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ojis
작년에 이어 올해도 12월 31일에 청취자분들과 만나게 되어서 무척 기분이 좋습니다. 2년 연속 인사를 하는 김에 올해도 작년처럼 Word of the Year를 가지고 말씀을 나눌까 합니다. 작년에는 “culture”와 “nostalgia”가 뽑혔었는데요. 올해는 무슨 단어가 영광의 1위를 차지했는지 궁금하시죠? 올해의 단어는 엄밀히 말하면 단어가 아닙니다. “Emoji”라는, 시각적인 표현 방법, 즉 그림문자인데요. Kakao를 하시는 분이시라면 이게 뭔지 잘 아실 겁니다.
Emojis가 하도 많다보니 가장 많이 쓰인다는 emoji가 대표로 뽑혔는데요. 눈물을 뿌리면서 활짝 웃고 있는 얼굴입니다. 아시는지요? Emoji의 장점이라는 것은 보는 즉시 그 뜻을 알 수 있다는 것이라고 하는데, 그럼 이 emoji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제가 한국에서 자란 사람들과 미국에서 자란 사람들에게 물어본 결과가 꽤 흥미로웠는데요. 올바른 뜻은 너무 웃겨서 눈물이 난다는 것입니다만, 어떤 한국 분들은 이걸 웃기면서도 슬프다, 요새는 줄여서 웃프다고 한다고 하는데, 그 뜻으로 해석하기도 하셨습니다. 그래서 다시 한번 느끼는 거지만 emojis도 문화적인 이해를 전제로 한다고 하겠습니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새 단어나 용어를 만들어 내는 것 같습니다. 그중에 모두 알게 되어서 오래 쓰이는 것도 있지만, 개중에는 특정 집단이 자기들 사이에서만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서, 또는 그 집단만의 색깔을 보여주기 위해서 만드는 말도 있죠. 그리고 emojis처럼 어떤 경우에는 그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단어의 범주를 넘을 때도 있고요.
한국에서는 많은 신조어가 줄임말이기도 하죠. 요즘 제가 좋아하는 말로는 “안물안궁”이라는 것이 있는데, 무슨 뜻인지 아세요? “안 물어봤고 안 궁금하다”는 말입니다. 내가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누가 내 옆에 와서 자기 얘기를 자세하게 할 때가 있죠? 그럴 때 쓸 수 있는 말입니다. 그리고 “빼박캔트”처럼 한국어와 영어를 섞어서 줄인 말도 있고, 또 영어 표현을 한국식으로 줄인 말도 있는데요. “케바케”라는 것은 “case by case”를 한글로 써서 앞자만 따온, 한국식 줄임말입니다. 개인차가 있다, 그때그때 다르다,라는 뜻으로 쓰이고요. “Emoji”도 두 단어를 합친 일본어입니다. 미술에서 쓰는 “회화”의 “회”와 “문자”를 일본식으로 읽으면 “에모지”가 되거든요. 그러나 다들 “이모지”라고 읽죠.
영어에도 online 소통이 늘면서 이런 abbreviations가 많아졌었죠. 대표적으로 LOL “laughing out loud”가 있었고, 또 “too much information”을 뜻하는 “TMI,” 그외에 IIRC라고 하면 “if I recall correctly” / “if I remember correctly”라는 뜻으로, 내 기억이 맞다면,이라는 말입니다. 이런 식으로 섞어 쓰다가, emoticons이라는 게 나오게 되었죠. 이것은 기존의 keyboard에 있는 문자나 기호를 가지고 모양을 만드는 것이었죠. 물론 가장 대표적인 것이 colon 다음에 괄호 닫기를 써서 만드는 웃는 모습이죠. :) “Emoticon”이라는 말도 두 단어를 합친 용어인데요. “Emotion”과 “icon”을 합쳐서 감정을 나타내는 기호입니다. Emoticons도 모습을 나타내는 것이기 때문에 문화적인 차이와 상관 없을 것 같지만 아니죠. 많이 알려진 내용입니다만 동서양의 웃는 모습 비교같은 글이 나오기도 했는데, 서양은 입이 웃고, 동양은 눈이 웃는다는 것이었습니다. 한국과 일본에서는 갈매기를 해서 눈웃음을 그리지 않았습니까? 또 한글을 사용해서 ㅠㅠ라고 하거나, Latin alphabet을 사용해서 orz처럼 무너져서 엎드린 모양을 표현하기도 했는데, 이런 것이 다 emoticons입니다.
