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e (Ain’t Nothing but a Number)
영어에 뭐뭐-ism이라는 접미사가 있습니다. 한국어 번역을 보니까 뭐뭐주의라고 되어 있는데 사실은 그보다도 더 많은 의미가 있는 말이죠. 고대 Greek에서 나온 말로, 지난주에서도 잠깐 말씀을 나눴듯이 요즘 한국에서는 영어와 한국어를 섞은 신조어가 많은데 그중 이 -ism을 쓴 것도 있어서 대표적으로 귀차니즘이라는 용어가 생긴지도 꽤 되었죠.
Aaliyah - Age Ain't Nothing But A Number LP
이 -ism이 들어가는 말로 racism 인종차별주의가 있는데요. 이 단어를 들으시면 한인의 입장에서는 Asians이 받는 차별을 생각하게 되실 수도 있겠고요, 그 외에 물론 다른 인종이 받는 차별도 있겠죠. 이게 개인 대 개인이 아니라 단체나 기관의 단위로 이루어질 때 institutional racism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미국에 있는 흑인들의 경우에는 자기들 안에서도 이 racism이 있다고 말씀드린다면 무슨 생각이 드시겠습니까? 여기서 혹시 그럼 그렇지, 자기네들도 그렇군,이라고 생각을 하지는 않으셨겠죠? 물론 그런 흑인들이 없지는 않습니다만, 반대의 경우도 많습니다, 즉 흑인이라면 이래야 한다,라는 기준을 정해두고 그것에서 벗어나는 것에 대해 비판을 하고 차별을 하는 것을 말하는데요. 예를 들면 흑인이라면 어떤 식으로 옷을 입고, 어떤 식으로 말을 해야 한다는 것이죠. 쉽게 떠올릴 수 있는 흑인의 전형적인 옷차림이나 말투에서 벗어나면 쟤 왜 그래,라고 질타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Preppy style로 옷을 입거나 전형적인 백인의 말투를 쓰면 이렇게 다른 흑인들에게 공격의 대상이 된다고 하는데, 이런 것도 institutional racism이라고 부릅니다. 이 원인으로는 역시 긴 인종간의 갈등의 역사가 있겠고요, 또 최근 높아진 인종적인 자부심이라고 할까요, 이런 것의 발현이라고 하겠습니다. 물론 이런 것을 이 집단의 밖에서 보눈 사람의 반응은 조금 다를 수도 있겠지만요. . 그래서 이렇게 좀 엄하거나 좁은 흑인의 정의에서 벗어난 복장이나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은 내가 흑인인 것이 자랑스럽지 않아서가 아니라 이건 순전히 개인의 취향이자 자신이 살아온 환경을 반영하는 것일 뿐인데도 매도당하는 기분이라고 하는데요. 이런 인종내의 차별은 약간 과하게 얘기한다면 집단이 구성원에 대해 행사하는 폭력이라고 할 수도 있겠고, 그렇게까지 해석하지 않더라도 이 문제의 뿌리에는 더 큰 racism, 즉 흑인들을 고만고만하게 계속 두려는 다른 인종, 특히 지배계급의 저의가 숨어있다,라는 말은 많이 합니다. 즉 우리가 흑인스럽다고 생각하는 이런 문화적인 특징이 사실 인종적인 것이 아니라 거기에는 사회적인 요소가 더 많고, 특히 복잡한 인종간의, 계급간의 권력 싸움에서 기인한 것이 많다는 말씀입니다.
한인에게 똑같은 문제는 없으시죠. 어찌보면 거의 반대의 경우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즐겨 사용하시는 용어 중에 주류라는 게 있는데요, 자녀가 이 주류와 같이 옷을 입고, 말을 하고, 취미를 갖는 것을 기뻐하시고 적극적으로 바라시는 분도 많으시죠. 그런데 한인사회에서, 이런 소위 주류와 똑같아진 것처럼 보이는 2세들도 따라하고 있는 관습이 하나 있습니다
최근에 저희 Educhora의 client이기도 한 모 비영리단체가 주최하는 연례 만찬 행사가 있어서 참석을 했습니다. 거기 기조 연설을 한 분이 현재 the World Bank 세계 은행의 총재로 재직중이신 Jim Yong Kim 박사님이었는데요. 워낙 유명하신 분이라 다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지금 한국이 당면한 문제 세 가지를 뽑았는데, 영어 연설이었고, 그 문제의 이름이 셋 다 그 -ism이라는 접미사로 끝나는 단어였습니다. 하나는 elitism 엘리트주의였고, 또 하나는 ageism 연령차별, 세 번째는 sexism 성차별이었습니다.
