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makes, Part I
벌써 main 촬영은 끝났고 내년 개봉을 목표로 현재 후반작업중인 The Magnificent Seven은 한국 배우가 출연하기 때문에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이 영화는 1960년작인 동명의 영화의 remake입니다. 그런데 그 영화 역시 remake였다는 것 알고 계시는지요? 이렇게 이중 remake가 아니더라도, 요즘 나오는 영화중에는 remakes가 굉장히 많습니다. 오늘은 영화를 remake 한 작품을 몇개 알아보고, 다음번에 이어서 말씀을 나누겠습니다.
우선 외국 영화를 Hollywood식으로 바꾼 영화가 있습니다. 한국인들은 외국영화를 영화관에서 보는 게 익숙해서 자막을 읽는 것에 큰 저항감이 없는 편입니다만, 거의 모든 것이 영어로 되어 있는 환경에서 자라온 미국인들은 영화를 아주 좋아하는 사람 외에는 자막 읽는 것을 불편해 하거든요. 또 외국 영화는 예를 들어서 같은 서양이라도 약간 정서나 문화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미국화하고 싶어합니다. 아까 말씀드린 The Magnificent Seven은 일본의 명감독인 Kurosawa의 1954년도 작품인 Seven Samurai 七人の侍가 원작입니다. 무대와 등장인물을 미국과 미국인으로 바꾸면서 시대적 배경도 당연히 바꾸었는데요. 그외에는 나중에 살아남는 사람들을 비롯해서 많이 비슷하긴 합니다. 그러나 한 가지 달라진 점이 있었는데요. 생존자 중에서 조금 사랑을 하게 된 인물이 있는데, 일본 원작에서는 이루어질 수 없을 거라는 현실적인 시각으로 그 생존자가 다른 생존자들과 같이 떠납니다만, 1960년 remake에서는 다른 생존자들이 그 사람에게 눈짓으로 돌아가라는 허락을 해줘서 그 사람이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에게로 다시 가는 것으로 끝납니다. 미국적인 ending이라고 하겠습니다.
이렇게 결말을 바꾸거나 분위기를 바꾸는 것은 외국 영화를 remake할 때 자주 볼 수 있는 현상인데요. 얼마전에도 말씀드렸던 Italy의 거장 Fellini 감독의 1957년 작 Le notte di Cabiria 까비리아의 밤들이라는 작품은 ‘60년대 미국에서 Sweet Charity라는 musical이 되면서 분위기가 완전히 다른 작품이 되었습니다. 사실 원작을 보시면 그걸 musical로 만들자는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가 참 경이롭기도 합니다.
또 독일의 유명한 감독인 Wim Wenders의 대표작 중의 하나로 1987년에 나온 Wings of Desire는 역시 Europe 영화답게 humor와 무게감이 공존한다고 하겠는데요. 인간 세계에서 사람들을 관찰하게 된 천사의 이야기입니다. 미국에서는 1998년에 City of Angels라는 제목으로 remake되었는데요, 여기서는 ending이 조금 더 dramatic하게 바뀝니다. 그리고 원작의 결말이 약간 열린 결말이라고 한다면, remake에서는 제가 spoil을 하고 싶지는 않지만 반전이 있고요, 어쨌든 확실하게 한쪽으로 끝난다는 것까지는 알려드리겠습니다.
비슷한 예이지만 반대의 경우도 있는데요. 1950년에 나온 Last Holiday라는 영국영화는 같은 제목으로 2006년에 미국에서 remake를 했습니다. 원작에서는 끝에 반전이 둘 있는데, remake에서는 하나만 있습니다. 원작의 주인공은 Alec Guiness로 백인 남자인데, remake는 흑인 여자라는 것도 달라진 점인데요. (또 1972년에 나온 Rohmer 감독의 French 영화 L'Amour l'après-midi는 백인을 주인공으로, 2007년 remake인 I Think I Love My Wife는 흑인을 주인공으로 합니다.) 꼭 외국영화가 아니더라도 remake를 하면서 시대와 사회변화를 반영해서 등장인물이나 극중의 요소를 바꾸는 경우도 많습니다.
