괜찮은 거의 유일한 상황이 이 muppets를 대할 때입니다.  그러나 이것을 미국적인 센치함이라고 하고 싶은 것이, 왜 한국에서 동심을 추억한다, 하면 한없이 순진해서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을 가리키는 경우가 많은데, 미국인의 muppets에 관한 감성은 그것보다는 조금 더 세련되었지만 염세적이거나 계산적이지는 않고, 아직 희망과 이상이 있던 시절과 통해있다고 하겠습니다.  Jim Henson이 사망한 90년대 이후에는 이런 정서가 사실 muppets 영화나 Sesame Street보다는 영화사인 Pixar의 작품에 더 잘 계승되어 있다고 보이기도 하고요.  

어쨌든 미국사람들이 이 muppets에 대해 갖고 있는 특별한 감정을 이해하신다면 미국을 이해하는데 아주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래서 영화나 TV 프로그램을 보셔도 좋지만, 가장 속성으로 알고 싶으시면 Jim Henson의 추모식을 YouTube에서 보시기를 권합니다.  특히 프로그램과 영화에 나왔던 여러 노래를 메들리로 부르는 장면이 있는데요, 추천합니다. 

khora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