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New York은 인구도 많고 관광객도 1년 내내 많이 찾는 곳이죠. 제가 가끔 Times Square에 갈 일이 있는데요. 자주는 아니지만 같은 시각에 같은 장소를 가거든요. 그래서 관광객의 규모를 말 그대로 체감하게 됩니다. 지난주 같은 경우는 사람이 정말 많아서 움직이는데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New York에는 언제나 많은 행사가 있고, 이번주와 다음주도 예외는 아닙니다. 

American Flag on the engraved name at 911 Memorial. Source: ABC News

American Flag on the engraved name at 911 Memorial. Source: ABC News

우선 지난주부터 열리고 있는 the U.S. Open Tennis Championships를 꼽겠고요. 어제인 7일부터 1주일간은 1년에 두 번 열리는 New York Fashion Week입니다. 예전에 말씀드렸지만 the Jewish calendar에 따르는 the Jewish New Year인 Rosh Hashanah와 겹치는 경우에는 참석자, 진행자, 언론인, designers에 이르기까지 영향을 받아서 행사가 조금 덜 떠들썩하기도 한데요. 올해는 이 명절이 10월 초에 들어있는 관계로 그 영향은 없겠습니다. 마찬가지로 이번주 초부터 다음주 말까지는 역시 1년에 두 번 있는 Broadway Week이라는 기간입니다. 이때는 표 한 장의 가격으로 두 장을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이것만 해도 수많은 인파를 New York으로 몰리게 하기에 충분한데요.

그리고 더 뜻깊은 행사도 이번 주말에 열리게 되죠. 올해가 벌써 9/11이 15주년 되는 해입니다. 1주년이던 2002년부터 매년 9월 11일 아침에 the World Trade Center 자리에서 기념행사가 열렸죠. 그리고 Ground Zero라고 부르던 자리에 the 9/11 Memorial과 the 9/11 Memorial Museum이 생기면서 이제는 꼭 9월 11일이 아니라도 방문을 할 수 있게 되었는데요. 9/11은 미국 본토가 외부 세력으로부터 공격을 받아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사건입니다. 2001년에 New York에 계셨다면 기억하시겠지만 New Yorkers을 하나로 뭉치게 했었죠. 우선 사건 당시에 자신의 안전이나 건강은 생각하지 않고 현장에서 희생을 하신 분들이 계십니다. 그러나 그 후에도 오랫동안 시간을 내거나 금전적인 도움을 주신 New Yorkers도 많습니다. New York은 애국심이라든가 협동 같은 단어와는 거리가 있어보였지만, 이 사건 후로 예를 들어 Yankees 경기에서는 7회 중간에  아직도 “God Bless America”를 부르고 있고요, 이 노래는 사실 공식 국가가 아닌데도 이 노래가 나올 동안 가만히 서있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의 눈총을 받기도 합니다. 그리고 물론 그 전에도 New Yorkers의 New York 사랑은 대단했지만 이후에는 더 드러내놓고 자랑스러워하게 되었죠.

잘 알고 계시겠지만 9/11때 우리가 the Twin Towers라고 부르는 마천루인 One World Trade Center와 Two World Trade Center만 무너진 게 아닙니다. The World Trade Center라는 complex 안에는 총 일곱 개의 건물이 있었고, 그 두 건물 외에는 상대적으로 낮았던 다른 건물들도 완전히 붕괴되었거나 고칠 수 없을 상태로 피해를 입어서 철거를 하게 되었죠. 그리고 재건을 시작한 건데요. 다시 높게 지어서 애칭인 Freedom Tower로 불리고 있는 건물의 공식 이름은 One World Trade Center인데요. 원래 6 World Trade Center가 있던 자리에 지었습니다. 그리고 현재 4 World Trade Center와 7 World Trade Center가 원래 건물보다 훨씬 더 높게 재건되어 완공된 상태이고요. The Twin Towers가 있던 자리에 지금은 아까 말씀드린 the Memorial과 the Museum이 생긴 거죠. Manhattan, 특히 downtown Financial District의 땅이 얼마나 비쌉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두 건물이 있던 2 acres나 되는 면적을 이렇게 추모하고 기념하는 데만 쓴다는 것에서 9/11이 미국인에게 주는 의미를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원래는 낮았던 다른 건물들은 재건하면서 높게 지었습니다. 지금은 One이 서있는 원래 6 World Trade Center는 10층이 되지 않는 아주 낮은 건물이었고요. 재건된 4 World Trade Center 역시 원래 10층보다 낮았지만 재건축은 74층으로 했습니다. 현재 골격만 완성된 3 World Trade Center도 22층이었다가 80층정도가 된다고 하고요. 아직 공사를 시작하지 않은 5 World Trade Center의 경우도 10층 이하였지만 40층이 넘는 재건축물이 될 예정이라고 하네요.  

