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laws
한국어의 관용 표현 중에 “사돈의 팔촌”이라는 말이 있죠. 영어를 사용하다 보면 이런 표현을 쓰고 싶을 때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라는 말씀을 종종 듣습니다. 우선 이게 관용구이다보니 이 표현을 말 그대로 번역한다고 그 뜻이 전달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고요. 이건 모든 관용 표현에 해당하는 이유겠죠. 그리고 또 이유가 있는데, 이 표현인 경우에는 말 그대로 번역하는 것조차도 힘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희 Educhora에서 한국문화를 홍보하거나 교육할 때 더 신경을 쓰게 되는데요. 한국에 대해 관심이 많아서 어느정도 한국문화를 아는 사람에게는 보통 문화적인 요소에 대해 설명을 하면 이해를 잘 하는 편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사돈, 팔촌 같은 개념이 나오면 정말 시간과 노력이 많이 필요한데요.
이번주와 다음주에는 영어로 이 표현과 비슷한 말이 있나 알아보면서 같이 미국사람들이 생각하는 가족관계, 친척 관계에 대해 말씀을 나누겠습니다. 우선 사돈이라고 하면 바로 in-law라고 떠올리실 분이 많이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정확하진 않지만 틀린 말도 아닙니다. 결혼으로 인해 이루어진 관계를 in-law라고 표현하는데요. 우선 한국과의 큰 차이점은 남자가 부르는 말과 여자가 부르는 말의 구분이 없다는 거죠. 시어머님과 장모님이 다 mother-in-law이고요, 마찬가지로 장인과 시아버지도 father-in-law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배우자의 부모님은 그냥 in-laws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죠. 그래서 “My in-laws are visiting next week.”하면 다음주에 우리 시부모님이, 또는 장인장모님이 다니러 오신다는 말로 이해를 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in-law라는 말을 쓸 수 있는 관계가 하나 더 있는데요. 한국에서는 여러가지 말로 표현이 되는 brother-in-law와 sister-in-law입니다. 내 배우자의 형제자매에게도 이 말을 쓸 수 있고요, 또 내 형제자매의 배우자도 이렇게 부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위아래의 구분이 없죠. 또 그 사람이 결혼을 했느냐 안했느냐도 따지지 않고요. 그러니까 한국어로 형수, 시누이, 올케, 처제, 처형, 계수 등이 다 이 sister-in-law라는 한 말로 번역이 되고요. 또 시동생, 시숙, 매형, 매제, 처남, 형부, 등등이 다 brother-in-law가 됩니다.
그리고 아시다시피 사위 며느리는 son-in-law, daughter-in-law가 되죠. 이정도가 미국 사람들이 평소에 in-law라는 말을 쓰는 관걔의 범위라고 보시면 됩니다. 물론 다른 관계에도 이 말을 붙일 수 있겠죠. 예를 들면 내 배우자의 조카, 시조카나 처조카라고 하나요? 이것은 엄밀히 말하면 niece-in-law나 nephew-in-law가 됩니다만, 저는 주위에서 이렇게 딱 구별을 해서 부르는 것을 본 적이 거의 없습니다. 그리고 그 반대방향도 마찬가지입니다. 나와 삼촌의 관계가 되는 사람, 즉 큰아버지, 작은 아버지, 외숙, 고모, 이모 등을 다 uncle이나 aunt라는 말로 부르는데요. 이분들의 배우자, 즉 큰어머니, 작은 어머니, 외숙모, 고모부, 이모부 등도 똑같이 uncle, aunt라고 부릅니다. 한국인으로서는 조금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일 수 있는데요. 그런가보다라고 이해가 되더라도 답답하기는 하죠. 한국식의 가족관계 정리법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친구가 예를 들어서 자기 사촌 Lisa의 부모는 Uncle Steve와 Aunt Mary이다라고 말을 할 경우에, 그 중에 누가 혈육이고 누가 사돈인가 궁금해지거든요. 그래서 물어볼 수 있겠죠. 영어로 혈육은 blood relative 즉 혈연관계에 있는 사람이니까, 그중 누가 blood relative냐고 물을 수가 있는데요. 여기서 놀라운 점은 이런 질문을 했을 경우 바로 응, 이쪽이 나와 피를 나눈 사람이다,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많지 않고요, 대부분 그 질문을 이해하는데 시간이 걸린다는 거죠. 그리고 예를 들어 aunt-in-law라고 하면 나와 삼촌의 아내라기 보다는 내 배우자의 이모 고모등을 떠올리는 경우가 사실은 더 많습니다. 그래서 이중으로 더 혼란스럽기도 하죠.