1947년에 나온 The Bishop’s Wife와 remake인 1996년작 The Preacher’s Wife도 비슷한 case로, 둘 다 미국작품입니다만 원작은 백인 여성이, remake는 흑인 여성이 주인공이죠. 또 1941년의 Here Comes Mr. Jordan과 그의 1차 remake인 1978년작 Heaven Can Wait은 주인공이 늙은 백인 남자인데, 죽으면서 젊은 백인 남자의 몸 안에 들어가게 됩니다만, 2차 remake인 2001년작 Down to Earth에서는 늙은 백인 남자에게 몸을 빌려주는 사람이 젊은 흑인 남자가 됩니다. 또 gangster genre 영화로 유명한 Scarface는 1932년에 처음 나왔을 때 Italian mobsters가 주인공이었는데, 1983년 remake에서는 Cuban으로 바뀝니다.
보편적으로 1990년대 이후에 만들어진 remake중에서는 주인공이나 등장인물의 인종 구성이 원작보다 더 다양해졌다고 보시면 됩니다. 아까 처음에 말씀드린 The Magnificent Seven의 remake에서도 주인공이 흑인 남자이고요, 한국 배우가 맡은 배역도 미국원작에서는 백인 배우, James Coburn이 맡았던 역할이라고 하네요. 비슷한 이유로, 옛날 영화에 나온 대사중에 현재의 정서에 부합하지 않거나,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부분이 있거나, 배역과 다른 인종이 그 배역을 연기한 경우에는, remake를 한다면 그런 것을 바로잡기도 합니다. 예를 들자면, 이 영화가 remake될지는 모르겠지만 혹시 Breakfast at Tiffany’s가 다시 만들어진다면, 원작에 나오는 일본인이 우선 그렇게 희화되지도 않을 것이고, 또 그 배역을 원작에서는 백인이 연기했는데, 당연히 동양인 배우를 쓸 것이며, 한걸음 더 나아가서 일본계 배우를 쓸 수도 있겠지요.
제가 그 영화가 remake 안 될 것 같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Audrey Hepburn이 나온 다른 영화가 remake되었을 때 그리 좋은 반응이 나오지 않아서인데요. Sabrina와 동명의 remake, 또 Charade와 remake인 The Truth about Charlie가 그 예입니다.
또 remake할 때마다 그 시대의 기술의 발달사를 알 수 있는 작품도 있는데요. 제가 아주 좋아하는 영화중 하나로 예전에도 잠깐 소개를 해드린 적이 있는 1940년작 The Shop around the Corner에서는 두 주인공이 얼굴을 보면 견원지간처럼 싸우기만 하지만, pen pal을 하는데 서로가 상대방이라는 것을 모르고 시작하죠. 완전한 remake는 아니지만 설정이 비슷한 1959년작 Pillow Talk에서는 pen pal 대신 두 주인공이 만나면 싸우지만 party line같이 전화를 이용해서 서로 누군지 모르면서 얘기를 하고 친해지는 내용이 있고요. 1998년 remake인 You’ve Got Mail에서는 당시 유행이던 computer를 사용한 email pen pal이 나옵니다.
마지막으로 시대적 배경을 완전히 바꾼 remake에 대해 말씀 나누겠습니다. 바로 다음달에 또 속편이 나온다는 Star Wars인데요. 혹시 헷갈릴 수 있어서 말씀드리자면, 맨 처음 1977년에 나온 Star Wars가 지금은 4편이 되었고요, 다음에 5, 6편이 나오고, 90년대 이후에 prequels라고 해서 1, 2, 3편이 나왔죠. 그리고 12월에 나오는 것은 시간상 6편 다음의 이야기라고 보시면 됩니다. 어쨌든 첫 작품인 Star Wars Episode IV의 원작에 해당하는 영화가 있습니다. 아까 이야기의 처음을 장식했던 일본의 Kurosawa 감독의1958년 작품인 The Hidden Fortress인데요. 완벽히 remake라고 부르기 힘들 수도 있습니다만, 영감을 얻고 motifs를 가져온 것은 사실입니다. 16세기 일본이 배경이죠. 그러다보니 미래를 배경으로 한 Star Wars에 나오는 robots는 없었고, 일본작품에서는 두 남자가 대신 나오는데, 수행하는 역할은 비슷합니다. 둘이 comedy적인 요소를 제공하는 것도 미국 작품과 같고요.
오늘 음악도 remakes중에서 골라봤는데요. The Beatles의 명곡인 Blackbird의 cover곡인데, Paul McCartney가 이 version에 반했다고 하죠. 한밤중에 노래하는 검은 새에게, 너는 자유가 되는 이 순간만을 평생 기다려왔으니 부러진 날개로 나는 법을 배우고 움푹 꺼진 눈으로 보는 법을 배우라는 내용의 가사입니다. Kenny Rankin의 기타와 노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