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tcom (Seasons)

5월도 벌써 반이 지나서 어느새 여름이 코앞에 닥쳤습니다.  어떻게 보면 미국은 전통적으로 여름과 여름이 아닌 계절로 나뉜 것 같기도 한데요.  학교 과정이 그렇고, 자연스럽게 휴가철이라든지 예산을 많이 들인 상업영화도 여름이 피크입니다.  반대로 TV 시즌은 여름이 원래 쉬는 기간이었지요.  그래서 특히 드라마나 시트콤 같은 프로그램을 보면 보통 9월부터 5월까지가 한 시즌이고, 여름에는 쉽니다.  케이블의 경우에는 시즌이 조금 다르기도 합니다만, 어쨌든 이렇게 시즌제로 되어있다는 점은 같습니다.  한국도 물론 시즌이 있는 드라마가 요즘은 있지만, 미국처럼 시작과 끝이 일정하지는 않죠.

Source: Film Society of Lincoln Center

Source: Film Society of Lincoln Center

이 TV 시즌의 개념은 미국에서는 오래된만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공중파의 드라마나 시트콤을 보시면 한 시즌에 보통 22개에서 많아봤자 26개의 에피소드를 방송합니다.  한 시즌이 8개월정도라고 하면 34-5주인데 그동안 평균 3주에 한번꼴로 새 에피소드가 나오지 않는다는 뜻이겠지요.  그리고 또 네 달은 아예 새것이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미국사람들은 이 재방송, rerun에 아주 익숙해져있습니다.  만드는 입장에서 보자면 일주일에 한 에피소드 분량보다 덜 찍어도 된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광고가 많아서 30분짜리 프로는 보통 23-24분, 한 시간짜리도 45분 정도만 방송내용이죠.  한국처럼 거의 생방송 수준으로 한시간씩 자면서 일주일에 거의 70분에 다다르는 에피소드를 두개씩 제작한다고 하면 다들 놀랄 것입니다. 

이런 시즌제는 아주 잘 정착이 되었는데요.  Rerun이라고 하면 시즌 중에 새 에피소드 대신 원래 방송시간에 나오는 것도 포함이 되지만, 여름에 그 시간에 지난 시즌의 에피소드를 내보내는 것도 가리킵니다.  (이런 경우에 “This program is in reruns.”같은 식으로 말할 수 있습니다.  요새 재방 중이야, 라는 말이죠.)  특히 케이블 TV의 등장 이후에는 아예 케이블 채널이나 로컬 채널에서 인기있는 프로를 사서 매일 같은 시간에 방송을 하는데요, 이런 것을 syndication이라고 부릅니다.  즉 제작사에서 파는 거죠.  그런데 syndication 프로는 매주 다섯 에피소드씩, 또는 열 개씩 방송이 되다보니까 전체 에피소드 수가 조금 많아야되겠죠.  그 기준이 보통 100개라고 합니다.  즉 네 시즌 정도에 해당하는 양인데요.  그런데 이 신디케이션에서 나오는 수익이 대단하다보니까 사람들은 자기가 제작하거나 출연하는 프로가 100회를 넘기느냐 마느냐에 아주 민감하다고 합니다.  

보통 한 시즌 중에 지난번에 말씀드린대로 시청률을 조사해서 광고비용에 반영하는 11월, 2월, 5월에는 특히 신경을 써서 reruns을 되도록 줄이고, 화제가 되는 내용이라든가, guest star라고 해서 유명한 배우를 등장시켜서 시청률을 높이려고 합니다.  또 시즌이 끝나는 5월, 마지막 에피소드는 요새말로 임팩트 있게 만드는 게 보편적입니다.  가을에 다음 시즌을 또 하는 프로도 이런데, 완전히 끝나는 프로라면 더하겠죠?  인기가 없어서 뱀의 꼬리처럼 막을 내리거나, 제작상의 문제로 급하게 끝내는 것이 아니라면, 뭔가 기억에 남을 내용을 시리즈 최종회에 넣게 되는데요.  처음에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다가 마지막에 가서 조금 인기가 떨어졌던 프로는 이럴 때에 유종의 미를 거두기도 합니다. 

미국사람들은 예전부터 시트콤을 참 좋아해서, 전통적으로 가장 인기있는 프로중에 시트콤의 비율이 큽니다. 그래서 TV 시리즈 최종회의 시청률로 봤을 때, 역대 top 15중에서 10개가 시트콤입니다.  시트콤은 우선 부담없이 가볌게 보기에 좋고, 지난주 내용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못 봤어도 이번주에 보는 데 별로 상관이 없고, 보통 30분에 끝나기 때문에 시간도 별로 들지 않는다는 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드라마와 달리 대부분 녹화할 때 관객 앞에서 하기때문에 뭔가 연극을 보는 것 같은 느낌도 들고, 영화가 나오기 전 20세기 초기에, 극장이라든가 클럽에서 희극 공연을 하던 전통과도 약간 연결이 되는 것 같습니다.  또 드라마는 재벌이라든가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이 나온다면, 시트콤은 서민, 중산층이 많고, 가정의 얘기가 주가 되는 경우가 많죠.  