이렇게 혈연관계에 있는 친척과 결혼으로 생긴 친척을 거의 비슷하게 생각하는 듯한 걸 보면 미국사람이 굉장히 포용력이 크거나 정이 많나보다,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습니다. 물론 그런 분들도 있지만, 그와 반대인 경우도 있습니다. 즉 내 혈육을 그리 가깝거나 특별하게 여기지 않기 때문에, 피가 섞이지 않은 친척과 비슷한 정도로 생각하는 거죠.
그래서 in-law라는 말을 평소에 쓰지는 않아도 용어는 다 존재합니다. 그래서 관계를 명확히 밝혀야 할 경우에 사용할 수 있는데요. Cousin-in-law, grandmother-in-law 등등 다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이마저도 in-law라고 하기보다는 “by marriage”라는 말을 더 자주 쓰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Anne is my cousin by marriage.”라고 하면 내 배우자의 사촌이거나 내 사촌의 배우자라는 뜻으로 해석하시면 되겠죠.
그럼 in-law라는 말을 한국에서 쓰는 사돈이라는 뜻으로 쓸 수 있을까요? 예를 들어서 내 형제자매의 아이, 즉 피를 나눈 조카가 있는 경우, 그 조카는 나에게 uncle이나 aunt라고 하겠죠. 그리고 내 형제자매의 배우자의 형제자매도 조카에게는 똑같이 uncle, aunt가 되는 거죠. 그리고 그 분들은 나에게는 사돈댁분들이 되는 건데요. 또는 부부의 양쪽 부모님, 즉 친할아버지/할머니, 외할아버지/할머니는 서로 사돈인데 무슨 관계인지 궁금하시죠? 그냥 in-law라고 하면 좀 이상합니다. 이런 경우에는 그 앞에 co-를 붙입니다. 그래서 아까처럼 예를 들어서 어린이의 이모와 고모인 경우 그 사람들은 영어로 co-aunts-in-law가 됩니다. 친할머니와 외할머니는 co-grandmothers-in-law가 되는 거고요. 그리고 이 co-자가 들어가는 관계가 하나 더 있습니다. co-brother-in-law나 co-sister-in-law는 무슨 뜻일까요? 동서라는 뜻입니다. 즉 co-brothers-in-law는 그 분들의 부인들이 자매라는 거죠. 그러나 이런 말은 평소에 쓰는 사람은 전혀 없다고 보시면 되고요, 이런 말이 있다는 걸 아는 분도 아마 거의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런 말을 듣고 설명을 들어도 무슨 관계인지 감이 오지 않는 미국인이 대부분일 겁니다. 그러나 한국사람은 바로 알 수 있죠.
그럼 미국사람들은 이런 호칭이 있는데도 쓰지 않으면 어떻게 친척들을 지칭할까요? 그냥 관계를 죽 늘여서 설명을 합니다. 예를 들어 친할머니, 외할머니는 paternal grandmother, maternal grandmother라는 말이 있지만, 당연히 대부분 그냥 grandmother라고 하고, 어느쪽인지 밝혀야 할 경우에도 my mom’s mom, my dad’s mom이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음시간에는 촌수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오늘 노래는 the Beatles의 “Your Mother Should Know”를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