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mpaign Songs

Something Good 코너를 소개해주실 때마다 많이 기다리시는 시간이다, 뭔가를 배우는 즐거운 시간이라고 말씀을 하시지 않습니까? 그런데 실은 그 표현이 저한테 딱 들어맞는 것 같습니다. 매주 내용을 준비하면서 우선 우리 짱좋아 청취자분들 만날 생각에 들떠서 즐겁고, 또 가장 많이 배우는 사람은 저인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음악을 참 좋아하는데, 이 코너 끝에 제가 추천하는 곡을 뭐로 할까 궁리를 하는 과정이 정말 재밌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약간 주객이 전도되었다고 할만큼, 노래 고르는 것에 시간을 더 할애하기도 하거든요. 그런데 이번주만큼 이 노래 정하기가 재밌으면서도 시간이 많이 걸린 때가 없는 것 같습니다.

Last Week Tonight with John Oliver (HBO)

Last Week Tonight with John Oliver (HBO)

그것은 오늘의 주제가 고르기 조금 예민할 수 있는 성격의 노래이기 때문인데요. 한국에서는 총선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고, 미국에서는 이번 11월에 있을 대선을 겨냥한 예비선거와 경선이 한참이죠. 잘 아시다시피 New York주는 이번달에 예비선거를 하게 됩니다. 이럴 때 후보들이 유세장이나 광고 등에서 쓰는 노래가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로고 송”이라고, 영어 단어를 조합해서 만든 것 같은 용어로 불리는데요. 정작 미국에서는 이 말보다 “campaign song”이라고 씁니다. 한국의 로고 송은 대부분 거의 모든 사람들이 아는 대중가요이고, 개사를 해서 특정한 후보에 대한 내용으로 바꾸죠. 그리고 저작권 문제로 이런 노래를 사용하는 약간의 비용을 지불하는데, “~라고 전해라”라는 가사로 잘 알려진 “백세인생”은 작곡가가 특정 정당에만 주기 싫어서 터무니없이 높은 금액을 요구했다고 알려졌습니다. 그외에 “텔미”라든가 “강남스타일”은 사용하는 것 자체를 작곡가가 거절해서 쓰지 않았는데, 공식적으로는 이런 국민가요에 정치색을 입히고 싶지 않아서라는 이유를 들었죠.

미국에서 대선때 campaign songs이 사용된 것은 19세기로 거슬러 올라가는데요. 현재의 일반 미국인이 알만한 campaign song으로는 1932년 Roosevelt 당시 후보의 “Happy Days Are Here Again”이라는 곡이 처음이 아닐까 하고요. 이분은 이외에도 선거운동목적으로 새로 만든 곡을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그후로 다른 후보들은 대부분 유명한 melody에 새로 가사를 붙여서 campaign song으로 사용했습니다. 한국의 현재 상황과 비슷한 경우라고 하겠는데요. 그리고 때로 새 곡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잘 알려진 작곡가인 경우는 별로 없었습다만, 아주 큰 예외라면 1952년 Ike라는 애칭으로 불렸던 당시 Eisenhower 후보를 위해서 “I Like Ike”라는 노래를 만든 Irving Berlin이 있겠습니다. 이 짧지만 강렬한 rhymes이 있는 slogan덕이었는지 Ike는 대통령에 당선됩니다.

그리고 1964년 Johnson 대통령이 “Hello Dolly”라는 musical에 나오는 주제곡을 “Hello Lyndon”이라고 개사해서 사용한 후로는 기존의 노래의 가사를 바꾼 것을 보기가 힘들어졌습니다. 대신 아예 새로운 곡을 만들거나, 기존의 대중가요를 그대로 가져다 쓰는 것이 많아졌고요. 60년대 들어서 TV로 후보를 접하게 되면서, 직접 유세장에서 노래를 듣고 부르는 것이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게 되었죠. 즉 campaign song 안에 후보의 이름이나 정책, 공약 등을 집어넣지 않아도 유권자들이 후보에 대해 잘 알 수 있는 방법이 생겼다는 것입니다. 이를 계기로 사실 campaign songs의 역할이 미묘하게 바뀌었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미국에서 campaign songs의 역할을 크게 넷으로 볼 수 있는데요. 하나는 유세장에서 분위기를 띄우는 일을 하죠. 그러니까 신나는 곡, 많은 사람이 아는 곡이 유리하겠고요. 두번째는 노래 가사에 뭔가 그 후보가 전달하고 싶은 메세지가 있는데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가사의 내용을 자세히 아는 게 아니라, 어떤 노래 중에서 사람들이 아는 가사 부분, 대부분 후렴부일텐데, 그 부분만 괜찮으면 되는 것이죠. 예를 들어서 유명한 folk song인 “This Land Is Your Land”라든가, Bruce Springsteen의 “Born in the U.S.A.,” 또 John Mellencamp의 “Pink Houses”같은 노래는 제목이나 후렴만 보면 굉장한 애국의 노래같지만, 사실은 비판적인 내용이죠. 그러나 대부분의 유권자나 지지자들은 그런 것에 신경을 쓰지 않기 때문에, 이런 노래를 campaign songs으로 쓰려는 후보가 많습니다.

