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lege Readiness
3-4주 전에 미국의 대학에서 regular admission의 합격생 통지를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통보를 하지 않은 학교도 있지만, 대부분의 학교, 특히 우리가 이름을 잘 알고 있는 대학에서는 벌써 통지가 나갔고, 보통 이번달 말안으로 그 학교에 다닐지 안다닐지를 학생측에서 학교에 알려주도록 되어 있습니다. Harvard 대학으로 예를 들어보면, 올해 early action에서 합격한 학생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꽤 높은 편입니다. 거의 4700명에 달하는 지원자 중에서 1000명에 가깝게 뽑았으니, 21퍼센트가 넘는 수치입니다. 작년에는 더 많은 수의 지원자 중에서 더 적은 인원을 early로 뽑았지만 전체 합격자의 수는 작년과 올해가 거의 비슷하다는 말씀은 곧 올해 regular로 붙은 학생의 수가 작년에 비해 적다는 뜻이 되겠지요? Regular만 놓고 보면 3.1%의 합격율로, 작년의 3.8%보다 많이 낮아졌습니다. 전체 합격자 수는 2000명이 조금 넘는데요, 지원자 중에서 자기 학교 수석인 사람이 3400명이었다고 합니다. 무시무시한 경쟁이 아닐 수 없습니다.
Welcome to college.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더 많이 지원을 했고, 합격도 해서 55%정도라고 하고요. 지난번에 저희 코너에서 다뤘던 affirmative action이 최근에 뉴스에 크게 실렸죠? 각 주에서 투표로 affirmative action을 중단하는 것이 합헌이다라는 결정이 대법원에서 났다는 소식이었습니다만, Harvard가 위치한 Massachusetts주는 이 정책을 아직 실행하고 있고, 혹시 중단을 하는 경우가 생기더라도 Harvard는 공립이 아닌 관계로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물론 지난번에 말씀을 드렸듯이 이것은 소수민족 우대 정책이지만 대학 입학에 있어서는 아시아 계통은 소수민족에 들어가지 않죠. 어쨌든 이번 합격자 중에서 동양계가 거의 20%가 된다고 합니다. 흑인은 12%정도, 라티노는 13%로, 라티노 학생의 수가 느는 추세입니다.
학교에 지원을 해보신 분이라면 합격은 기쁜 소식이고, 불합격은 물론 좋지 않은 소식이지만 뭐 그래, 하고 금방 잊어버리면 되지만, 그 중간에 있는 wait-listing이라는 게 있죠. 상쾌하지 않은 기분이 드는데요. 저는 개인적으로 wait-list에 올랐다가 그 학교에 다니게 된 사람을 한두 명밖에 알지 못합니다. 그정도로 wait-list는 표현하자면 희망고문인 셈입니다. 왜 여기에서 추후 합격으로 올라갈 가능성이 적은가하면, 아까 말씀드렸듯이 작년 Harvard 합격생은 2000명 정도였는데, 지금 1학년이 1600명 정도입니다. 즉 붙은 사람들 중에서 80%정도만 입학을 했다는 뜻이죠. 그러니까 예상재학생 수보다 25% 정도 많은 사람을 합격시킨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비율은 오랜 경험에서 나온 것으로, 정말 이변이 있어서 80%보다 훨씬 적은 수가 입학을 하겠다고 통보하지 않는 한 wait-list에서 추가로 뽑을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대학들이 보통 신입생 선발조건을 밝힐때, 성적이나 지원서, 특별활동 등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요소 외에 “우리 학교 커뮤니티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이라든가, “학업과 캠퍼스 생활을 잘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알 것 같으면서도 불분명한 항목이 꼭 들어가있습니다. 이것은 지난번에 학교를 고를 때 주의사항에서 말씀드렸듯이, 구체적으로 보면 학교마다 학풍이나 특색이 있어서 그것에 어울리는 사람이라는 말도 되지만요, 한편으로는 전반적으로 대학이라는 level에서 성공할 수 있는 사람, 즉 대학교 수업을 할 준비가 된 사람이라는 뜻도 있습니다. 이것이 요새 뜨는 말인 college-readiness인데요. 아마 학부모님이시라면 자주 들으시게 될 것입니다. 이번주에 나온 미국 전국을 대상으로 한 공립고등학교 순위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 항목이기도 합니다. Ranking이 궁금하시죠? 1위에서 50위까지 봤을 때, KRB studio가 있는 New York은 여섯 학교가 올라있는데, 순위가 몰려 있어서 32위에서 43위 사이입니다. 역시 studio가 있는 New Jersey는 두 학교밖에 올라있지 않지만 순위가 높습니다. 11위와 20위입니다.
