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usins
오늘은 지난주에 이어서 미국사람들이 친척관계, 혈연관계에 대해 어떻게 말하고 생각하는지 알아보겠는데요. 지난주에 드렸던 한국어 표현 문제 있죠? “사돈의 팔촌”가 영어로는 뭐라고 할까요,라는 건데요. 거기에 대해서도 알아보겠습니다.
지난주에는 주로 사돈관계에 대해 말씀을 나눴죠. 한국만큼 모든 관계에 이름이 따로 붙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명칭이 다 있다는 것, 또 “in-law”라는 말과 “by marriage”라는 말이 있어서 꼭 써야 할 상황에서는 쓴다는 것, 그리고 여자와 남자, 즉 시댁이냐 처가냐의 구분이 없고, 나이의 많고 적음이 상관이 없다는 것도 말씀을 드렸고요. 아울러 내 배우자의 친척과 내 친척을 굳이 용어로 구분하는 경우가 일상생활에서는 별로 없다는 것도 말씀드렸는데요.
오늘은 혈연관계에 대해 생각해보겠습니다. 한국에서 혈연관계를 따질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아무래도 촌수겠죠? 다 아시겠지만 부모와 자식 사이는 1촌, 형제자매 사이, 또는 조손 사이는 2촌이 되고요. 4촌이라고 하면 그 사람들의 부모님이 형제자매라는 얘기죠. 미국에서도 4촌까지는 다 알고 쓰는 쉬운 이름이 있습니다. 4촌은 cousin이라고 하죠. 그런데 고종, 외종, 이종 같은 말도 있을까요? 우선 부모님 중에 어느쪽 cousin인가 말할 수는 있습니다. cousin 다음에 “on my mother’s side” 또는 “on my father’s side”라고 붙이면 됩니다. 이런 말은 가끔 듣습니다. 이번에는 내 혈육이 사촌의 엄마인가 아빠인가도 밝힐 차례인데요. 지난주에 말씀드렸듯이 명칭이 다 있긴 합니다. 내 부모님과 내 사촌의 부모님이 같은 성별일 경우에는 parallel cousin이라고 하고, 서로 다를 때에는 cross cousin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예를 들어 “Henry is my parallel cousin on my mother’s side”라고 하면 이종사촌이라는 말이겠지요. 그러나 이런 명칭이 있는지 아는 미국인들은 극소수일 것이라는 예상입니다. 차라리 “Henry is my mom’s sister’s son”이라고 풀어서 말하거나, 그냥 “Henry’s my cousin”이라고 하고 누가 물어보면 아 걔가 aunt 누구의 아들이야, uncle 누구의 아들이야,라고 말을 하겠죠.
자, 그럼 지금부터 조금 복잡해집니다. 내 조부모님의 형제자매는 보통 great- 다음에 aunt나 uncle을 붙입니다. 이게 큰아버지 큰어머니가 아니고, 말하자면 큰할아버지, 작은할아버지, 이모할머니 등등이 되는 거죠. 그러나 이게 완전히 올바른 명칭은 아니고, 원래는 great 대신에 grand를 붙여야 합니다. 그래서 great-uncle Steve가 아니라 grand-uncle Steve라고 하는데, 미국인들 중 열에 아홉 이상은 great-uncle이라고 할 거예요. 어쨌든 부모님 대가 아니고 조부모님 대라는 것 기억하시면 되겠습니다. 증조부, 고조부는 great-grandfather, great-great-grandfather 등등 나가는 것 알고 계실 거라고 생각하고요.
그럼 4촌보다 먼 관계는 뭐라고 할까요? 미국에서 이렇게 약간 먼 친척관계에 두루두루 잘 쓰이는 말이 있습니다. 바로 second cousin이라는 말인데요. 말하자면 그냥 cousin이라고 하는 4촌 관계가 first cousin인 셈이고, 그보다 멀면 second cousin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죠. 그나마 이것도 하지 않고 먼 친척도 그냥 cousin이라고 부르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나 영어에도 촌수에 따른 명칭이 존재합니다. 그런데 이런 것을 잘 아는 미국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설명을 해줘도 이해가 빠르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한국식 촌수와 항렬을 잘 아신다면 이건 아주 쉽게 익힐 수 있습니다.