그리고 드라마나 시사 프로에서는 다루기 어려운 주제도 유우머라는 틀 안에서 소개를 하면 받아들이기가 좀 쉬운 것 같아요.  그래서 인종문제라든가, 장애인, 성적 소수자 등의 이슈가 시트콤을 통해 대중의 의식안에 들어온 경우도 많은데요.  1950년대의 인기 시트콤으로 아직까지도 TV에서 볼 수 있는 I Love Lucy에서는 아예 주인공의 남편이 Latino였고, 그걸 피하지 않고 웃음과 함께 다뤘죠.  예를 들면 화가 났을 때 남편이 Spanish로 궁시렁궁시렁댄다든가, 이분의 직업이 밴드리더였는데 라틴 음악을 연주하고 노래를 부른다는가 하는 장면이 나왔습니다.  또 1960년대의 인기 시트콤인 The Dick Van Dyke Show에서는 흑인에 대한 선입견을 다룬 적이 있고요.  또 역시 1970년대의 시트콤으로 역대 시리즈 최종회 시청률 9위이고 TV를 떠나 미국대중문화역사에서 기념비적인 작품인 All in the Family는 정치사회적으로 약간 극단적인 입장인 사람을 주인공으로 내세워서 우스꽝스럽게 그려내어서 시청자들이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했는데요, 주인공 부부가 극중에서 사용한 거실 의자가 지금 Smithsonian 박물관에 전시가 되어있을정도로 의미있는 프로입니다.  그리고 아시겠지만 소위 막장인 내용으로 낮에 많이 방송이 되는 드라마를 soap opera라고 하지 않습니까? 70년대에 이 soap opera를 패러디한 시트콤이 있었는데, Soap라는 제목이었습니다. 여기서는 성적 소수자가 처음 등장을 합니다.  그리고 80년대의 시트콤인 The Facts of Life에서는 장애인이 regular cast member는 아니었지만 반복해서 출연하는 recurring character로 나오기도 했었죠.  또 같은 80년대의 시트콤인 The Cosby Show는 최종회 시청률 역대 8위로, 처음으로 전문직을 가진 흑인가정이 나옵니다.  여기는 자녀도 다 학교에 잘 다니고, 문화생활도 하고, 남편은 의사, 부인은 변호사이며, 결손가정도 아니고 가족중에 감옥에 간 사람도 없는데요, 흑인들이 이 프로를 보면서 뿌듯해했다고 하죠.

그런데 말입니다.  시리즈 최종회 시청률이 가장 높았던 프로가 뭔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시트콤이긴 하지만 한국인이라면 마냥 웃기만은 할 수 없는, M*A*S*H라는 프로입니다.  원래 영화였던 것을 시트콤으로 제작을 한 것인데요.  마지막회를 1억이 넘는 사람이 시청했다고 합니다.  대단하죠? 72년에 시작해서 83년까지 방송을 한 장수프로인데요, 시공간적 배경이 50년대 초, 전쟁중인 한국입니다. 그래서 7,80년대에는 한국, 하면 이 프로를 제일 먼저 연상하는 미국사람도 꽤 많았습니다.  그러나 이 프로가 한국에 관한 것이라고 생각하시면 아니, 아니, 아니되죠.  눈치를 벌써 채셨겠지만, 70년대 초 시작을 한 프로그램이니까 베트남전에 관한 얘기를 한국전쟁을 무대로 해서 한 것입니다.  요즘이라면 큰일날 소리이지만 그때만 해도 아시아의 여러 문화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고 존중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거기 한국사람이라고 나오는 배우들의 모습을 보시면 의상이나 습관이 전혀 한국이 아닌 경우가 다반사이고요, 대사는 그나마 한국어라고 하긴 하는데 좀 어색하고, 또 배우가 한국인이 아닌 경우 무슨말인지 모를 때가 태반입니다.  한국인 캐릭터의 행동도 다분히 미국인의 우월한 시각에서 그리고 있습니다.  게다가 한국인이 그리 많이 등장하지도 않습니다.  한국에서도 인기가 많았고 시리즈 최종회 시청률도 역대 5위에 든 Friends라는 시트콤의 무대가 현재 뉴욕시였음에도 불구하고 등장인물중 백인이 99%정도였던 것과 비슷하다고 할까요?    

시트콤과 현실 사이에는 이렇게 괴리가 있지만, 미국사람들이 생각하는 미국인의 모습을 그린다는 점에서 보시면 영어공부뿐만이 아니라 미국사람의 취향이나 사고방식, 태도등에 대해 잘 알 수 있는 훌륭한 학습자료입니다.  요즘은 케이블 채널도 많아지고 나중에 online으로 시청을 하는 사람도 많아져서 시청률이 전체적으로 예전처럼 높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상대적으로 예전에 방영했던, 더 많은 사람이 알고있는 프로에 대해 대화를 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겠죠.  부연설명없이 제목이나 이름만 들으면 딱 아는 공통의 소재를 갖는 것이 정말 유용합니다.  오늘 벌써 언급한 프로 외에 추천해드리고 싶은 시트콤은요, The Mary Tyler Moore Show, Roseanne, Taxi, 그리고 엄밀히 말해서 시트콤은 아닐지몰라도 장수프로인 만화 The Simpsons입니다.  이밖에도 저희 Educhora에서 미국문화 전수 세션을 할 때 단골로 등장하는 프로가 몇개 더 있습니다만, 다음번에 기회가 되면 또 말씀드리기로 하겠습니다.

From 1974 - the theme song from the popular T.V. se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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