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hnny Carson
22년전 오늘, TV에서 큰 일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심야 토크쇼의 제왕이던 Johnny Carson이 마지막 쇼를 진행한 것입니다. 그 자체는 오래전의 일이지만 이 분의 영향력은 아직까지 건재하고 있습니다. 미국사람들뿐만이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심야토크쇼, 하면 떠올리는 인물이기도 하고요, 미국에서는 아이콘이 된 지 오래입니다. 오늘은 도대체 왜 이 사람이 그런 위치에 올랐나를 좀 알아볼까 합니다.
Johnny Carson
1954년에 시작한 the Tonight Show라는 프로그램에는 이 분 전에 호스트가 둘 있었고, 그 사람들도 나름 유명한 분입니다. Steve Allen과 Jack Paar라는 사람이었는데요. 1962년에 Johnny Carson이 맡게 되었죠. 즉 우리가 지금 알고있는 토크쇼의 format을 이분이 시작한 것도 아닙니다. 시대가 바뀌고 유우머 코드도 조금씩 달라졌지만 들어가는 요소는 거의 비슷하죠. 처음에 monologue라고 해서 호스트가 혼자 그날 있었던 일 등을 토대로 농담 비슷하게 하는 게 있는데, stand-up comedy와 비슷하죠. 그리고 초대손님이 있고, 그 사이사이에 호스트가 stand-up이 아닌 skit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밖에 나가서 황당한 행동을 하거나, 객석에 있는 사람들과 대화를 하거나, 그 쇼에 속한 다른 출연자와 코메디 스케치 같은 것을 하고요, 또 가끔은 연예인이 아닌 사람도 나오고, 또 한시간짜리 프로인 경우에는 음악손님도 있죠.
이분도 이런 것을 다 했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방식으로 했죠. 사실 Carson,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순발력과 재치입니다. Monologue를 할 때 이분은 긴 조크는 별로 하지 않았어요. 대부분 문장 하나짜리, 길어도 둘, 이랬죠. 이분은 많은 사람들이 자기 전에 마지막으로 보는 사람이었다는 얘기가 있을만큼, 한국인보다 평균적으로 일찍 취침하는 미국사람들이 잠자리에서 시청했다고 하는데요. 그러니까 뭔가 집중을 요하는 내용은 알맞지 않았겠죠? 그래서 짧습니다. 근데 하다보면 조크가 웃기지 않을 때도 있겠죠? 그때 이사람의 능력이 빛을 발했습니다. 사람들이 자기가 한 말에 웃지 않거나 열렬하지 않은 반응을 보일때 이사람이 그것에 대응하는 게 더 웃긴 경우가 많았습니다. 어떨 때는 그 조크를 설명을 하는데 그게 더 어이가 없거나 우스꽝스럽고 구차했고요, 어떨 때는 반대로 관객에게 뭐라고 듣기 싫은 말을 했죠. 또는 자기비하하는 언행을 보였는데 그게 그렇게 재미있어서 이 불발된 조크가 제대로 된 조크보다 결과적으로는 더 빵 터질 때가 많았습니다.
또 하나 이분, 하면 생각나는 것은 초대손님과의 소통이었는데요. 이사람이 그렇게 다정다감해서 사람들을 편하게 만든다든가 하는 건 아니었어요. 그러나 모든 호스트의 조건인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하는 것을 참 잘했고, 언제나 관객과 손님과 자신의 세 요소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죠. 요새는 토크쇼에 나오는 손님도 다 미리 준비한 대본대로만 한다고 하는데요, 아무리 그래도 돌발상황이 생기기 마련이죠. 말실수를 한다든가, 생각지 않았던 말을 덧붙인다든가 하는 것입니다. 그럴때, 말 대신 얼굴의 표정으로 자신의 느낌을 나타내고 그게 관객의, 또 나가서는 시청자의 공감과 호응을 얻으면서 웃음으로 연결되는 적이 많았죠. 게스트가 실수로, 또는 생각지 않게 이상한 말을 했다, 이럴때는 별꼴이라는 표정을 짓거나, 이런 사람인줄 몰랐는데, 라는 표정을 지어서 말하자면 아주 슬쩍 게스트를 웃음거리로 만드는 거죠. 그러면서 관객, 시청자가 공모자가 되게 합니다. 그걸 보고 공감하면서 웃기 때문입니다. 또는 게스트가 실수로 19금으로 들릴 수도 있는 말을 했다면 놀란 표정을 하거나 아니면 무표정하게 한참 있습니다. 그럼 사람들이 깔깔 웃게 되는 거죠. 그래서 말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웃길 수가 있었습니다. 물론 comeback이라고 하는, 재빠르게 말로 대답하는 것도 잘 했죠.
