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thing Expressions II
평균 기온을 웃도는 날씨가 계속되면서 매일 아침 겉옷을 뭘 입어야 하나 고민이 되기도 하는데요. 한국에서는 몇 년 전부터 등골 브레이커라는 별명을 가진 겨울용 코트가 화제가 되었습니다. 학생들이 입고 싶어하는 brands인데 너무 비싸서 부모님들의 등이 휜다는 뜻으로, 한국어와 영어가 섞인 신조어이죠. 대부분 한국에서 패딩이라고 부르는 코트를 말합니다. 뭐를 넣어서 두툼하게 만든다는, 쉬운 영어 단어입니다. 그런데 이 말을 그대로 영어 원어민에게 하면 100% 이해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영어 원어민에게는 이 단어가 코트를 뜻하는 게 아니라 말 그대로 코트 안에 넣은 것을 가리키거든요. 그래서 “I like your padding!”이라고 말하면 이 사람이 내 코트 안 오리털을 왜 좋아한다고 하지?라고 의아해할 수도 있겠죠. 영어로 이런 종류의 방한용 코트는 보편적으로 parka라고 부르면 되는데요. 그중에서도 한국에서 패딩이라고 하면 머리에 떠오르는, 부피가 크고 푹신하면서 대부분 박음질이 되어 있는 코트는 다른 말로 puffer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Puff라는 말 역시 뭔가 부풀리거나 붓는다는 뜻이죠. 꼭 패딩이라는 말을 쓰고 싶으시면 문법에 맞게 padded coat, 또는 padded jacket이라고 하시면 되겠습니다.
영어로 된 옷의 명칭이지만 미국과 한국에서 다르게 쓰이는 말은 또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원피스를 꼽을 수 있죠. 미국에서는 원피스라고 하면 하나로 된 옷은 다 해당이 되지만 아마도 위아래가 붙은 수영복의 종류를 떠올릴 것 같고요. 한국의 원피스는 미국에서는 dress라고 하죠. 한국에서 드레스라는 것은 긴 원피스거나 파티용의 화려한 dress로 통하는데요. 미국에서는 아래가 치마로 되어 있고 위와 붙어 있는 옷은 다 dress라고 부르죠. 그리고 그중에서도 굉장히 화려하고 무도회나 격식을 차린 결혼식 등에서 입는 dress는 gown이라고도 합니다. Wedding gown, ball gown 등으로 단어를 덧붙여서 부르기도 하죠. 그런데 한국에서는 gown이라고 하면 의사선생님들이나 과학자들이 입는 옷, 또는 집에서 잠옷 위에 입는 목욕가운을 생각하게 되죠. 미국에서 목욕가운은 가운이 아니라 bathrobe 또는 그냥 robe이라고 합니다. 한국의 가운과 비슷한 것으로는 dressing gown이라는 것이 있긴 한데요. 이건 목욕가운은 아니고 샬랄라한 감에 무늬가 있거나 털 같은 장식을 덧대서 화려하게 만든 가운입니다. 여성들이 외출준비할 때 입는 옷인데, 요즘은 글쎄요, 그렇지 않아도 시간에 쫓기는데 아침에 이걸로 갈아입었다가 또 외출복을 다시 갈아입을만한 여유가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조금 궁금해지기도 하죠.
지난주에 이어서 옷에 관한 영어 숙어표현을 좀 알아보겠습니다. 소매에 관한 표현인데요. 우선 wear one’s heart on one’s sleeve라는 말은 자기 심장을 자기 소매에 붙여서 달고 다닌다는 뜻이죠. 좀 섬뜩한 상상이 될 수도 있는데요. 그만큼 자기의 감정을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내보인다는 말입니다. 운동선수 중에서도 이런 부류가 있고 반대가 있죠. Tennis를 생각해보시면 예전에는 John McEnroe가 이런 쪽이었고, 얼마전 멋지게 comeback한 Rafa Nadal도 이 과인데요. “I like watching Rafa play because he wears his heart on his sleeve.” 솔직하게 반응하고 감정을 나타내는 Nadal의 경기를 보는 걸 좋아한다는 뜻입니다. 너무 자신의 감정에만 충실해도 문제가 되겠지만,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은 robot같다는 평을 받을 수도 있고, 더 나쁘게는 어두워보이거나 뭔가 숨기는 것처럼 보일 수 있겠죠.
