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ke Our Daughters and Sons to Work Day
미국에서 달력을 보면 매달 공휴일은 아니지만 기념일이나 특별한 날일 때가 참 많은데요. 오늘은 Take Our Daughters and Sons to Work Day입니다. 조금 긴 이름이죠? 1993년에 시작을 했는데, 원래는 Take Our Daughters to Work Day였습니다. 전통적으로 한국뿐만이 아니라 미국에서도 여성이 직업을 가지거나 있더라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게 흔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여성이 사회활동을 하더라도 남성과 다른 기준이 적용이 되었었죠. 한 예로 영어에서 남자의 이름 앞에 Mr.를 붙이지 않습니까? 이것은 결혼의 여부와 상관 없이 쓰는 말인데요. 그에 비해 여성의 경우에는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은 Miss라고 하고, 결혼을 하면 Mrs.로, 이렇게 두 가지만 있었죠. 그러다가 60년대 말, 70년대 초에 Ms.라는, Mr.에 상응하는 용어가 만들어졌는데요. 이 Ms.라는 이름의 여성운동 단체도 생기게 되었고요. 이 단체에서 만든 날이 Take Our Daughters to Work Day였습니다. 그러니까 이 날이 왜 생겼는지는 금방 짐작이 가시겠죠?
여자 어린이이면 그냥 예쁘기만 하면 되고 공부나 다른 사회적인 경쟁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좀 바꾸고 시각을 넓히고자 만든 행사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무슨 직업이 있는지도 모르면 그 직업에 대한 꿈을 꾸지도 못하지 않겠습니끼? 그래서 여자 어린이들을 일터로 데리고 가서 부모님들이 하는 일을 직접 보고 배우면서 앞으로 어른이 되었을 때 나에게 여러가지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일깨워 주고 empower, 힘을 주는 게 취지였죠. 그런데 처음부터 왜 여자어린이에게만 이런 event를 해주느냐, 남자 어린이에게도 혜택을 줘야지 아니면 역차별이다,라는 비판이 있었습니다. 영어에서 차별을 discrimination이라고 하는데, 역차별은 뭐라고 할까요? Reverse discrimination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서 곧 오는 5월은 Asian Pacific American Heritage Month라고 해서 동양계 미국인의 달이고, 1년중 가장 짧은 2월은 Black History Month인데요. 백인의 경우에 왜 백인의 달은 없느냐, 이게 역차별이 아니냐, 이런 말을 하기도 합니다. 어쨌든 여자 어린이에게만 이런 기회를 주는 게 최소한 형평성에 어긋나며 역차별일 수도 있다라는 말이 많아서, 2003년부터는 이름을 바꿔서 딸과 아들을 모두 직장에 데리고 가게 되었습니다.
근데 사실 부모의 입장에서는 이 날이 그렇게 반갑기만 한 것은 아니라고 하죠. 직장에서 일하는 것만 해도 힘든데 어린이까지 같이 있으면 신경을 두 배로 써야 하고요. 또 언행을 조심해야 하는 것도 있죠. 2000년대 미국의 sitcom인 The Office에서는 바로 이 날을 다룬 episode가 있었는데요. 그중에서 주인공이 바로 이 이유때문에 이 날을 싫어하는 설정으로 되어 있습니다. 또 직장은 직장, 가족은 가족, 이렇게 구분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도 꽤 많고요. 그래도 작년에는 약 37 million, 3천7백만 명이 자녀 또는 가까운 어린이를 자신의 일터에 데리고 갔다고 합니다. 어떤 부모님은 이렇게 아이를 데려와서 하루를 일터에서 같이 보내면 아이가 신고 있는 비싼 운동화가 내가 이렇게 힘들게 일해서 번 돈으로 산 거라는 걸 알아주지 않을까 하는 바람도 있다고 하네요.