미국인들은 웬만한 위기나 슬픔 속에서도 humor를 잃지 않는데요. 한국적인 정서로 보면 농담을 한다는 것 자체가 이상할 수 있고, 또 그 농담이 대부분 sarcastic 비꼬는 거라는 게 또 익숙해지지 않을 수 있죠. 그래서 농담으로 들리지 않는다는 분들도 계십니다. 예를 들면 반나절 정도 옆의 동료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가게나 사무실에 큰 일이 줄줄이 일어났을 경우, 그 동료가 돌아와서 “What’s going on?”이라고 물었을 때 A/C가 고장났었고, 회장님이 내려왔었고, 기다리던 제품이 늦어진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그외에는 별 일이 없었어,라고 대답을 하는 거죠. 한국어로 정치적 올바름이라고 번역을 하는 political correctness가 미국에서는 아주 중요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와 balance를 이룬다고 할 정도로, 농담이라는 걸 전제로 하고 얘기를 시작하면 미국에서 이렇게 건드리지 못할 topic은 거의 없다고 보셔도 됩니다. 

9/11은 정말 큰 사건이어서, 이를 기념하는 형태의 작품도 많이 발표되었죠. 영화로도 만들어진 소설 Extremely Loud, Incredibly Close라든가, hijack된 비행기를 일부러 추락시킴으로 자신들의 목숨을 바쳐 다른이들을 구한 승객들의 이야기인 United 93가 그 예이고요. 그리고 물론 9/11를 가지고 하는 black comedy도 있습니다. TV 만화인 Family GuySouth Park 등이 여기에 속합니다. 미국인들이 어떤 사건에 대해 얼마나 심각하게 생각하는지는 그 사건 후 얼마만큼의 시간이 지난 후에 농담을 하는 게 받아들여지는지를 보시면 알 수 있습니다. 9//11 직후인 2001년 9월 말, 한 comedian이 이런 black comedy를 하는 자리에서 9/11에 관한 농담을 했는데요. 거기 모인 사람들은 이런 black comedy를 즐기는 사람들이었음에도 굉장한 야유와 비난을 했죠. 내용도 내용이었지만 “too soon”이라는 게 큰 이유였습니다.

9/11은 미국인의 일상생활을 바꿔놓기도 했죠. 그전에는 security check도 심하지 않았고, 비행기에 탑승할 때 신분증이 없어도 되었으며, 은행 같은 데서 본인확인을 엄격하게 하지도 않았었죠.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 되었습니다. 아직 9/11 추모비와 추모박물관을 방문하지 않으셨다면 가까운 시일 내에 한번 가보시는 것도 좋겠고요. 또 11일에는 하루종일 Tribute in Light이라고 해서, 푸른 빛 두 줄기를 위로 쏘아서 the Twin Towers처럼 보이게 하는 행사가 있습니다.

오늘 노래는 downtown Manhattan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내용인 Tom Waits의 곡 “Downtown Train”입니다. Bob Seger의 cover로 들으시겠습니다.

Uploaded by Grandepuf on 2009-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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