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ds of the Year 2016
오늘은 매년 마지막 주에 다루는 topic이죠. Words of the year 올해의 단어입니다. 여러 단체에서 이걸 뽑아서 발표하는데요.
기준과 방식도 다양합니다. 사전을 만드는 곳에서는 보통 가장 많이 검색을 한 단어를 중심으로 선정을 하죠. 사람들이 검색을 한다는 것은 뜻을 정확히 모를 정도로 전에는 잘 쓰이지 않던 단어라는 말일텐데, 그 단어가 갑자기 여기저기에서 많이 보였다는 얘기겠죠. 즉 그 단어를 쓸 상황이 그 해에 생겼다는 해석으로 연결이 되는 것입니다. 미국의 사전 출판사인 Merriam-Webster에서는 지난 11월 말에 이용자들에게 공개적으로 부탁을 했습니다. 그날 현재 2016년에 가장 많이 자기네 site에서 검색한 단어가 fascism이었다는 겁니다. 특히 11월 미국 대선 이후에 검색이 천문학적으로 증가했다고 하죠. 그래서 어떤 사람은 이용자들이 그 단어를 대선 전에 찾아봤더라면…이라는 어록을 남기기도 했는데요. 어쨌든 그게 그대로 word of the year가 될 위험이 있으니 제발 다른 단어를 좀 검색해달라는 호소였습니다.
그게 실제로 성공적이었는지는 의문입니다만 얼마전 Merriam-Webster에서 발표한 올해의 단어는 fascism이 아닌 surreal이었습니다. 인문학을 공부하셨다면 Surrealism 초현실주의라는 용어에서 나온 이 단어의 뜻을 아실 수 있을텐데요. 올해는 뭔가 놀라운 일이 생기거나 안좋은 사건이 벌어졌을 때, 예를 들면 Belgium terrorism을 비롯해서 France Nice의 terrorism이라든가 Turkey에서 있었던 coup d’état의 실패 등 국제적으로 큰 news 이후에는 꼭 이 단어가 주목을 받았고요. 물론 Brexit와 미국 대선 이후에 가장 많이 찾아봤다고 하네요. 그래서 이 단어의 원래 뜻이 무엇이든간에, 적어도 올해는 실제로 벌어진 일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충격적이거나 기존의 어떤 수위를 넘어서서 현실감이 없다는 뜻으로 쓰였습니다.
이외에 Merriam-Webster에서 올해의 단어로 선정한 말 중에서 반 정도가 미국의 정치가의 입에서 나온 말이거나 아니면 미국의 정치 상황으로 인해 주가가 올랐거든요. 미국인들이 보통 이만큼 정치에 관심이 없는데, 올해는 그만큼 특별했다는 뜻이겠지요. Hillary Clinton이 campaign도중 말한 “deplorable”이라든가 Mike Pence가 부통령 후보 토론 때 쓴 “feckless,” 또 하원의원인 Joe Kennedy가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Elizabeth Warren을 소개하며 언급한 법률용어인 “assumpsit” 등은 있고요. 마지막으로 Time지 올해의 인물에 빛나는 Donald Trump 대통령 당선인이 즐겨 쓰는 표현을 잘못 들은 사람들이 찾아봐서 주목을 받은 단어가 있습니다. Trump 당시 후보는 campaign을 하면서 공약을 할 때 “big league”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했습니다. 어떤 뜻으로였냐하면 예를 들어 “I’m going to cut taxes big league”라고 하면 세금을 크게 줄인다는 뜻이 아니라 전격적으로 줄이겠다는, 즉 정말로 제대로 그렇게 하겠다는, 말하자면 강조의 뜻이죠. 한국에서 요즘 “완전”이라는 말이 이와 비슷한 뜻으로 쓰이고 있는데요. 그런데 이 표현이 얼마나 이상했는지 이걸 들은 사람들이 Trump이 “big league”라고 한 건지 “bigly”라고 한 건지 헷갈려 했습니다. “Bigly”는 다들 아시는 “big”이라는 형용사에 “-ly”를 붙여서 부사로 만든 단어로, 이것 역시 거의 쓰이지는 않지만 있기는 있는 말입니다. 그래서 한동안은 언론매체와 online에서 혼란이 오기도 했었고, 사람들이 진짜? “bigly”라고 한 게 아니라 “big league”라고 했다고?라고 반응하기도 했는데요. 아까 나온 surreal이라는 말을 찾게 한 또 하나의 원인이었을 수도 있겠네요. 참고로 작년에는 접미사인 “-ism”이 word of the year였습니다.
