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te Christmas

연말이 되면 lists를 작성하는 것은 한국인이나 미국인이나 비슷한 것 같습니다. 보통 그해에 있었던 사건이나 유행, 인기있었던 영화, 노래 등을 다루는데요. 그중 기록을 세운 작품도 있겠죠. 그럼 전세계에서 역사상 가장 많이 판매된 노래는 무엇일까요? 잘 아시는 “White Christmas”입니다. 1942년에 첫 version이 나온 이후로 약 100 million장이 넘게 팔렸다고 하는데요. 그중에서 처음 노래한 Bing Crosby의 versions은 50 million이 넘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노래에 관해서 그외에도 알아두면 좋은 점이 몇 가지 더 있습니다.

Source: In The Past Lane

Source: In The Past Lane

이 노래는 원래 영화의 삽입곡이었습니다. 1942년 여름에 나온 Holiday Inn이라는 작품인데, Christmas라든가 the Fourth of July처럼 명절이나 공휴일에만 문을 열고 show와 식사를 제공하는 숙박업소가 무대죠. Bing Crosby가 주인으로 나오고, 또 춤으로 으뜸이라고 할 수 있는 Fred Astaire가 요샛말로 서브 남주, 즉 두 번째 남자주인공을 맡아서 노래하는 여성과 삼각관계를 이루는데요. 영화의 soundtrack을 제작할 때는 이 곡이 아니라 다른 곡이 더 hit가 될 거라는 예상을 했다고 합니다만, 막상 영화가 개봉하고 나서는 이 노래가 말 그대로 공전의 hit를 하게 됩니다. 

그 인기의 가장 큰 원인은 아무래도 전쟁이라는 시대적 상황이었는데요. 전장에 나간 미국 군인들에게 큰 인기를 얻으면서 미군 radio에 신청이 쇄도했다고 하죠. 전에도 말씀드렸듯이 Thanksgiving은 가족과 친지가 모이고, New Year는 친구들과 모인다면, Christmas는 나의 직계가족들과 집에서 보내는 것이 미국의 전통인데요. 이 노래의 가사 중에 “Just like the ones I used to know” 내가 예전에 알았던 Christmas와 똑같다는 내용이 있거든요. 그래서 향수를 자극하고 추억을 불러일으킵니다. 그 가사 다음에 계속되는 내용, 즉 눈과 얼음이 쌓인 나무가 반짝이고 아이들이 썰매의 bell 소리를 들으려고 귀를 기울인다는 묘사는 내가 실제로 그런 장면을 본 적이 없어도 쉽게 상상이 되고 동시에 평화롭고 근심 없던 시절을 떠올리게 하죠. 그리고 cards를 쓰면서 즐겁고 밝은 나날이기를, 또 언제나 white인 Christmas이기를 바란다는 내용은 또 지극히 미국적인 희망과 밝음으로 차있습니다. 그래서 미군들에게, 또 전시의 미국인들에게 큰 인기를 얻은 거겠죠.

어쨌든 이 노래에 힘입어 영화 역시 흥행에 성공을 거두는데요. 영화의 인기를 훨씬 능가하는 노래가 들어있다보니 그 영화의 다른 요소는 사실 노래에 가려 기억이 잘 안 날 정도입니다. 연기도 좋고, 명절마다 공연이 있고 노래와 춤이 있는 설정에, 그중에는 제법 유명한 노래도 두어 곡 더 있습니다만 누구나 Holiday Inn, 하면 이 노래를 즉각 떠올리게 됩니다. 그 후로도 이 노래가 얼마나 계속 인기가 있었던지, 1954년에는 이 노래를 중심으로 새 color 영화를 찍으면서 제목을 아예 White Christmas로 붙여버립니다. 역시 Bing Crosby가 나오고 그 전작처럼 시골의 inn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루는데, 줄거리라든가 다른 노래는 그저 그렇습니다. 그러나 이 새 영화는 그해 흥행 1위에 등극하는데요. 제작한 사람들이 참 머리를 잘 썼다고 할까요? 이 영화에서는 아예 군대가 내용에 들어가 있습니다. 첫 장면이 제 2차 세계대전 말기인 1944년 Christmas이고, 끝장면은 그로부터 10년 후의 Christmas에 예전 전우들이 모인 곳에서 다시 주제곡인 “White Christmas”를 부르는 것이거든요. 

