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ed after People, Part II
이번주에도 사람의 이름에서 유래한 영어 단어에 관해 알아보겠습니다. 지난주에 말씀드렸듯이 사람의 이름이라는 인식을 잘 할 수 없는 말을 찾아보자는 것이 기준이고요. 지난번에는 음식에 관한 단어를 가지고 말씀을 나누었죠. 오늘은 Europe 사람들의 이름을 쓴 단어를 살펴볼까 합니다.
이번주에는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벌써 꽃구경을 할 생각에 기분이 좋기도 한데요. 기존에 있는 꽃의 cultivar, 품종을 개량하면서 그 사람의 이름을 붙이는 것은 비교적 흔한 편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런 경우에는 그 이름이 사람의 이름에서 왔다는 것을 대부분 쉽게 알 수 있겠죠. 물론 genus 속이나 species 종을 새로 발견할 때도 사람의 이름을 붙이기도 하지만, 그건 소위 학명일 때가 많고, 우리가 실생활에서 부르는 이름은 흔하지 않은데요. 그중에 사람의 이름에서 왔지만 우리가 친숙하게 쓰는 꽃의 이름이 된 예를 몇가지 알아보겠습니다.
우선 Charles Plumier라는 France의 식물학자가 있었습니다. 17세기에 살았던 사람인데요. 이분이 꽃 이름을 두 개 지었는데, 둘 다 자신의 이름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이름을 따왔습니다. 하나는 16세기 식물학자인 Leonhart Fuchs입니다. 당시에는 Bavaria라는 곳이었고 지금은 독일 땅이죠. 나중에 Plumier가 달맞이 꽃과 비슷한 새로운 꽃을 발견하면서 이분의 이름을 가지고 와서 명명했는데요, 바로 한국어로 쓸 때는 후크시아라고 하고 영어발음으로는 fuchsia라고 하는 꽃입니다. 지금은 꽃의 이름뿐만이 아니라 그 꽃의 대표적인 색인 진분홍색을 가리키는 단어로 더 잘 알려진 것 같기도 한데요. 혹시 이 색의 이름을 적으실 때 spelling이 이상해서 어려워하시는 청취자가 계신지 모르겠습니다만, 그게 이 이름이 독일 사람의 이름에서 왔기 때문이죠.
Plumier는 Fuchs를 만난 적이 없지만 유명한 사람이어서인지 이분의 이름을 가져왔습니다. 그런가 하면 자신이 직접 만난 적이 있는 사람의 이름도 꽃의 이름을 지을 때 썼는데요. 바로 Michel Bégon이라는 17세기 France 사람으로, Haiti에서 총독을 한 적도 있는데요. 꽃의 이름이 짐작되시죠? Begonia입니다. 정원이나 실내에서 기르시는 분이 많죠. Plumier가 처음 이 이름을 붙였지만, 정착된 것은 18세기 중반 Carl Linnaeus라는 Sweden의 식물학자가 정식으로 쓰기 시작하면서부터입니다. 이 꽃은 사실 더운 기후에서 자라지만 Sweden 사람이 연관되었다는 게 재미있죠.
이번에는 Sweden 출신의 사람이 꽃의 이름에 쓰인 경우입니다. Anders Dahl이라고, 18세기 중후반에 살았던 식물학자로 아까 begonia라는 이름을 정착시킨 Linnaeus의 제자였는데요. Sweden과 전혀 관계 없는 Mexico에서 발견된 꽃이 Spain으로 넘어가면서 거기에 살던 Antonio José Cavanilles라는 천주교 신부가 이 사람의 이름을 가져다가 이 꽃에 붙이게 되었습니다. 이름은 짐작이 가시죠? Dahlia입니다. 여리여리한 꽃부터 동그랗고 풍성한 모양까지, 여러 형태의 꽃이 피는데요. 1963년에 Mexico의 national flower 국화가 되었습니다. 혹시 Mexico 출신의 사람과 친해지고 싶으시다면 이 꽃을 화제로 삼으시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고요.