사실 이 세 문제는 다른 사회나 나라에서도 다 문제가 되고 있는 사안이죠. 그중 ageism의 경우는 조금 다른 듯합니다. 우선 서방에서는 ageism이라고 하면 거의 나이가 많은 사람에 대한 차별을 떠올리게 됩니다. 최근에 가수 Madonna가 자기의 음악을 틀지 않는다고 영국의 radio 방송국을 고발했는데, 이유가 자기가 늙어서라고 했던 것이 좋은 예입니다. 그리고 이 나이든 사람에 대한 차별 자체도 한두 살 차이에 일어나는 것보다는 세대간 생기는 일이라고 하겠는데요. 그에 비해 한국의 ageism은 김박사님의 연설에 의하면 양쪽으로 일어난다고 합니다만, 그중에서 고령자에 대한 차별은 다른 문화와 비슷하다고 하더라도, 이 반대의 경우는 한국 외에는 한 손에 꼽을 만큼 적은 문화권에서 이루어지는 것이겠죠. 그리고 나이 차이도 한두 살, 심한 경우에는 빠른 몇년 생까지를 정말 심각하게, 공공연하게, 당연시하면서 따질 정도로 거의 실제적인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중대하게 여기죠.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 꼭 나오는 게 나이이고, 이건 쿨하고 웃기는 말로 네가지가 없다고 하는 요즘 세대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지 않으면 불안한가봐요.
그런데 미국에서는 정말 나이를 이렇게 자세하게 따지지 않습니다. 연령에 관한 것은 노년에는 은퇴 또는 연금같은 혜택이나, 어린 분은 면허, 투표권, 음주 등의 권리가 생기는 것이 거의 전부일 정도인데요. 실제로 제 미국인 지인들은 자기 가족의 나이도 한국인처럼 줄줄 외고 있지 않습니다. 누가 물어보면 꼭 생각을 하고 대답을 해요. 네 동생이 몇 살이냐는 질문을 받게 된다면, OK, 내가 몇 살이고 동생이랑 몇 살 차이니까 지금 몇 살이겠네,라는 식이고요. 법적으로 연령에 기반한 차별은 사람을 고용할 때도 할 수 없어서, 저도 실은 저희 사무실에 계신 분의 나이를 다 알고 있지 않습니다. 미국에서 나이라는 것은 수입이라든가 다른 개인적인 사항이라는 생각이 있어서, 나이가 문제가 되는 경우, 즉 운동선수등을 제외하고는 거론하지 않습니다.
물론 다는 아닙니다만 어떤 한인분들은 미국에서도 이 나이를 굉장히 따지시는데요, 무슨 말씀이냐하면 특히 한인들의 모임이나 단체에서는 나이가 유일한 기준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까 혹시 나이를 서로 얘기하고 잊으려해도 잊을 수가 없어요. 속한 그룹의 이름이 아예 30대모임, 40대모임, 이런데 어떻게 잊을 수가 있겠습니까? 한인 1세분들이야 그렇게 자라셨고, 또 다른 한인들과 존댓말을 쓰는 것 등의 이유로 아셔야 할 수 있지만, 이걸 다른 건 주류보다도 더 주류처럼 잘 하는 2세들이 배워서 영어로만 대화하는데도 불구하고 나이를 체크하더군요. 그런 행동은 그 사람에게 내재된 의식의 표출이고, 가장 먼저 나이를 생각한다는 것은 미국의 생활과 거리가 있는 방식입니다. 한국인의 전통이라고 생각하신다면, 그게 정말 이유인지 저는 궁금하고, 혹시 다른 집단의 역사적인 개입이 있지는 않았는지도 궁금하네요. 어쨌든 미국식은 정말 아니라는 것 다시 한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