이 노래와 군대, 또 전쟁과의 인연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습니다. The Vietnam War에 이 노래가 다시 등장하는데요. 기억하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1975년 4월 말에 미국이 Vietnam에서 철수를 결정하고 비밀리에 작전을 개시하는데, 주 Vietnam 미군과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미군 radio 방송에서 비밀 신호를 들으면 바로 집합장소로 모이라는 지시를 받았었고, 4월 말의 어느날 아침 갑자기 radio에서 때아닌 “White Christmas”가 나온 것입니다. 그만큼 모두가 다 아는 노래이고 오해의 여지 없는 확실한 신호로 사용이 되었다고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제 말씀을 들으시면서 콧노래를 부르신 청취자가 분명히 계실텐데요. 워낙 유명한 노래니까요. 그런데 이 노래 첫 소절 전에 원래 verse라고 해서 약간 다른 melody의 도입부가 있습니다. Bing Crosby는 records나 영화에서는 그 부분을 부르지 않았습니다만, 그 도입부의 가사 내용이 올해 New York의 높은 기온과 통하는 점이 있어서 이 시간에서 알아보겠습니다. 이 노래의 화자는 올 Christmas에 눈이 왔으면,하는 마음에서 이 노래를 부르는 것이 아니라 눈이 올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에, 정확히 말하면 Beverly Hills에 있기 때문에, 예전에 내가 알던 춥고 하얀 Christmas를 그리면서 부르는 것이죠. 가사가:

The sun is shining, the grass is green / The orange and palm trees sway. 

해가 반짝이고 잔디는 푸르고, 오렌지와 야자수가 흔들리고 있어.

There’s never been such a day / In Beverly Hills, LA.

베벌리 힐즈에는 이런 날이 한번도 없었겠지만

But it’s December the 24th / And I am longing to be up north.

오늘은 12월 24일이잖아. 그리고 나는 추운 북쪽이 그리워.

대충 이런 뜻인데요. 그 다음에 I’m dreaming of a…라고 우리에게 익숙한 부분이 나옵니다. 여기서 such a day 이런 날이라는 것은 white Christmas를 말합니다.

사실 Chicago라든가 New York, Boston에서 쭉 산 사람은 white Christmas를 고대할 필요가 없겠죠. 반대로 Miami라든가 Houston에서 자란 사람은 아예 white Christmas를 생각하지도 않겠죠. 그렇지만 미국의 동부나 북부에서 자란 후에 서부나 남부로 이주한 사람이라면 Christmas가 다가오면서 이런 마음이 들텐데요. Christmas가 상징하는 어린 시절의 추억, 갈 수 없는 고향이라는 melancholy로 이 노래가 시작을 한다면, 다른 사람들이 각자 자신만의 white Christmas를 찾기를 바란다는 따뜻하고 희망에 찬 감정으로 마무리가 됩니다.

이렇게 다른 곳으로 가서 옛추억을 떠올리는 감성은 이민을 온 사람들에게는 쉽게 공감이 될텐데요. 이 노래를 만든 사람 역시 이민자였습니다. 20세기 미국 음악의 대표적인 인물이자 예전에 한번 이 코너에서 다뤘던 Irving Berlin이라는 분인데요. Catholic을 부인으로 둔 유태인이었지만, 이분의 가장 큰 정체성은 미국인이었기 때문에 기독교와 관련이 있는 명절인 Christmas에 대한 노래도 모든 이가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을 부각시켜서 지을 수 있었고요. 지금은 유태계 가수들도 앞다퉈 부르는 노래가 되었으며, 수십 개의 언어로 번역이 되었다고 하죠. 그중에는 Berlin이 어렸을 때 사용했던 Yiddish도 들어있다고 합니다. 종교, 신념, 전통, 가치 등이 충돌하는 올 성탄에는 이 노래의 message에 귀를 기울이는 것도 어떨까 합니다.

오늘은 이 첫 부분이 들어있는 the Carpenters의 version으로 “White Christmas” 들으시겠습니다.

Album: The Essential Collection 1965-1997. Una de mis favoritas del repertorio navideño.

 

 

khora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