여기서 기억하실 것은 두 가지인데요. Cousin 앞에 붙는 몇 번째라는 말에 1을 더하면 나와 그 사람이 공유한 조상의 대가 나옵니다. 예를 들어 cousin은 first cousin을 말하는데, 1에 1을 더하면 2죠? 2대를 올라가면 조부모님이죠? 즉 나와 사촌은 같은 조부모님인 거죠. 그럼 second cousin이라고 하면 증조부모님이 같다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조부모님끼리 형제자매인 관계, 즉 한국에서 6촌형제자매의 관계가 됩니다. 그리고 third cousin이라고 하면 뭘까요? 고조부모님이 같으니까 증조부모님끼리 형제자매 관계이고, 고조부모님끼리는 4촌관계이겠죠? 즉 내 third cousin은 바로 8촌형제자매가 됩니다. 여기까지는 한국인이면 이해하기 비교적 쉬울 거고요. 그리고 물론 미국인들은 거의 쓰지 않는 구분법이죠.
다음은 항렬인데요. 이건 “removed”라는 말을 써서 once removed, twice removed 등으로 말합니다. 이건 대를 뜻하는 거고요. 한 대씩 removed할 때마다 촌수도 하나씩 올라가고 항렬도 하나씩 이동합니다. 즉 내 5촌 조카나 5촌 아저씨는 4촌의 자녀이거나 부모님의 4촌이죠? 그래서 양쪽으로 다 first cousin, once removed가 됩니다. NBC 아침 방송에서 날씨를 맡고 있는 Al Roker씨와 rocker Lenny Kravitz는 5촌 관계인데요. Al이 Lenny의 엄마인 배우 Roxie와 4촌이었습니다. Lenny에게는 따님 Zoe가 있는데요. Zoe는 Al에게 한국에서는 재종손이라고 하나요? 6촌 손녀인데, 미국에서는 그렇게 얘기하지 않고요. Cousin에서 2대가 내려갔으므로 first cousin, twice removed라고 합니다.
또 배우 Brooke Shields와 Glenn Close는 second cousins, once removed인 사이라고 하네요. 즉 Glenn Close의 할아버지와 Brooke Shields의 증조할머니가 남매사이였다는데요. 7촌 아줌마 조카 사이죠. 그럼 Glenn의 자녀는 Brooke에게 third cousin이 되지만, Brooke의 자녀는 Glenn에게 second cousin, twice removed가 됩니다. 한국식 촌수로는 8촌이죠.
미국인들은 제대로 세어서 부르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예를 들어 요즘 뜨는 배우 Amy Schumer와 상원의원 Chuck Schumer는 second cousins이라고 하는데, 정말 같은 항렬 6촌인지 그냥 친척 관계인지는 모르겠네요. 미국인들이 정말 이런 촌수나 항렬도 잘 헷갈려해서, 영화 Mean Girls에 보시면 등장인물 중 하나가 cousin과 first cousin이 별개라고 생각하는 장면이 나오기도 합니다.
또 미국에서는 second cousins부터는 결혼을 허락하고 있지만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건 사실입니다. 그리고 5촌 사이도 법적으로 가능한 주도 있고요. 주로 남부쪽 주가 이렇게 4촌, 5촌 사이의 결혼이 많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에, 북쪽에서 남쪽을 놀릴 때 쓰는 소재이기도 하고요. 또 근친이 유전학상 좋지 않다는 점도 사람들이 알고 있어서, 좀 느린 사람을 두고 농담으로 그사람 부모님이 혹시 사촌간 아냐?라고 묻기도 합니다.
아까 말씀드린 사돈의 팔촌을 영어로 말하려면 물론 딱 들어맞는 표현은 없지만 몇 가지 생각할 수 있는데요. 하나는 바로 전에 말씀드린 누구누구의 “second cousin, twice removed”입니다. 굉장히 먼 친척이다라는 뜻인데 8촌이라는 게 참 신기합니다. 다른 영어표현으로는 “shirttail relative” 또는 “shirttail cousin”이라고, 옷자락에 간신히 붙은 혈족이니까, 약간 턱걸이 친척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Rapper Snoop Dogg과 가수 겸 배우 Brandy가 cousins이라는 주장이 있다고 하는데요. 오늘 노래는 그래서 Brandy의 곡을 준비했습니다. “Almost Doesn’t Cou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