다음은 원래 식물과 관계가 있었지만 지금은 뜻이 약간 달라진 단어입니다. Jean Nicot라는 16세기 France의 학자이자 외교관이 있었습니다. 이분이 Portugal에 갔다가 담배 tobacco를 가지고 와서 France에 담배를 유행시키게 되는데요. 이분의 이름을 따서 nicotine이라고 부르게 된 것이죠. 처음에는 tobacco plant 담배 식물 자체를 가리키는 이름이었는데, 점차 그 뜻이 조금씩 달라져서 지금은 아시다시피 담배의 성분 중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의 이름이 되었습니다. 이 성분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면 듣기에 기분이 썩 좋은 이름은 아니지만, 사실 이름만 가지고 보면 꽤 예쁜 불어 이름이라고도 하겠고요.
다음도 France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19세기에 Louis Braille라는 사람이 살았는데, 이분이 10대에 사고로 시력을 잃었습니다. 그래서 시각을 이용하지 않고 촉각, 특히 손가락을 사용해서 이해할 수 있는 system을 발명하게 되는데요. 바로 한국어로 점자라고 하는 braille입니다. 이분의 last name을 영어식으로 발음한 것이죠.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데요. 특히 elevator같은 데 보시면 층 수를 표시할 때 옆에 braille도 같이 표기되어 있습니다.
다음 단어 역시 France 사람의 이름에서 왔습니다. 18세기 Louis XV 시대에 재정장관을 지냈던 분이 있습니다. 이분이 재임시에 the Seven Years’ War 7년 전쟁을 겪죠. Europe은 물론, India와 미대륙에까지 번진 큰 전쟁으로, 미국에서는 the French and Indian War라고 부르기도 하죠. 이 여파로 경제가 어려워지자, 이 장관이 많은 제제를 가하게 됩니다. 그래서 모든 것을 줄이고, 아끼고, 저렴한 것으로 대체하는 등의 정책을 펼쳤습니다. 그러자 사람들이 어떤 것을 제대로 하지 않고 가장 싸게, 약식으로 하는 것을 이 사람의 이름을 따서 부르기 시작한 거죠. 사진이 없던 시절에 사람의 모습을 표현하려면 초상화를 그리거나, 경제적 여유가 있으면 흉상 같은 걸 조각했겠죠. 그러나 7년전쟁 시절에는 이런 것을 하지 못하고, 가장 저렴한 방법을 택하게 되었는데요. 검은 종이에 사람 그림자의 윤곽 outline만 잡은 다음에 가위로 오려내는 것이죠. 그걸 사람들이 이 재정장관의 이름으로 부르기 시작했고, 지금은 보통 옆모습의 그림자를 나타내는 기법이 되었는데요. 이분의 이름은 Etienne de Silhouette이었습니다. 굉장히 나쁜 뜻으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그 의미가 완전히 바뀐 경우입니다.
오늘의 마지막 단어는 19세기에 살았던 영국인 land agent인데요. Ireland에 땅을 소유한 Erne 백작이라는 영국 귀족을 대신해서, 소작농이라든가 기타 땅을 빌린 사람들을 관리하고 세를 걷는 일이었죠. 그런데 아시다시피 19세기 중후반에 Ireland에서 큰 기근이 있었지 않습니까? 그래서 1880년에 Erne 백작이 세를 조금 낮추자 소작인들은 더 낮춰달라고 했지만, 허락하는 대신 이 agent는 세를 내지 못한 tenants을 쫓아내려고 한 것입니다. 그러자 the Irish Land League가 중심이 되어서 이 agent를 고립시킵니다. 말하자면 파업에 왕따를 합친 거죠. 농삿일도 손을 놓고, 이 사람 밑에서는 다른 일도 하지 않고, 또 그 마을의 다른 주민들이 이사람과 왕래를 하거나 우편 배달 같은 것도 다 거절을 하게 됩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중간관리자가 더 나쁜 일을 겪는 것 같아요. 이사람의 이름이 Charles Boycott이었습니다. 즉 boycott을 당한 사람의 이름이 그 행동을 의미하는 단어가 되었습니다.
이름과 관련된 표현으로 “Something is someone’s middle name”이 있는데요. 누구를 정의한다고 할 수 있을만큼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을 말합니다. 뭐 빼면 없어,라는 한국어 표현과 비슷한데요. Austin Powers가 “Danger is my middle name”이라고 말했죠. 오늘 노래 제목은 “The Road’s My Middle Name”입니다. 여기서는 계속 돌아다니면서 공연해야 하는 천성이라는 뜻이죠. Bonnie Raitt의 멋진 blues 연주와 노래로 들으시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