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ek
여름에 한국에서는 납량특집이라고 해서 무서운 내용을 TV에서 방송하곤 하는데요, 요즘은 물론 좋은 공포 영화도 많이 나옵니다만 정말 등골이 오싹한 얘기는 현실속에서 더 쉽게 접하는 듯하기도 합니다. 좋은 예로 Europe에서 무서운 news가 계속 나오고 있죠. 바로 Greece 사태입니다.
Source: The Spruce
이 코너에서 자주 말씀드리지만 미국의 문화는 영국에서 온 것이 많습니다. 그런데 사실 영국에서 옛날에는 고대 그리스 문화와 로마 문화를 우러렀고, 옛날 한국에서 공자 맹자 노자 장자, 당나라 시 등을 배웠듯이, 영국에서도 예전에는 학교에서 Latin어라든가, 고대 그리스, 로마 문학과 철학을 배웠는데요. 현재 한국을 생각해보시면 이해가 쉬울 것 같은데, 지금 중국의 이런 옛 사상가의 가르침이라든가 문학의 구절을 척척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겠지만, 한국인이라면 전해내려와서 상식이나 전통 비슷하게 우리 일상 속에 녹아있는 요소가 많죠. 마찬가지로, 영국, 미국을 비롯한 서양문화권에는 이 두 고대문명의 영향이 알게 모르게 많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영어라는 언어를 적는 문자가 Latin alphabet이고, 또 종교적으로 Latin이 중요해지면서 Greek쪽은 약간 덜 영향을 미치는 것 같은 기분이 들 수도 있겠는데요. 사실 SAT같은 것 공부를 해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영어 단어를 보면, 어원이 Latin도 많지만 Greek도 제법 되죠. 그래도 사람들이 Greek은 좀 어렵고 생소한 언어라는 인식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Greek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관용 표현도 있죠. “It’s Greek to me.” 또는 강조하려면 “It’s all Greek to me.”라고 하는데, 이건 저한테는 희랍어인 셈이에요, 라는 말로, 즉 무슨 얘기인지 전혀 모르겠다는 뜻입니다. 말 자체를 모른다는 것이 아니라, 내가 모르는 용어나 분야에 대해 하는 말이라서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뜻이죠. 제가 예전에 학교에 있을 때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인문학자가 계셨는데 이분이 자기는 New York Times의 science section에 나오는 기사는 아무리 읽어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고백을 했습니다.
미국 문화에서 지금 Greek이라는 말은 이 표현 외에 두세 군데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데요. 하나는 대학교의 Greek system입니다. 이건 없는 학교도 있지만, 대부분의 대학에 fraternities와 sororities가 있죠. 이걸 Greek culture, Greek system이라고 하는데요. 이런 groups의 이름이 Greek alphabet의 철자로 되어 있어서이기도 합니다. Alpha Chi Omega, Delta Psi 등등 많습니다. 대학 입학을 앞둔 자녀의 부모님들이 대학에서 이런 frats에 들어가는 게 좋은지 아닌지 질문을 하실 때가 있는데요. 이걸 한마디로 대답해드리기는 어렵습니다. 학교 전체의 분위기가 있고, 각 frat의 전통이 있고, 또 학생의 성향도 아주 중요하거든요. 이런 frat에 들었다고 놀기만 하는 것도 아니고, 졸업 후에 connections이 100% 좋은 것도 아닙니다. 일반 기숙사 학생들이 더 가깝게 지내는 경우도 있고요. 이런 생활공동체 외에도 학문적, 전문직 honor societies에서도 Greek 글자를 이름으로 씁니다. 대표적으로 Phi Beta Kappa라든가 Tau Beta Pi가 있습니다. 그리고 수학이나 과학을 전공하면 공식 같은 것에서 Greek letters를 쓰는데요. 가장 유명한 pi를 비롯, 거의 모든 철자가 쓰인다고 보시면 됩니다.