이런 것의 특징은 젊은 층에서 시작해서 퍼져나간다는 것인데요. 여기서 한 단계 더 발전한 emojis 역시 어릴 수록 더 많이 쓰고, 이걸 잘 쓰면 왠지 나도 젊어진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고 합니다. 차기 대선 주자인 Hillary Clinton의 camp에서는 젊은 세대와 소통을 하겠다고 지난 여름에 이 emojis에 관한 tweet을 올렸다가 본전도 찾지 못했었는데요. 대학을 막 졸업한 사람들에게 학자금 대출에 관한 의견을 emojis 세 개 이내를 써서 공유해달라는 글을 올렸다가 사람들의 화만 돋우고 말았습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emojis는 젊은 세대의 것이라고 다들 생각한다는 점이죠.
비슷한 예가 하나 더 있습니다. 미국의 모 sports news program은 홍보광고를 재미있게 하기로 유명한데요. 이번달 광고에는 Duke University의 농구 team 감독이자 미국 국가대표 팀의 감독인 Coach K가 나옵니다. 그 대학을 최근에 졸업하고 지금 NBA에서 활동하는 Justise Winslow라는 선수가 있거든요. Coach K가 자기 손자한테 “Justise한테 오늘 경기 좋았다고 전해라”라고 하니까 손자가 message를 찍어 보내는데 글자는 없고 emojis만 5-6개가 있는 거죠. 엄지 척 올린 거랑 농구공 등등입니다. 그랬더니 바로 답장이 왔는데 그것 역시 emojis로만 이루어졌죠. 그랬더니 손자가 그걸 보고 Coach K에게 “Justise가 고맙대요,”라고 말하자면 번역을 해서 알려드리는 것으로 광고가 끝납니다.
이렇게 emojis를 쓰고 이해하는 데는 세대에 따라 큰 차이가 있기도 하지만, 아까도 말씀드린 것 처럼 문화적, 언어적인 차이도 무시할 수 없는데요. 어떤 분은 “emojis는 언어의 장벽을 넘어 소통을 할 수 있게 하는 도구라서, 서로 공통된 언어가 없어도 이해할 수 있다,”라고 하시는데요. 사실은 emojis의 묘미를 알려면 그 기반이 되는 문화나 언어를 알아야 합니다. 특히 요즘은 emojis로 언어유희를 하기도 하거든요. TV에 나오는 comedy programs 중에 Key & Peele이라고, 두 comedians의 이름을 딴 program이 있습니다. 이 program에서 홍보용 poster를 만들었는데, 순전히 emojis로만 된 거예요. 옛날 암호문을 읽듯이 해석을 해나가다 보면 맨 마지막에 열쇠와 반정도 깐 banana가 나옵니다. 뭔지 아시겠죠? 열쇠는 영어로 “key”이고, banana의 껍질이나 그걸 벗기는 것은 “peel”이라고 해서 pun인 것입니다. 이걸 알려면 언어적인 지식, 즉 영어를 알아야 하고, 다음은 문화적인 지식, 즉 “key”와 “peel”이 같이 나오면 익숙한 제목이 된다는 걸 알아야 하는 거죠.
이제는 움직이는 emojis도 많고, 그걸 넘어 짧은 video로 된 camojis, 또 memes 등 계속 변화, 발전하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또 뭐가 유행할지 궁금해지고요. 한국과 미국의 emojis는 모양도 다른 것이 있고 쓸 수 있는 경우도 조금 다릅니다. Kakao에서만 emojis 하지 마시고 이 기회에 미국인들은 언제 누구와 어떤 emojis를 쓰는지 the word of the year를 통해 알아보시는 것도 2015년을 보내는 좋은 방법일 듯합니다.
오늘 노래는 Dan Forgelberg의 “Same Auld Lang Syne”인데요. 가사 중에 “we laughed until we cried”라고 있는데, 여기서는 그 emoji의 의미와 한국식 웃픈 상황 둘 다에 해당된다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