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ving Berlin

오늘이 한국에서는 어버이날이고 미국은 이번 일요일, 오월의 둘째 일요일이 어머니날이죠.  무엇보다도 부모님께서 건강하게 장수하시는 게 가장 큰 복이 아닐까 하는데요.  요즘은 평균수명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100살까지 살기는 그리 쉽지 않습니다.  특히 유명한 사람이 100살까지 사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죠.  그런데 오늘의 주인공은 만 101세까지 살았습니다.  바로 미국의 20세기 음악을 이사람을 빼고 논할 수 없다고 알려진 Irving Berlin입니다.  작년 추석때 Harvest Moon에 관해 말씀드리면서 언급했던 the Great American Songbook이라고 불리는 미국 대중음악의 standard 곡들중에 이분의 노래가 굉장히 많이 들어있습니다.

이분은 1888년 5월 11일에 현재는 Belarus의 영토인 Russia에서 출생해서 5살때부터 NY에서 산 이민자인데요.  유태인입니다. 러시아 왕실에서 대단한 핍박을 하는 정책을 써서 1900년을 전후로 다수의 러시아계 유태인이 미국으로 이민을 왔는데요, 그때 이 사람처럼 건너왔거나, 또는 그때 건너온 부모에게서 태어난 사람중에 미국 연예와 음악쪽에서 중요한 인물이 많습니다.  작곡작사가인 George와 Ira Gershwin이 있고요, 최초의 유성영화의 주인공인 Al Jolson, 영화제작자인 Louis B. Mayer와 Warner Brothers가 있습니다.  정말 가난한 소년기를 보내면서 길거리에서 노래를 하면서 돈을 번 적이 있는데, 그때 체험을 한 것이 대중이 어떤 내용의 가사와 멜로디와 장르에 호응을 하는지였다고 합니다.  나중에 노랫말을 조금 짓고 작곡을 독학하다가 어찌어찌 추천을 받아서 역시 예전에 말씀드린 Tin Pan Alley에 들어가는데요.  Tin Pan Alley는 기억하시겠지만 the Great American Songbook에 있는 노래가 거의 여기에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반의 미국 대중음악 출판시장을 꽉 잡고 있던 곳인데요.  Manhattan Broadway와 28th Street을 중심으로 형성되어있던 출판사 동네죠.  K-Town에서도 가깝지만 저희 Educhora 사무실에서도 zigzag로 한 block, 한 block만 가면 되는 아주 가까운 곳입니다.  

이분의 노래가 아직도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가 있겠죠?  우선 극히 대중적입니다.  그러나 평범하지는 않습니다.  노래를 처음 들으면 너무 자연스러워서 그 노래에 들어간 노력과 예술성을 잘 못느낄 정도입니다.  노랫말도 아주 쉽고요, 일상생활에서 쓰이는 말투와 어휘가 대부분입니다.  시적이라든가, 톡톡 튀는 위트는 많지 않지만 은근한 유머라든가 다정함, 소박함 등이 장점입니다.  예를 들어서 대공황 시절을 무대로 한 노래인 “Let’s Face the Music and Dance”에는 “Before they ask us to pay the bill”이라는 가사가 나오는데요, 전혀 가사같지 않죠? 두번째는 첫째와 비슷한데 음악적으로 봤을때 미국 외 다른 종류의 음악의 영향을 받지 않았습니다.  이사람과 비교를 할만한, the Great American Songbook에서 중요한 다른 작곡가를 보면 거의가 다른 민족의 민요풍이라든가, 고전음악이라든가, 미국안에서도 약간 시골풍의 노래 스타일을 조금씩 가져다가 쓰고 있는데요, 이분은 유태이민자임에도 불구하고 그쪽의 느낌이 거의 없습니다.  몰라서 안 쓴 것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다른 영향을 없앤 것이죠.  그리고 가사와 멜로디가 잘 어울립니다.  전체적인 분위기뿐만이 아니라, 이사람이 어렸을 때 노래를 해서 그런지, 음 하나하나의 강약, 고저가 노랫말의 억양에 딱 맞아요.  그래서 정말 자연스럽고 기억하기 쉽습니다.  세번째는 이 둘의 결과라고 하겠는데, 그러다보니 이사람의 음악이 미국사람이 갖고 있는, 미국에 대한 이미지에 딱 들어맞았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반대로 이 음악이 미국사람의, 미국에 대한 인상에 영향을 끼치기도 하겠죠.  마지막으로 많이 remake가 되면서 원곡의 느낌을 그대로 지닌 것도 있지만 대다수의 경우, 아주 멋지게 jazz풍이라든가, pop풍으로 편곡을 해서 새생명을 갖게 된 곡이 많은데요.  특히 50년, 60년대에 유명한 jazz musician들이 이분의 노래를 많이 연주했죠.  제 경우도 그런 version으로 처음 접한 곡이 많습니다.

