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nny Boy
저희 educhora에서 문화컨설팅을 하면서 대부분 한국와 미국의 문화를 다룹니다만, 잘 아시다시피 미국에는 별별 문화가 많아서 특히 New York에는 시시때때 누구의 날 무슨 문화의 날이 많습니다. 그런데 한국도 요즘은 다른 문화를 많이 접하고 즐기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10월에는 독일의 문화로 유명한 맥주 festival을 연다든가 하는 식인데요. 또 바로 다음주에 있는 Ireland의 가장 큰 명절인 St. Patrick’s Day도 역시 음주가무를 할 수 있는 날이라 그런지 한국에서도 최근에 각광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저는 순 한국인으로 구성되어서 Irish folk music을 연주하는 group도 알고 있습니다. Bard 바드라는 band인데요, 이날 굉장히 신이 나는 분들이죠.
Source: Duke Universities Libraries
오늘 Something Good 시간에는 Ireland와 음악, 하면 쉽게 떠오르는 노래에 대해서 말씀을 나눠볼까 합니다. 지난번 미국 독립기념일에 미국 국가에 대해 알아보면서 가사는 미국과 영국이 전쟁을 할때 영감을 얻어서 지었지만, 정작 melody는 영국사람이 지은 기존의 곡에 붙였다는 말씀을 드렸는데요. 오늘의 노래도 비슷합니다. 원래 북 Ireland지방에 전해지던 민요같은 melody에 20세기 초에 가사를 써서 붙였는데 그 작사가가 영국인이었습니다. 그리고 노래가 나오고 요샛말로 차트 올킬을 하면서 전세계적으로 사랑을 받는 곡이 되었는데요. 바로 “Danny Boy”라는 곡입니다. 정말 어느 민족이 되었건 이 노래가 가장 좋다는 분이 많죠. Danny라는 사람에게 노래하는 사람이 얘기를 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럼 노래를 하는 사람과 Danny는 어떤 관계인지 들으시면서 한번 생각해보시기를 바라고요. 가사는 조금씩 달라지기도 하는데, 오늘은 그중 원본에 가까운 가사를 알려드리겠습니다. 2절까지 있고요, 두 줄씩 읽고 해석을 해보도록 할까요?
우선 1절입니다.
Oh, Danny Boy, the pipes, the pipes are calling
From glen to glen, and down the mountainside.
얘 Danny야, 음악소리가 골짜기마다, 또 산등성이를 타고 들리고 있구나.
“Danny Boy”할 때 “boy”라고 하면 조금 나이 있는 사람이 가까운 어린 사람을 부를때 붙이는 것이죠. Charlie boy! Johnny boy!등으로 쓰는데, 동년배에도 쓰지만, 그 경우에는 왜 한국에서도 친구의 부인을 계수라고 부르는 것 있지 않습니까? 그런 느낌이라고 보시면 되고요. 나이가 어린 사람을 부를 때도 친척이 아닌 이상 정말 친하지 않으면 이말을 붙이실 때는 조금 생각을 하신 후에 쓰시기를 권합니다.
The summer’s gone, and all the roses falling,
‘Tis you, ‘tis you must go and I must bide.
여름은 가서 장미꽃은 떨어지고,
가야하는 것은 너이고, 나는 머물러야 해.
여기서 “bide”라는 동사는 남다, 머무르다, 그대로 있다라는 뜻인데, 거기에 뭐를 참는다, 기다린다는 뜻을 조금 내포하고 있습니다. 즉 남기 싫은데 남는다, 다른 것을 하고싶지만 그 상태로 기다린다는 의미가 되는데요. 이 Danny라는 사람은 사정이 있어서 떠나야하는 거죠. 이게 Ireland가 영국에 맞서 싸우느라고 전쟁에 나간다는 설이 있고, 또 19세기 중후반 Ireland를 강타했던 대기근을 피해 미국 등으로 이민을 간다는 말이 있는데요. 요즘이야 카톡으로 매일 통화를 하실 수도 있겠지만, 예전에 이민을 오신 분들은 그 기약없는 영원한 헤어짐의 기분을 떠올리실 수 있을텐데요.
But come ye back when summer’s in the meadow,
Or when the valley’s hushed and white with snow.
그렇지만 이 들판에 여름이 깃들때,
아니면 이 골짜기가 흰 눈에 덮여서 고요할 때 돌아오렴.
즉 언제라도 다시 오라는 얘기겠죠. 개인적으로는 이 “the valley’s hushed and white with snow”라는 구절을 참 좋아하는데요, Irish accent로 이 대목을 노래하면 정말 일품입니다.
‘Tis I’ll be here in sunshine or in shadow,—
Oh, Danny Boy, oh Danny boy, I love you so!
양지바른 곳이든 그늘이든 내가 여기 있을테니까.
얘 Danny야, 난 널 이렇게 사랑한단다.
노래하는 사람이 어찌하여 Danny가 언제 돌아오더라도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 수 있나 하는 의문이 이 1절의 마지막 내용으로 조금 풀렸으리라 생각하는데요. 힌트가 있죠. 다 짐작하셨으면 2절로 넘어가겠습니다.
But when ye come, and all the flowers are dying,
If I am dead, as dead I well may be,
그렇지만 네가 올 때 꽃이 다 시들고
내가 죽었다면, 왜냐하면 아마도 내가 죽었을 테니까.
네, 확인이 되었습니다. “As dead I well may be”는 가사로 해서 rhyme을 맞추려고 순서를 바꾼 거죠. 원래는 “as I may well be dead”가 더 자연스럽고, 내가 다분히 죽었을 수 있다, 죽은거나 다름없다라는 뜻입니다.
Ye’ll come and find the place where I am lying,
And kneel and say an Ave there for me.
그럼 네가 와서 내가 누워있는 곳을 찾아서,
무릎을 꿇고 기도 한마디 해주겠지.
Ireland는 Catholic신자가 많은데, 여기서 “Ave”라는 것은 “Ave Maria”할 때의 그 “Ave”로서, 쉽게 말하면 Ave로 시작하는 기도문인 성모송입니다.
And I shall hear, though soft you tread above me,
And all my grave will be warmer, sweeter be,
그리고 네가 내 위를 아무리 사뿐히 걸어다녀도
나는 그걸 듣고 그래서 내 무덤은 그만큼 더 따뜻하고 포근할 거야.
전형적인 Ireland 무덤은 한국과 달리 봉분이 없고 평지이죠. 그래서 사람이 묻혀있는 바로 위를 걸을 수 있습니다. 한국 김소월 시인의 “진달래꽃”을 약간 연상케하기도 하는 구절이고요.
For you will bend and tell me that you love me,
And I shall sleep in peace until you come to me!
왜냐하면 네가 몸을 숙여서 나한테 사랑해요, 라고 말할테니까.
그래서 나는 네가 나에게 올 때까지 편히 자고 있을게.
네. 그럼 여기서 노래하는 사람과 Danny와의 관계는 무엇일까요? 연인이라는 사람도 있기는 하지만, 특히 2절을 보면 이 내용이 연인이 할 수 있는 말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건 부모만이 할 수 있는 말이죠. 갑자기 청취자 분의 눈에 먼지가 들어갔나요? 그렇다면 올 St. Patrick’s Day에는 멀리 계신 부모님께 안부문자 드리신 다음에 음주가무하러 가시는 게 어떨지요?
오늘 “Danny Boy”는 Ireland 현직 신부로 구성된 The Priests의 2012년 노래로 들으시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