숨기는 것도 소매를 사용해서 표현합니다. Have something up one’s sleeve라고 하는데요. 여기서 something 대신에 a trick, a card, an ace 등으로 쓸 수도 있습니다. 묘수라든가 반전이 될만한 작전을 소매 속에 쏙 넣고 안보여준다는 말이죠. Card game을 생각해보시면, 패라고 하나요? 내 패를 상대방에게 보여주는 것은 패배로의 지름길이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숨기는데, 손 안에 두는 것보다 더 안전한 것은 소매 안으로 집어넣는 거겠죠. 그런데 그게 그냥 card도 아니고 좋은, 이기는 card라면 아끼고 있다가 최후에 공개하는 거죠. “When his first attempt failed, he did not panic because he had a few more tricks up his sleeve.” 첫 시도가 실패했을 때 그는 아직 묘수가 몇 남아있었기에 당황해하지 않았다,라는 뜻입니다.
또 “off the cuff”라는 표현도 있습니다. 여기서 cuff는 소매 끝부분을 가리키죠. 이건 준비가 완벽히 되지 않은 상태에서 소매에 몇 자 급히 적은 것만을 가지고 연설을 한다는 뜻인데요. 즉 사전 계획 없이 즉흥적이라는 얘기입니다. 전시회에 구경을 갔는데 갑자기 작가에게서 한마디 해달라는 부탁을 받을 수 있겠죠. 그럴 때 즉흥적으로 말씀을 한 후에 “I didn’t know he would ask me to speak. So I had to say something off the cuff.”라고 주변사람에게 털어놓을 수 있겠습니다.
다음은 모자에 관한 표현입니다. 우선 “take one’s hat off to someone”이라는 것은, 말그대로 모자를 벗는다는 뜻인데요. 예전에 서양에서 어떤 경우에 모자를 벗었죠? 누구에게 인사를 하거나 예의를 갖출 때인데요. 즉 경의를 표하는 거죠. 이 표현은 뭔가를 잘 해낸 사람에게 존경심을 표하면서 인정할 때 씁니다. 아까 전시회에서 사전에 몰랐는데도 아주 말을 잘 한 사람 같은 경우, TV에서 자주 보이는 장면인데 자리에서 일어나서 상대방에게 박수를 천천히 과장되게 치는 것 있죠? 그 상황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와 같은 의미를 말로 전달하시려면 “I take my hat off to you”라든가 줄여서 “my hat off to you”라고 하시면서 가상의 모자를 잠깐 벗었다 쓰는 것처럼 이마 근처에서 손으로 gesture를 하셔도 좋고요.
다음은 “wear many hats” 또는 “wear more than one hat”이라는 표현입니다. 모자를 많이, 또는 하나 이상 쓴다는 말이죠. 여기서 모자는 역할을 뜻합니다. 같이 모여서 dance를 배우는 group을 이끌어나가는 분에게는 “she wears many hats for that dance troupe—she’s the choreographer, driver, and costume designer”라고 말할 수 있겠고요. 또 작은 회사에서는 다들 여러가지 임무를 맡게 되는데요. 이럴 때는 “It’s a small company, so they are looking for people who can handle wearing many hats.” 여러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을 찾는다는 말입니다.
오늘 노래는 Carole King의 “Tapestry”를 생각했는데요. 약간 상징적인 가사라서 미국인들 사이에도 해석을 두고 의견이 분분합니다만, 그중에 누군가 화자를 찾아오는데 여러 색깔로 된 겉옷을 입고 있었고요. 나중에 또 다른 사람이 나타나는데 이번에는 검은색 옷을 입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