최근에는 특히 한 후보가 여러 곡을 쓰는 경향인데요, 세 번째 이유와 관계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즉 미국 대중음악의 여러 genres와 시대에서 노래를 선택함으로써 그 후보는 여러 계층을 다 보듬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어하는 것이죠. 그리고 마지막으로 굉장히 비싼 TV용 광고에 배경음악으로 쓰이기도 합니다.

최근 대통령 중에서 기억에 남는 campaign song을 쓴 사람은 Bill Clinton인데요. 초선인 1992년에 Fleetwood Mac의 “Don’t Stop”이라는 노래를 사용하면서 그 band가 다시 뭉치는 계기가 되기도 했고, 지금까지도 이분이 어디에 등장할 때 대부분 이 노래가 theme song으로 쓰일 정도입니다.

기존의 유행곡을 선거유세용으로 쓰는데 있어 개사 외에 한국과 미국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미국은 노래의 저작권자가 사용을 거부하면서 정치적인 발언을 잘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 이유를 대지 않고 거부한 사람은 Sting과 Adele뿐입니다. 그리고 대중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민주당을 지지하는 성향이기 때문에, 이런 사용거부는 거의 다 공화당 후보에게 합니다. Reagan때부터 지금까지 공화당 대선후보 중 쓰고 싶은 노래를 거절당하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인데요. 나는 당신과 정치적 견해가 달라서 당신을 지지하지 않으니까 내 노래를 당신의 선거운동에 사용하지 말라는, 상대적으로 부드러운 부탁부터, 나는 네가 아주아주 싫으니까 내 노래 빼!라는 강경한 요구, 더 나아가서는 법적 소송까지 가기도 하는데요. 이런 경우 “a cease and desist letter”를 보내게 됩니다. 주로 지적재산권 문제에 사용되는 법률용어인데요. Cease와 desist는 비슷한 뜻으로, 둘 다 정지한다, 그만둔다,라는 동사인데, cease는 지금까지 해오던 것을 중지한다는 뜻이 강하고, desist는 앞으로도 사용을 재개하지 않는다는 뜻이 있습니다.

Tom Petty의 경우에는 2000년에 아들 Bush가 자신의 노래를 사용하자 a cease and desist letter를 보낸 것에 그치지 않고, Gore가 선거에서 패한 것을 승복하고 concession speech를 한 후에 그 집에 가서 그 노래를 불러서 화제가 되었고요. 또 이번 선거에서는 같은 민주당이지만 Hillary Clinton에게 나는 Sanders 지지자이니까 내 노래를 쓰지 말라고 한 artist도 있었죠. 그러나 압도적으로 가장 많은 musicians에게 중지요구를 받은 후보는 놀랍지 않게도 Trump입니다. 현재까지 일곱 팀이 자기 노래를 빼달라고 했습니다.

오늘 노래는: Clinton 대통령의 1992년 campaign song이 워낙 유명하다보니, 1996년에는 뭘 썼는지 기억하는 분이 별로 없습니다만, 한국인들에게 2000년대 들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곡입니다. Musical Jekyll and Hyde에 나오는 “This Is the Moment”인데요. 오늘은 1994년 World Cup 기념으로 the Moody Blues가 녹음한, 조금 담백한 version으로 들으시겠습니다.

Música (song): The Moody Blues - This is the moment Foto: Templo de Zeus Olímpico (Temple of Olympian Zeus) - Atenas - Grécia (Athens - Greece) - Jun-2015. (Paulo Irineu Barre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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