물론 꼭 이 날이 아니라도 직장에 자녀를 데리고 가는 부모님이 계시죠. 특히 자영업이나 소매업을 하시는 한인들의 경우에는 꽤 많은 수의 자녀가 부모님의 일터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일을 돕고 있죠. 그래서 따로 이런 날이 필요가 없겠습니다. 또 올해 초에는 미국 프로 야구 선수인 Adam LaRoche라는 사람이 자기의 14살 짜리 아들을 매일 clubhouse에 데리고 왔는데 그걸 구단에서 뭐라고 하니까 돌연 은퇴를 해버리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그러느라고 약 $13M에 달하는 연봉을 포기했다고 하죠. 과연 그 아드님은 나중에 무슨 반응을 보일지 궁금한데요. 이런 것은 극히 예외에 속하는 일이라고 하겠고요. 평상시 가정의 schedule에서 변화가 생겼을 때 알맞은 대처를 하지 못한 경우 자녀와 같이 출근하는 것이 보통이라고 하겠습니다. 이럴 때는 자녀에게 내 일을 보여주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지루하지 않게 있다가 빨리 퇴근할까에 촛점을 맞추게 되겠죠. 이런 상황이 연출된 영화도 있는데요. Christmas 무렵에 인기가 많은 Elf라는 작품에서는 주인공의 친부가 갑자기 아들이라고 나타난 주인공을 데리고 자신의 일터인 출판사로 가는데요. 나이는 많지만 살아온 환경 등의 이유로 어린아이같은 면이 있는 주인공이 아버지의 사무실에서 의도치 않게 말썽을 피우는 장면이 나오는데, 아이를 일터에 데리고 간 적이 있는 사람은 공감이 가는 부분이라고 하겠습니다.
또 업무상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일이 많은 사람은 꼭 이 날이 아니라도 자녀를 직장에 데리고 가기도 하죠. 연예계통이나 sports쪽에 종사하시는 분이 여기에 속하겠습니다. 이런 건 재미도 있지만, 나중에 자녀도 같은 쪽 일을 하고 싶을 경우 다른 사람보다 조금 유리한 위치에서 시작을 할 수 있는데요. 그러나 이러
이 날이 아니면 어떤 계통의 일터를 들여다볼 기회가 없는 10대에게 그런 경험을 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는 날인데요. 그래서 최근에는 자신의 자녀 외에도 사회적으로 관심과 도움이 필요한 어린이를 하루 맡아서 회사에서 아예 크게 행사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이것은 현재 백악관에서도 권장을 하고 있는 부분이고요. 또 이 program의 초기에는 약간 white collar 즉 사무직 중심으로 진행이 되기도 했지만, 이제는 모든 직업에 대해 배울 기회를 주자는 뜻에서 어린이들이 안전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모든 일터에 자녀와 같이 가게 되었죠. 그래서 공사장처럼 야외에 위치한 일터나 레스토랑처럼 고객을 많이 상대하는 직장, 또 주부도 엄연한 직업으로 보아서 집에서 자신의 자녀나 이웃의 자녀에게 직업교육을 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요즘은 재택근무나 freelance처럼 집에서 작업하시는 분도 많으시죠? 그래서 그런 직업에도 참여시키고 있습니다.
이런 직장을 보여준다고 아이들의 꿈이 바뀌거나 생기겠나,하고 생각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는데요. 지금도 굉장한 영향력이 있는 Oprah가 어렸을 때 The Mary Tyler Moore Show라는 sitcom의 주인공이 전문직 여성인 것을 보고 아, 나도 그렇게 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고 합니다. TV로 접해도 그런데, 자신의 부모나 지인의 직장생활을 직접 보고 배우는 것의 효과는 얼마나 클지 짐작이 가시겠죠? 어린이날에는 장난감 선물이 주를 이루기도 하는데요. 대신 오늘같은 날을 정말 어린이를 위해 쓰신다고 생각하시고 같이 시간을 보내시는 것도 어떨까요?
오늘 노래는 India Arie의 “Video”라는 곡인데요. 나는 타인의 기준으로 예쁘지 않아도 되고, 외면보다는 내면의 아름다움이 더 소중하니, 자신을 사랑하자라는 내용이 우리 모두에게 힘을 주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