유명한 곡이 너무 많아서 Jazz나 뮤지컬에 조금 관심이 있으신 분이라면 익숙하신 멜로디일겁니다.  “Alexander’s Ragtime Band,” “A Pretty Girl Is like a Melody,” “Blue Skies,” “Cheek to Cheek,” “Puttin’ on the Ritz,” “This Is the Army,” “What’ll I do?,” “Easter Parade,” “Heatwave,” “There’s No Business like Show Business,” “Anything You Can Do I Can Do Better,” “Steppin’ Out with My Baby,” “How Deep Is the Ocean?” “Always” “Let’s Face the Music and Dance” 등이 있고요.

그러나 대표곡이라고 한다면 두 곡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하나는 “God Bless America”입니다.  사실 이 곡을 1차 세계대전때 군대에서 만들었지만 첫 선을 보인 것은 근 20년이 지난 30년대 후반이었고요. 그 후로 미국인의 사랑을 받는 노래가 되었죠.  가사가 애국적이다못해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인데요.  이민자인데 이렇게 쓸 수 있나? 하실 수도 있겠지만, 사실은 이 가사에 대한 평은 이민자만이 쓸 수 있다,입니다.  여기서 태어나서 미국이 당연한 사람은 이 감정을 느끼기 힘들고, 설혹 느낀다 하더라도 표현하기가 힘든데, 이사람은 정말로 미국에 대한 감사와 사랑이 넘쳤다고 하죠.  그래서 뭐랄까 미국을 너무 이상적으로 보고 맹목적인 사랑을 주는 부분이 있습니다.  도입부를 뺀 가사를 제가 읽어볼까요?

God bless America,

Land that I love,

Stand beside her, and guide her

Through the night with a light from above.

From the mountains, to the prairies,

To the oceans, white with foam,

God bless America, my home sweet home!

1980년 당시 소련을 상대로 한 유명한 올림픽 ice hockey 시합 후에 선수들이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이 노래를 불렀다고 하는데요.  물론 최근 9/11 이후에 위상이 더 높아졌죠.  이제는 오글거릴 것도 없어진 것 같습니다.  Yankees 홈경기에서는 이 노래가 국가 취급을 정말 받아서 7회 중반에 이 노래가 나올때 화장실을 가려고 나왔던 사람이 경찰에게 찍힌 것이 뉴스가 된 적이 있죠.  하필 그 사람이 Red Sox fan이었다고 합니다.  참 악연이에요.  우리가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나라, 그리고 끝부분에는 house가 아니라 home이 나오는데, house는 물리적인 주택의 개념이고 home은 집이죠.  Home sweet home하면 한국어로는 즐거운 나의 집이라고 하는데 sweet은 사실 뭔가 더 따뜻하고 다정다감하고 기분이 좋고 달콤한 그런 뜻이 있습니다.  즉 한국말로 “우리집”이라고 했을 때의 느낌이랄까요?

개인적으로는 이 노래를 들으면 같이 떠오르는 곡이 있습니다.  1949년에 작곡한 “Give Me Your Tired, Your Poor”라는 곡인데 19세기 말 자유의 여신상 건립시 그, 받침이라고 하나요, 그 안에 새긴 기념시에 곡을 붙인 것입니다.  이 시는 “The New Colossus”라는 제목으로, 역시 유태계 미국인인 Emma Lazarus라는 분이 쓴 것입니다.  아시겠지만 20세기 중반 이전에는 대부분의 이민자가 뉴욕쪽의 Ellis Island를 거쳐서 입국을 했고, 자유의 여신상이 그들을 맞았죠.  노래에 쓰인 가사는 여신상이 다른 나라에게 하는 말입니다.  아주 감동을 주는 구절인데요, 나중에 웹사이트에서 보실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이건 대표곡이 아니죠? 두번째의 대표곡은 기네스북에서 싱글로 판매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는 “White Christmas”입니다. 지금까지도 꾸준히 리메이크가 되고 있는 곡이기도 하고요.  이분이 유태인인데도 이 노래를 썼죠.  지극히 미국적이면서도 유태인답다고 하겠습니다.  (Barbara Streisand, Neil Diamond) 1940년 LA에서 만든 직후 자신이 쓴 노래 중 최고다, 아니 그 어떤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말을 할 것이다라고 했다는데요, 소위 대박을 칠 것을 알았던 것 같습니다.  올해의 크리스마스가 이랬으면 하고 바라는 미래지향성을 보이면서도 꿈꾸는 그 모습이 내 추억속의 그것이라는, 향수를 자극하는 내용이죠.  그래서 따뜻하면서도 애틋합니다.  George Gershwin은 Irving Berlin을 가리켜 가장 위대한 songwriter라고 했고, 역시 유명한 작곡가인 Jerome Kern은 Irving Berlin이 미국음악에서 차지하는 위치에 대한 대답으로 “Irving Berlin은 미국음악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없다.  Irving Berlin이 미국음악 그 자체다.”라고 했다고합니다.

Sandi Patty performing with the Cincinnati Pops in 1999. "Give Me Your Tired, Your Poor" from the 1949 musical, "Miss Liberty," by Irving Berlin. Text by Emma Lazarus ("A New Colossus," 18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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