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fessor's Email?

이 코너에서 진학, 학업 지도에 대해 마지막으로 말씀을 나눈 게 제법 오래된 것같아서 안그래도 조만간 대학이나 대학원을 다루려고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에, 이번주에 아주 재미있는 일이 벌어졌죠. 저희 educhora 사무실에서도 화제가 된 사건인데요, 그래서 다들 잘 알고 계시리라고 여겨지는 이 사건을 출발점으로 해서 오늘 말씀을 나눠볼까 합니다.

Source: Fastwe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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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의 timeline을 따라서 잠깐 정리를 해보면, 처음에 그 기사를 접했을 때는 사실 주의깊게 읽지 않았습니다. 좋은아침 가족분은 어떠셨는지 모르겠는데요. 대충 읽다보니 그냥 이 사건의 중심에 있는 분이 두 학교에 다 합격을 한 걸로만 이해를 했고요. 그건 물론 대단한 일이지만 그렇게 대대적으로 보도가 될 정도는 아닌 것 같았고, 또 이 기사가 4월이 아니라 6월에 나와서 좀 의아했던 것입니다. 그러다가 며칠 후에 다른 기사가 쏟아져나오면서 관심을 좀 더 가지고 찾아보았습니다.

이 코너에서는 사건의 진상이나 동기보다는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는지에 촛점을 맞추고 싶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미국문화 전반에 대한 지식, 또 학교관계에 대한 지식을 충분히 갖지 못한 부모님이나 보호자, 또는 관계자가 언어적으로도 약간 불안하게 느끼는 경우, 어떤 일이 있을때 정확한 판단을 하기 힘들다는 것이죠. 예를 들어서 보도자료를 보다보면 가장 눈에 띄는 것이 Harvard 교수가 TJ라는 약칭으로 불리는 고등학교 졸업반 학생들에게 group email로 보냈다는 편지인데요. 한국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면, 우선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이 편지를 보낸다는 행동 자체가 약간 이상하게 느껴지실 거예요. 그러나 미국의 system을 많이 알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상태에서는 자신있게 어, 이거 이상하다,라고 단정하기에 불안하다는 것이죠. 그럴 수도 있나보다,라고 생각을 하기도 하겠죠. 

