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Commercials

요즘은 기술의 발달로 미국에서 한국 방송을 금방 시청할 수 있고, 반대로 한국에서도 미국 방송을 쉽게 볼 수 있게 되었는데요. 이민을 온 후에 데뷰한 한국 배우의 얼굴이나 가수의 노래 제목을 잘 모르던 시대는 지나갔죠. 뉴스와 기타 미디어도 비슷한 상황이라서, 가끔은 한국에 있으나 미국에 있으나 방송이나 대중문화를 접하는 데에서의 차이를 잘 못 느끼겠다고 하시는 분도 계신데요. 그러나 우리가 방송으로 접하는 것 중에서 어디에 사는가에 따라 익숙할 수 있고 아닐 수 있는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광고입니다. 미국 TV 광고의 역사는 바로 미국 TV의 역사라고 할 정도로 불가분의 관계이죠.

Coca-Cola's "Hilltop" (1971) commercial

Coca-Cola's "Hilltop" (1971) commercial

한국에서는 TV 광고에 출연하는 것이 연예인으로서 가장 바라는 일이라고도 하는데요. 미국에서 연예인이 광고에 출연하는 경우가 있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유명하지 않은 사람이 나옵니다. 미국 연예인이 자기의 원래 분야에서 성공하면 수입의 규모가 한국과 비교해서 엄청나게 높아서 광고 수입의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도 한 이유라고 하겠지만, 제가 보기에는 한국와 미국에서 광고를 받아들이는 태도가 조금 다르기도 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사실이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광고업계의 생각에는 한국은 대체로 내가 되고 싶은 사람, 내가 이상형으로 꼽는 사람이 선전하는 제품을 쓰고 싶어한다고 보는 듯한데요. 이에 비해 미국의 소비자는 나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일반인이 나와서 선전하는 제품에 관심을 보인다는 것입니다. 물론 일반인인 것 같지만 광고에 나오는 사람들은 광고용 배우이죠. 그리고 아무나 casting하는 것이 아니라 상품의 이미지와 target으로 삼는 소비자에게 가장 효과가 클 것 같은 사람을 쓰게 되는데요. 미국 광고를 자세히 보시면 모델의 인종, 나이, 미모, 의상, 머리모양부터, 배경이 되는 장소가 화려한가 아닌가, 가구가 고급인가 아닌가 등등, 하나에서 열까지 전부 소비자를 염두에 두고 결정을 한 것을 알 수 있는데요. 그저 어떤 광고이든 예쁘게, 멋지게 보이게 만들지 않고, 목적을 가장 중요시 하면서 그에 맞는 그림을 그려낸다는 것이죠. 그래서 주부로 나오는 사람은 정말 주부같고, 보험회사 직원으로 나오는 사람은 정말 보험회사에서 일하는 사람같이 연출을 합니다.

이렇게 미국 TV 광고는 철저히 그 광고가 목표로 하는 소비자층만을 위해서 제작된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이 target이 되는 계층을 demographic이라고 하는데요. 여기에는 나이, 성별, 인종, 경제수준, 교육수준, 주거지의 종류, 가족관계 등 많은 요소가 들어가 있습니다. Demographic을 생각해서 배경음악을 고르기도 하는데, 내가 어렸을 때 좋아하고 유행하던 노래가 광고에 배경음악으로 다시 나온다면 그것은 내가 기성세대가 되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라고 하겠습니다. 그외에 옛날 노래를 쿨하게 쓰거나, 최신곡이나 잘 알려지지 않은 곡을 분위기에 맞춰 사용하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Billboard에 광고용 노래를 다루는 chart가 생기기도 했습니다. 

어쩼든 이런 것을 모두 고려해서 광고를 만든 후에는 그 광고를 광고주가 생각한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노출시키는 것이 중요하겠죠? 그러려면 시청률이 높은 프로에 붙이는 게 물론 좋겠지만, 시청률이 높을 수록 또 단가라는 것도 같이 올라가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전체 시청률를 보는 동시에, 특정한 demographic의 시청률을 더 중요시 여기기도 합니다. 잘 아시겠지만 미국에서 아침과 낮 드라마를 soap opera라고 하는데, 예전에는 주부들을 주 시청층으로 하는 이런 프로에서 soap라는 말로 대표되는 세제라든가 기타 가정에서 필요한 물품 광고를 해서 생긴 이름이죠. 또 낮시간에 방송되는 만화는 어린이들이 많이 보기때문에 장난감이라든가 사탕, 과자 등의 선전이 많았고요. 