또 하나는 TV상으로 이분의 이미지는 남자답거나 멋있는 그런 게 아니었습니다. 겁도 적손님들의 전문 분야인 노래라든가 연기를 배울 때 어눌하고 잘 못하는 자신을 보고 자기가 제일 많이 웃었죠. 또 자주 나왔던 비예능인 게스트인 동물사육사로부터 다루기 힘든 동물을 받았을 때, 난감해하고 무서워하는 것도 보여줬구요. 이런 콘셉트 역시 지금까지도 호스트들이 잘 쓰고 있는 이미지입니다. 코메디 스케치에 나오는 단골 역도 몇 있었는데, 내년에 David Letterman의 자리를 이어받을 Stephen Colbert가 현재 자신의 쇼에서 설정해서 연기하는 그 인물도 실은 Carson이 처음 시도한 캐릭터와 많이 비슷합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이분의 영향력은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한 코미디언을 생각해보면 피부로 느낄 수 있습니다. 에피소드의 끝무렵에는 가끔 신인 코미디언이 나와서 stand-up routine을 했습니다. 이 코너에 5분 나오는 것이 모든 코미디언의 꿈이자 목표였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여기 한번 출연으로 생활이 완전히 바뀌게 되었다고 합니다. 무명에서 유명이 되는 거죠. 또 가끔 코메디언이 정말 잘 해서 Carson 마음에 들면 손짓을 해서 자기 있는 데로 불렀죠. 그래서 손님이 앉는 의자에 앉히고 정말정말 좋으면 한두 마디 말을 걸었는데요, 그런 사람이면 진짜 대박이 나는 거였죠. 이 코너로 데뷰한 코메디언은 셀 수 없이 많습니다. Joan Rivers, Roseanne, Jay Leno, Drew Carey, Jerry Seinfeld, Ellen Degeneres, David Letterman, Bill Maher, Jim Carrey, George Carlin, Andy Kaufman, Steven Wright, Freddie Prinze, Gary Shandling, Louie Anderson, Ray Romano, Brett Butler 등등 정말 지금 들으면 다 쟁쟁한 사람들이 벌벌 떨면서 여기 나왔었죠.
이분은 또 한편으로는 아주 차갑고 무서운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한번 틀어진 사람과는 다시는 말도 하지 않을 정도였다네요. 이 쇼를 처음에는 매일 100분씩 방송하다가 Johnny Carson이 재계약을 하면서 계속 시간을 줄여나갔다고 하는데요, 처음에는 90분으로 줄였고, 나중에는 60분이 되었고, 다음에는 1주일에 5일에서 4일로, 맨 끝에는 3일만 나오는 걸로 하면서 연봉은 어마어마했습니다. 그만큼 시청률이 탄탄했었습니다. 맨 끝에서는 조금 떨어졌었지만, 은퇴 1년 전에 미리 발표한 덕에 마지막 해에는 계속 손님들이 작별인사를 하러 줄줄이 나와서 시청률이 다시 올랐고요, 92년 5월 21일의 에피소드엔 아직까지 회자되는 명장면이 있습니다. Bette Midler가 나와서 얘기중 Johnny가 좋아하는 곡을 부르며 같이 부르기를 유도해서 애틋한 듀엣이 잠깐 되었고, 나중에 솔로를 끝낼 때는 Johnny가 책상에서 쳐다보면서 손으로 눈물을 훔치는 게 카메라에 잡혔죠.
(이렇게 이분은 쇼를 진행할 때에도 화제가 되었지만,) 은퇴 후에 자기 자리를 차지할 후계자 문제를 두고 소위 late night war 라는 것이 생길 정도로 (또 화제였습니다. 그만큼) 탐나는 자리였고요. 원래 후계자로 점찍었던 David Letterman이 Jay Leno에게 시쳇말로 한 방 먹게 되었는데요. 그래서인지 자신이 하던 쇼보다는 Letterman의 쇼를 더 아꼈다고 합니다. 그 Letterman도 내년이면 은퇴를 하게 되고, 사실은 Carson보다 더 많은 에피소드를 한 Leno의 자리도 이제는 Jimmy Fallon이 차지하고 있는데요. 그러나 심야토크쇼가 존재하는 한 이분의 위치는 절대적일 것이라는 의견입니다. 미국인들이 late night talk show programs을 보는 버릇을 들이게 된 사람, Johnny Carson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2013년에도 책이 나올 정도로 아직 사람들의 의식에 살아있는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