두 번째는 그 편지의 내용인데요. 이건 전반적인 상식과 입학심사과정에 대한 특수 지식을 필요로 합니다중. 상식적으로 Massachusetts주 Cambridge에 있는 이 교수분이 어떻게 Virginia주에 있는 고등학교 동네에서 떠도는 소문이나 학생들 사이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있겠고요. 또 이중입학이 사실이라하더라도 한 대학의 교수가 다른 대학의 대응책까지 대변해서 이메일에 쓰는 건 이상해보이죠. 다음은 입학과 대학 프로그램관련 지식의 문제인데요. 아건 미국에서 낳고 자란 사람들도 잘 알지 못할 수 있습니다만, 이중입학이라는 것은 원래 없고, joint program이 있긴 하지만 이건 거의 대학원에서 이루어지고요. 학부에서는 두 군데의 학교에 다닌다고 하면 그건 transfer를 가리킵니다. 그러나 이건 우선 한 학교에 입학을 한 후에 두 번째 학교에 학생 자신이 개인의 자격으로 다시 지원을 하는 형식이지, 입학 전에 학교끼리 결정을 해서 동의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학부에 잘 아시는 교환학생이라는 개념은 있고, 또 cross-registration이라고 해서 내가 다니고 있는 학교와 벌써 협정이 되어 있는 다른 학교에 등록을 해서 한두 과목을 듣기도 합니다. 또 학부 입학은 admissions office에서 다루지, 각 학과까지 미치지도 않고, 교수가 영향을 주지도 못하도록 system이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런 세부 사항이나 지식이 없더라도 편지를 읽는 순간, 거기 나온 어투, 이메일이니까 문체라고 할까요, 이걸 접하면 바로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텐데요. 물론 그건 영어를 언어적, 학문적으로만이 아니라 문화적으로 이해를 했을 때의 얘기죠. 이 역시 한국어였다면 교수가 만난 적도 없는 학생들에게 단체로 보내는 이메일에 이런 투로 글을 쓸까, 아닐까 하는 것을 쉽게 금방 아시겠지만, 영어이다보니, 또 미국문화이다보니 그 감이라고 하나요, 그게 떨어지고, 또 이상한 느낌이 들어도 그걸 신뢰하기 힘들다는 것이죠. 해석만 해서 의미만 알고 그럴 수도 있겠지,라고 결론을 내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선 편지 첫부분에 자기 소개를 하면서 이름을 쓰는데, full name을 쓰면서도 그 앞에 교수라는 Prof.를 붙이지 않습니다. 아주 이상합니다. 어린 학생을 상대로 하기 때문에 대부분 앞에 교수라고 쓰거나, 아니면 소개에 무슨과의 교수인 누구다,라고 할텐데요. 또 문법적으로 맞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복수의 명사를 쓰고 나중에 그것을 대명사로 받을 때 단수를 쓰는 건데요, 두 번 나옵니다. 그리고 아주 재밌는 부분은 몇몇 다른 분도 이미 지적했는데, “we know much more than all of you guys know”라는 절이 나옵니다. 이걸 교수가 썼다고는 정말 믿기 힘들죠. 또 마지막에 “Thanks”라고 쓰는데, 이것 역시 너무 구어체이고 casual입니다. 미국어에는 존댓말 반말이 없다라는 사람도 있고, 있다라는 사람도 있는데요. 정답은 있지만 한국의 개념과는 다르다,입니다. “Thanks”라고 하면 반말이라고 하겠는데, 그럼 교수가 고등학생에게 써도 되지 않나요, 하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런 의미에서 반말이 아닙니다. 연령에 상관 없이 이것은 친한 사람 사이에서 쓰는 말입니다. 이 편지의 상황에서 쓸만한 선택은 아닙니다. 그외에 전반적인 스타일이 대학교수가 처음 보내는 이메일에 쓰는 것과는 거리가 있는데요. 영어를 완벽히 구사하는 사람은 아닌 것 같고, 또는 아직 성인이 아니거나, 아니면 적어도 이런 형식의 문서를 작성할 기회가 거의 없는 사람이, 약간 공적인 느낌을 주려고 군데군데 “[i]n addition,” “numerous,” “accordingly” 등의 어휘를 써서 노력한 흔적이 나타나는 편지입니다.

이런 걸 제대로 감지하지 않는다는 걸 알아서 누군가가 꾸몄을 수도 있고요, 또 정말 감지하지 못하니까 일이 이 상황에 올 때까지 그냥 놔둔 것일 수도 있겠죠. 사실 부모님들이 미국에서 자녀들에게 언어적인 부분에서는 의지를 하시는 걸 알고 계시죠. 작게는 먹을 것을 사거나 편지를 부치는 등의 일에 도움을 받지만, 병원에 가거나, 중요한 계약을 논할 때처럼, 어린 자녀에게 어른의 세계에 들어오도록 만들기도 하시죠. 빨리 크는 거죠.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나중에 큰 영향을 끼칠 수도 있습니다. 또 부모가 말만 힘들어하는 게 아니라 미국 문화, 풍습, 예절, 사고방식, 정서, system, style 전반에 자신없어하면 자녀에게 도움을 주기 힘들뿐만 아니라, 자녀가 그걸 알고 소통하는데 덜 적극적이 되거나, 더 안 좋은 결과로 이어지기도 하겠죠. 나만 빼고 주위사람의 자녀가 모두 Ivy 학교에 가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고, 또는 자녀가 객관적으로 믿을 수 없이 좋은 성과를 얻었을 때도 당연히 그건 내 자녀는 영재니까, 천재니까 그럴 수 있지,라고 해석을 할 때도 있겠죠. 자녀가 있으신 분은 오늘 얼마나 고마운가, 생각해보시고, 없으신 분은 정말 얼마나 다행인가, 생각해보시는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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