사실 광고주들에게는 미국처럼 세분화되고 전문화된 channels이 많아진 것이 참 다행일 것 같습니다. 어르신들이 많이 보시는 channel에는 생명보험이라든가 의료기기 선전을 넣으면 되고, 젊은이들이 주로 시청하는 음악 channel에는 운동화라든가 headphones 같은 것을 선전하면 되겠죠. 마찬가지로 흑인을 위한 channel에는 거기에 맞춰서 내보내고, Spanish로 방송하는 channel에는 아예 모델도 Latinos로 써서 새로 광고를 제작하기도 합니다. 경제수준도 빼놓을 수 없는 기준인데요. 농구경기 중계방송에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대의 자동차나, fast food chains의 광고를 하고요, tennis 경기를 중계할 때는 높은 가격대의 자동차 광고가 많고, 그외에 투자 관리 service 회사의 광고가 많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외 미국에서는 local과 national 광고가 따로 있기도 해서, 가격이 다르고 광고의 완성도도 다릅니다.

광고는 어디에서건 target demographic 안에서는 가장 평범하고 전형적인 모습을 기본으로 합니다. 그중 미국과 한국에서 다 통하는 정서가 있는데요. 바로 mother-in-law에 대한 반응입니다. 한국은 그게 며느리와 시어머니인 경우가 많지만, 미국은 대부분 사위와 장모의 관계를 그린다는 차이점이 있겠죠. 한 고급 승용차 광고에서 남편이 운전하면서 이메일을 음성으로 읽어주는 기능을 사용하는데, 부인이 이메일로 엄마 오셨어. 곧 봐!라고 보냅니다. 남편은 막 집에 주차를 하려다가 그말을 듣자마자 다시 뒤로 빼서 도망을 가고, 부인이 또 이메일을 보내서 욕을 하면서 어디가?라고 하는 것을 차의 음성 기능으로 듣는 것으로 끝나죠.

그런가 하면 미국과 한국 정서의 차이점도 볼 수 있습니다. 한국은 광고나 예능 방송 등에서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뭐뭐 할 “수 있는 그날까지!” 또는 무엇무엇“으로 우리는 하나가 된다”같은 카피를 쓰는데요. 뭔가 똑같은 걸 보고 웃거나 소속감을 느끼길 바란다는 가정하에서 이런 표현을 하는 거겠죠. 개인주의를 중시하는 미국의 경우, 광고도 그걸 반영하는데요. 편의점을 무대로 하는 일련의 맥주 광고에는 정말 이상한 사람들이 손님으로 드나드는데, 주인은 그 사람들과 편견 없이 소통을 합니다. 갑자기 크게 노래를 하는 사람, 옛날 남자친구를 뺏은 여자친구에게 줄 선물로 좋은 것을 고르기 싫어하는 속좁은 사람, 희한한 직업병이 있는 사람 등 많은데, 네가 네 자신일 때가 그 맥주를 마시기에 좋은 때야,라는 카피로 끝을 맺습니다. 즉 이 맥주를 마시려고 어떤 틀에 나를 맞출 필요 없이, 아무리 이상하더라도 내 본연의 모습이 가장 바람직하다라는 뜻이겠죠.

어떻게 보면 미국의 드라마나 영화보다, 광고가 미국인들이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정서나 사고방식, 가치 등을 드러내는 같습니다. 그런 정서나 개념을 전제로 해서 광고를 제작하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결과물이라 있는 광고내용에서 시작해서 거슬러올라가보시면 밑에 깔려있는 미국인의 생각을 있습니다. 앞으로 며칠동안 뉴욕에서 대선후보 광고가 자주 나올텐데, 어떤 demographic을 염두에 두고 만들었는지 생각해보셔도 좋겠죠?

오늘 노래는: 휴대전화 광고에 쓰이면서 다시 주목을 받고 Billboard 광고노래 chart 상위에 오른 Jim Croce의 대표곡 “Time in a Bottle”을 추천합니다. 

James Joseph "Jim" Croce (January 10, 1943 -- September 20, 1973) was an American singer-songwr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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