Dictionary.com에서도 Merriam-Webster와 마찬가지로 별로 좋지 않은 단어가 word of the year가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했습니다. 이 경우에는 그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죠. 그래서 여기의 word of the year는 “xenophobia”입니다. 한국어 번역은 외국인 혐오증이라고 알고 있는데요. 그보다 조금 더 광범위한 뜻을 가졌습니다. 꼭 다른 국적의 사람만이 아니고, 다른 문화권에 있는 사람, 이방인 등을 다른 이유 없이 단지 다르기 때문에 싫어하거나 거부하는 것을 말하죠. 올해 전세계적으로 벌어진 여러가지 사건의 원인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 단어입니다. 작년에는 이 site의 word of the year가 “identity”였습니다.
영국으로 넘어가면 Oxford 영어 사전이 있죠. 이곳은 약간 신조어라고 할 수 있는 단어가 한 해를 거치면서 널리 쓰이게 되고 또 그 해를 축약해서 표현할 수 있는 말을 뽑는 경향입니다. 여기에서 작년에 word of the year로 선정된 “눈물을 흘리며 웃는 emoji”를 Something Good 시간에 다뤘었는데요. 올해는 이 출판사 역시 정치에 관련된 단어를 골랐습니다. “Post-truth”라는 용어입니다. “Postmodernism”이나 “post-colonialism”같은 용어 들어보셨죠? 그것과 같은 구조입니다. 즉 “truth”을 벗어난, 탈-truth 또는 truth 후의 시대라는 말인데요. 어떤 상황이 생겨서 여론을 형성할 때 객관적인 사실에 근거하기보다 감정이라든가 개인적인 생각이나 믿음에 의존한다는 뜻입니다. 즉 이제는 사실, 진실이라는 게 더 이상 힘이 없다는 얘기입니다. 통하지 않는 거죠. 그래서 객관적 사실을 논리있게 발표를 해도, 상대 쪽에서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왜냐고 물어보면 그냥 아닌 것 같다, 또는 내 생각은 반대인데 그걸 뒷받침할 것은 아무 것도 없지만 어쨌든 난 그 반대로 생각한다,라고 대답을 하는 거죠. 역시 좋은 뜻으로 쓰는 말은 아닙니다. 자신을 나는 post-truth야 라고 말할 사람은 없겠죠.
각 사전 출판 매체에서 올해의 단어 1등으로 뽑힌 말을 종합해 보면 우선 정치와 시사에 관련되었다는 공통점이 있고요. 또 대부분 긍정적이기보다는 부정적으로 인식될만한 단어입니다. Merriam-Webster가 예년처럼 검색빈도로만 선정을 했으면 아마도 fascism이 1등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인데요. 역시 아주 좋지 않은, 정치에 관련된 용어이죠. 그리고 실제로 뽑힌 surreal은 단어 자체는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뜻이지만, 올해 검색을 한 이유를 들여다보면 비극이라든가 적어도 충격적인 사건인 경우가 많았거든요. 그래서 역시 긍정적인 것과는 거리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올해는 특히 연예계의 유명인들이 많이 갑자기 우리 곁을 떠난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요. David Bowie와 the Eagles의 Glenn Frey로 시작해서 Leonard Cohen과 Leon Russell, 또 최근 George Michael, Carrie Fisher, Debbie Reynolds까지, 소식이 들릴 때마다 surreal이라는 말도 같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연말 모임에 빠지지 않는 곡으로 역시 올해 우리 곁을 떠난 Prince의 “1999”을 준비했습니다. 가사 중에 “Life is but a party / and parties weren’t meant to last” 인생은 party고 party는 영원하지 않은 법이다라고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