대학교 입학사정관도 이 college-readiness를 보고, 고등학교 랭킹도 이것을 본다면, 이것이 중요한 또다른 분야가 분명히 있겠죠? 네, 바로 후년부터 바뀌게 되는 SAT입니다. 얼마 전 그 소식이 나왔을 때 잠깐 언급을 했는데요, 지난주에 드디어 세부사항이 알려졌습니다. 장장 200페이지가 넘는 리포트를 공개해서, 저희 educhora에서도 그것에 따라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도 college-readiness가 keyword입니다. 그럼 기존의 SAT는 college-readiness와 상관이 없었나, 하는 의문이 생기기도 하는데요. 이 말이 전에도 물론 쓰였지만 이제는 college readiness와 college success가 완전히 전면에 나와서 SAT가 문제를 출제할 때 가장 염두에 두는 부분이 되었습니다. 물론 교과과정에서 습득한 지식이 있지만, 그외에는 정보의 수용과 해석, 주어진 정보에 근거한 논리있는 결론, 또 많은 양의 정보의 효율적인 정리, 또 어떤 문제를 풀 때 한두 개의 조건이나 제약만 가지고 좁게 파고들기보다 여러 요소들을 고려하고 여러 각도에서 접근하는 능력, 여유, 또는 성숙도를 평가하게 되는 것입니다. 사실 책에서 접하는 문제는 단순하게 만들어서 깨끗하게 풀 수 있지만 이 세상의 실제 문제는 복잡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이렇게 여러 요소를 고려하게 한다는 것은 대학 졸업후에도 현실적으로 닥칠 수 있는 문제를 대하는 능력을 보겠다는 뜻입니다. 또 미국이라는 나라의 정체성의 중심이 되는 문서나 연설, 또 세계적으로 인류에게 중요한 글이나 말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나도 보게 되는데요, 리포트에서 예로 든 사람중에 지난번에 저희 코너에서 다룬 MLK, Martin Luther King Jr.도 포함이 되어 있습니다.
즉 어떤 문제를 푸는 법을 배우거나 외우는 것 자체로서의 의미는 많이 축소가 되고, 이제는 여러가지 요소를 동시에 인지하면서 이해하고 창의적, 논리적으로 사고하여 해답에 도달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또 이런 점은 다른나라 사람에 비해 개별 과목 시험 점수는 낮은 미국인들이 자신들의 장점으로 꼽는 것이기도 하고요. 무엇을 무조건 받아들이지 않고, 자기가 어떤식으로든 납득을 해야 하고, 또 어떤 상황에 처했을 때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거나 선례를 고려하지 않고 자기가 독자적으로 생각해서 대응하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번 세월호 사건에 대해 영어권 언론에서 다룰 때 약간 한국을 전형적인 동양문화로 여기면서 미국과의 차이점을 조명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모 언론사에서 쓴 기사 끝부분에 “(m)any of the children did not leave their cabins, not questioning their elders as is customary in hierarchical Korean society. They paid for their obedience with their lives.”라는 말이 나오는데요, 즉 한국은 말하자면 상명하복의 관습이 있어서 학생들이 선실안에서 기다렸고, 결국 자신의 목숨으로 순종에의 댓가를 치루었다라는 뜻입니다. 윗사람의 말을 무조건 듣는다는 것이 일반적으로 틀린 말은 아닐지 몰라도 학생들이 세월호 선실에서 기다린 다른 이유가 분명히 있는데도, 미국 독자는 단순히 이것을 보면서 그래, 우리 아이들은 뭐든지 물어보고, 비판적인 태도를 갖는데 그게 좋다, 라고 반응을 많이 했습니다. 즉 이 기사 내용의 사실여부를 떠나서 여기서 엿볼 수 있는 것은 미국인은 무엇을 높게 평가하는가 하는 것이죠. 한국사람은 보통 어린 사람이 자꾸 물어보고, 반대되는 의견을 내는 것을 좋지 않게 여기는 반면, 미국에서 좋은 인상을 주려면 그렇게 하는 것이 좋죠. 물론 반대를 위한 반대나, 말싸움을 하는 것은 제외하고요. 이렇게 비판적, 독자적이고, 광범위하고 융통성이 있는 사고와 대응력이 바로 SAT나 대학사정관이 학업성취도와 별개로 college readiness로 보는 요소입니다.
안그래도 세월호 사건과 같은 시기에 미국에서는 Boston Marathon 폭발사건의 1주기가 있었죠. 당시에도 폭탄이 둘 터졌을 때 또 몇개가 남았는지 모르는 상황에서도 일단 터진 쪽으로 달려가던 사람들을 보면서 예전 보스턴 거주자로서 뿌듯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굉장히 부러웠습니다. 세월호에서도 자신보다 남을 먼저 생각한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분들이 대부분 비극적인 결과를 맞게 되어 비통과 격분을 금할 수 없습니다. 이렇게 전한국인이 격하게 반응을 하는 큰일이 있은 후에 미국인 지인들에게서 어떻게 되었냐고 질문을 받는데요, 그럴때마다 어, 별로 달라진 게 없어, 라고 대답을 하면서 참 씁쓸할 때가 많습니다. 이번에도 물론 충분한 시간을 두고 온전히 수습이 되는 것은 물론, 이 비극이 무언가 긍정적인 결과를 낳았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입니다.
노래: 작년 보스턴에서 열린 프로야구 월드시리즈 게임에서 보스턴 마라톤 희생자를 추모하고 피해자와 관계자를 기념하는 순서가 있었는데요, Fenway에서 중요한 게임이 있을 때 자주 노래를 하는 James Taylor가 그때도 미국국가와 “America the Beautiful”을 불렀죠. 오늘은 이분이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친구를 그리며 만든 노래 “Fire and Rain” 들으시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