최근에는 Greek yogurt라는 이름이 우리에게 친숙한 용어가 되었는데요. 사실 Greece에서만 먹는 음식이 아니라 그 동부 지중해 지역을 포함, 동 Europe, 중동, 중앙 Asia 등에서 먹는 strained yogurt, 즉 걸러서 물기 등을 줄인 yogurt인데요. 아시다시피 보통 yogurt보다 단백질 등의 좋은 영양소는 많고, 탄수화물은 상대적으로 낮아서 요즘 각광을 받고 있죠. 그런데 미국에서 이 Greek yogurt의 boom을 만든 사람은 Greece 사람이 아니라 Turkey 출신의 Kurdish 이민자입니다. 이 제품을 Turkish yogurt라고 하거나 Kurdish yogurt라고 지었다면 과연 지금처럼 인기가 있을까 궁금하고요. 역시 이 Greece라는 이름이 주는 인상은 무시할 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한인 재미교포가 비슷한 일을 했다면 과연 한국인의 반응은 어떨지 상상하기가 좀 무서워지기도 하고요.
한국에서도 고대 그리스 신화나 철학 등등 해서 많이 배우시죠. 그런데 그리스 문화 이름을 한국에서 발음하는 것과 미국어로 발음하는 것이 다른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사실은 한국에서 발음하는 게 원어에 가까운데, 미국에서는 영어화한 발음을 쓰죠. 신화쪽을 보면, 아테나를 Athena, 하데스를 Hades로 발음하는 것은 애교수준이고, 아프로디테는 Aphrodite, 디오니소스는 Dionysus라고 합니다. 또 많은 분들이 좋아하시는 모 French brand의 이름도 그리스 신화에서 나오는데, 한국발음은 헤르메스, 미국어로는 Hermes, 불어로는 Hermès입니다.
그 외에 실존인물의 이름을 살펴보면, 쉬운 것으로는 Socrates 소크라테스, Sophocles 소포클레스, Aristophanes 아리스토파네스, Archimedes 아르키메데스, Hippocrates 히포크라테스가 있고, 난이도를 높여서, 극작가 아이스킬로스는 Aeschylus, 에우리피데스는 Euripides, 또 유명한 서사 시인 호메론은 철자도 달라서 Homer라고 하는데 The Simpsons에 나오는 아빠 이름이기도 하죠. 비슷하게 플라톤도 Plato라고 하는데요. 여담으로 저희 Educhora라는 이름을 어떻게 지었는지 물어보시는 분이 많으신데, 바로 이 Plato가 쓴 책 중에서 Timaeus라는 작품이 있는데 거기에 나오는 chora/khora라는 용어에서 따왔습니다. 또 아리스토텔레스는 Aristotle이라고 쓰고 발음합니다.
그런데 Greece의 형용사형이 Greek인데, 단어가 하나 더 있습니다. 더 옛날에 쓰던 단어인데, Grecian이라는 말로, 현재는 두 군데정도에서만 접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fashion에서 여성복의 style인데요. 보통 Grecian dress, Grecian style이라고 하는데, 아시죠, 창문에 다는 curtain처럼 주름이 잡히고 살랑살랑하는 소위 여신 스타일입니다. Draping, ruching 등이 있다고 영어로 표현할 수 있고요. 몇년 전 Taylor Swift가 Grammys에서 입었던 옷과, Jennifer Lopez가 그보다도 몇년 전에 Oscars에서 입었던 드레스가 아주 좋은 예입니다.
또 하나는 어디 가셔서 뽐내실 수 있는 항목인데, 영국의 시인 Keats의 대표작 중의 하나인 “Ode on a Grecian Urn”이라는 시의 제목에 나오죠. ode는 칭송하는 시나 노래, urn은 대리석으로 만든 항아리, 한국의 도자기 비슷하다고 하겠습니다. 이 시는 시간이 흐르면서 변해 사라지는 것과 불변하여 영원한 것을 대비하고, 화자가 항아리에 조각된 여러 사람과 광경을 보면서 항아리에게 말을 하는 형식입니다. 유명한 구절이 있는데요. “Heard melodies are sweet, but those unheard / Are sweeter;”인데요. 들리는 곡조도 곱지만, 들리지 않는 곡조가 더 곱다라는 뜻으로 항아리에 새겨진 악사들을 보면서 하는 말입니다. 요즘처럼 무서운 소식만 들리는 것 같을 때는 안들리는 예쁜 소리에 집중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